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열광하는 2030세대와 투자사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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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작성일18-01-12 04:42 조회2,357회 댓글0건본문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2030세대와 투자사기<1>
<경제기획특집>
"2030 젊은 세대, 왜 가상화폐에 열광하나?"
2030 젊은 세대가 노동의 가치를 버리고 한탕주의에 빠졌다’? ‘사행성 투기 같은데,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도 되나’ 젊은 세대의 ‘비트코인’ 열풍에 걱정과 탄식이 터져 나온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를 고려 중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 화폐에 빠져 드는 현상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나를 ‘사표’내게 만들어준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제 꿈은 건물주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연봉은 6000만원으로?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될 일이죠. 그래서 비트코인에 ‘올인(다 걸기)’했습니다. 비트코인은, 나를 건물주로 올려줄 꿈의 사다리예요. 한방만 터지면 미련 없이 퇴사 인증하겠습니다.”
KB금융그룹 입사 2년차인 김모(30)씨는 지난해 가상화폐에 7888만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연봉만큼 대출(6000여만원)을 일으켰다. 투자한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연봉으로는 뼈 빠지게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퇴직할 때까지 내 미래 예상 수익은 정해져 있는데, 그 정도로는 한 몸 건사하기도 빠듯하다”며 “목표 투자액 100억원까지는 가상화폐를 팔지 않고 '존버(끈질기게 버티는 것)'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는 A씨(32)는 결혼 이후 여윳돈 전부를 가상화폐에 부었다. 그는 “부동산 투자하려 해도 십 수억이 있어야 한다. 나 같은 서민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가상화폐라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이걸로 돈을 벌면 일단 집을 사고, 그 다음에는 창업, 마지막 한번만 더 터지면 발을 빼겠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모든 시간을 코인(가상화폐) 투자에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이런 청원이 올라왔다. “저는 문재인 정부를 뽑을 때 드디어 사람답게 살 수 있겠구나 가슴이 부풀었지만, 여전히 겨울 되면 보일러 비용 아끼려 전기장판 틀어야 되고 여름 되면 에어컨 비용 아까워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부디 대한민국에서 처음 가져본 행복과 꿈을 뺏지 말아주세요” 암호화폐에 대해 규제안을 내지 말아 달라는 청원이다. 이 청원에는 현재 2만7700여명의 국민 동의가 붙었다.
5000만원 벌면 뭐하나…“가상화폐가 내 생애 마지막 동아줄”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한 사례자의 말이 명언으로 통한다. 전 재산 5000만원으로 몽땅 가상화폐에 걸었다는 사례자는 100억원을 벌었다면서 자신이 가진 가상화폐 개수를 공개했다. 이렇게 말했다. “5000만원이 있어도 흙수저. 몽땅 다 잃어도 흙수저. 그래서 투자를 결심했다.” 가상화폐 투자자 100만명 시대(가상화폐 계좌기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전체 거래자 60%가 20~30대로 나타났다. 이 시장을 떠받치는 20~30대는 비트코인을 “내 생애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했다.
“이번 생은 틀렸다”며 절망했는데, 비트코인에서 빛을 찾았다는 것이다. 20~30대 가상화폐 투자자 10여명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100억 사례자의 명언에 공감한다”고 했다. 직장인 양모(38)씨는 “지금 내가 5000만원을 은행에 넣으면 하루에 2700원 정도 이자수익을 벌 수 있다”며 “열심히 일해 모은 5000만원의 하루 이자가치가 2700원인 시대, 집 한 채 살 수 없는 시대에서 젊은이더러 ‘좋은 직장만 원하고 땀 흘려 일하지 않는다’고 탓 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 열풍은 우리 같은 젊은 직장인들 입장에선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코인 판만큼 공정한 게 어디 있나...여기선 아버지가 누군지 안 물어”
젊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코인판(가상화폐 시장)만큼 공정한 게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다. 신분제가 공고한 대한민국에서 투자한 만큼 버는 가상화폐 시장이 오히려 공정하다는 것이다. ‘가즈아(가자)’ ‘존버’같은 가상화폐 유행어를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런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인판에선 아버지가 누군지 안 묻는다”, “코인이 ‘부의 재편’이 이뤄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상화폐 한 종류인 ‘이더리움’ 창시자 사진을 걸어놓고 신처럼 떠받드는 모습의 사진도 있다. “내 삶에 구원을 줬다”는 의미다. 실제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가상화폐에 투자해 몇 십억을 벌고 회사를 그만뒀다”는 퇴직인증 사진이 유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에서 일하는 이씨(32)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 저축을 열심히 해도 금수저가 될 수는 없다"며 "아버지의 가난이 내게, 그리고 내 자식들에게 그대로 대물림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한방을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부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 의식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이 2015년 부모 자녀간 계층간 상승이동에 대한 사회조사를 한 결과, 부정적 응답은 50.5%로 2006년에 비해 21%포인트 상승했다.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본 사람들이 절반이었다는 얘기다. 응답자의 95%는 우리사회의 계층 대물림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가상화폐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가상화폐가 결국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대학생 최모씨(27·남)는 “분명히 과열돼 있고 일확천금을 노려 투자하는 이들도 많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자산이라 가상화폐는 본질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도박판으로 봐선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가상화폐 투자로 큰돈을 벌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는 김모씨(29·여)의 견해도 비슷하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 때도 수십억~수백억원을 번 신흥 부자들이 탄생하지 않았느냐”며 “언젠가 거품이 꺼지더라도 옥석이 가려지고 살아남는 코인이 승자가 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식·부동산은 ‘기울어진 운동장’
로스쿨에 입학할 예정인 김모씨(27·남)는 ‘가상화폐 열풍’이 자신과 같은 ‘흙수저’에게 “중산층으로 가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김씨는 여윳돈과 빌린 돈 12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7개월 만에 1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기존 투자시장은 기성세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 반면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오히려 청년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흔 가까이 돼서야 내집 마련과 결혼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암담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다.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조모씨(29·남)는 고단한 회사 생활에 지쳐 가상화폐를 곁눈질했다고 전했다. 연봉이 400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서울 평균 전셋값 3억원을 마련하려면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7년이나 걸린다는 설명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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