북에 제대로 열 받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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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작성일17-06-23 12:04 조회1,331회 댓글0건본문
북에 제대로 열 받은 미국
웜비어 장례식, 미국사회 큰 충격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장례가 치루어졌다. 그의 친구들은 웜비어의 시신이 안치된 관을 운구해 장례식장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와이오밍 고등학교 대강당을 슬프게 나왔다. 와이오밍 고교는 웜비어의 모교다. 웜비어 관은 그가 안장될 신시내티의 스프링 그로브 묘지로 이동했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송환된 웜비어는 귀향 6일 만인 지난 19일 사망했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이 학교 주변 가로수에는 이 학교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흰색 리본이 매여 달렸다. 일주일 전, 17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웜비어를 환영하기 위해 친구와 동네 사람들이 매달았던 리본은 이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웜비어의 죽음은 극적으로 열릴 뻔했던 미·북 대화를 깨어지게 만든 핵심 사건이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장례식 하루 전날인 21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은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로 탐색전을 하며 접촉 창구를 만들어볼 생각이었다"면서 "웜비어가 참혹한 모습으로 돌아온 데다 갑자기 사망하면서 이제는 미·북 간에 '다음'이 없는 상태가 됐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대화가 없었던 미·북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접촉을 시도했다. 첫 시도가 지난 3월 초에 예정됐던 뉴욕 접촉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을 화학무기로 암살하는 사건으로 미국이 강경 자세로 돌아서면서 이 접촉은 무산됐다. 2차 시도는 5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1.5(반관반민)트랙 접촉이었다. 이때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의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과 비밀리에 만나 웜비어 등 북에 억류된 미국인 4명의 석방을 논의했다. 대외적으로는 1.5트랙 접촉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후에서는 미·북 간 진짜 접촉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질을 매개로 한 대화의 물꼬가 터지는 듯했다.
하지만 6월 6일 뉴욕에서 미·북이 다시 만났을 때 북측은 예상치 못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북측은 "사실은 웜비어가 좀 아프다"면서 그가 의식이 없는 상태임을 밝혔다고 한다. 이 관리는 "노르웨이에서 미·북이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북한 외무성은 웜비어의 건강 상태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북 외무성이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를 논의하다가 도중에 이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웜비어가 혼수상태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버지니아대에 재학 중이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에 관광을 갔다가 평양 한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15년 노동 교화형을 선고받고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죽음에 이르게 됐다.
웜비어 가족이 사는 동네에는 성조기를 내건 집도 있었다. 한 교회에서는 "오늘 밤은 웜비어를 생각하고 기도합시다"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장례식은 이날 오전 9시 가족과 지역 정치권 인사, 웜비어의 학교 친구 등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수백명의 시민들은 학교 체육관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웜비어의 장례식을 지켜봤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공화)과 디나 파월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과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도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장엔 웜비어의 생전 학교 생활 사진과 북한에서 입었던 재킷 등 유품이 전시돼 있었다. 포트먼 상원의원은 장례식 전 기자들에게 "북한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았다"며 "(웜비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조셉 윤 대표는 이날 장례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웜비어 가족에게 보낸 조전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웜비어의 운구는 장례식 직후 인근 스프링 그로브 묘지에 안장됐다.
웜비어의 사망은 북핵 문제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북한에 관심 없던 미국 보통 사람들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북한이 관광 갔던 대학생을 '반죽음' 상태로 보낸 것을 보고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워싱턴의 한 택시 운전사는 "그동안은 남북한도 잘 구분 못 했는데, 의식 없이 실려온 웜비어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어이없는 죽음 앞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잔혹한 정권"이라고 했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의회도 분노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한 여행 금지 등 각 분야에서 대북 강경 조치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는 22일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비공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 대표가 이날 웜비어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청문회는 일단 연기됐다. 트럼프 정부 관리는 이달 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유화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할 생각이라면 웜비어 사망 이후 악화된 미국 내 대북 감정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웜비어 석방 소식을 공개한 배경에는 '김정은의 친구'를 자처하는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미·북 관계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로드먼이 김정은과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마치 '비공식적으로 북한에 파견된 미국 대사'처럼 행세하는 것을 트럼프 정부가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로드먼이 북한에 입국하던 13일 웜비어의 석방을 발표함으로써 로드먼의 역할이 없었음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미 정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 가능 제안’ 일축
한편, 미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미 군사훈련 중단을 조건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이 가능하다는 북한 측의 제안을 일축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이날 계춘영 인도 주재 북한대사의 발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애덤스 대변인은 "미국과 한국의 동맹이 합법적으로 오랫동안 진행해 온 방어적 성격의 군사훈련을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과 동등하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계 대사는 인도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실험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무기 실험 유예 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덤스 대변인은 한미 연합훈련이 1953년 10월1일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진행되며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참관 하에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헝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고 국제사회로부터 규탄을 받고 있으며 세계 평화와 안전에 점점 더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덤스 대변인은 또 계 대사가 북한이 어느 때라도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미국은 신뢰할만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목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지만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있고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하고 추가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무부는 이날 VOA에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CNN 보도와 관련, "정보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지만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은 세계 평화와 안전, 미국의 국가 안보에 명백하고 중대하며 점증하는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클 그린, “문 대통령, 트럼프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 조언
또다른 한편,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은 19일(현지 시각) 워싱턴 CSIS 사무실에서 이달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러시안룰렛 게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허의 성격이라 의외의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 (무엇을 하는 게 좋다든지 하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삐걱거렸던 한·미 관계를 직접 경험했다.
마이클 그린
그는 “문정인 특보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미사일) 동결을 제안한다면 그건 실수가 될 것이다. 너무 순진한 것으로 비칠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라 유사시 대비 훈련이다."라고 말했으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종의 '러시안룰렛'이다. 여섯 개의 구멍 속에 총알은 하나뿐이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청와대도 신경이 많이 쓰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 공통적이고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자신이 나이도 경험도 많다고 생각해 (햇볕)정책을 선택하라고 강의하려고 했다. 큰 실수였다."라고 조언했다.
추적사건25시 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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