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병 주고 약 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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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09-27 06:14 조회1,469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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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 비주류, 탈당카드 쥐고 반격 준비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위의 인적쇄신안 때문에 뒤숭숭했다. 혁신 대상에 오른 비주류 의원들은 탈당(脫黨) 카드를 쥐고 문재인 대표를 압박했고 추석 이후 연쇄 회동을 추진하며 반격을 준비했다. 혁신위의 공천 배제 대상이 된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당에서 공천을 안 준다고 하면 그 길(탈당)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며 전날에 이어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당의) 공천이 없으면 국민이 공천하는 '민천(民薦)'이 있다"고 했다. 해당(害黨) 행위자로 지목받은 조경태 의원은 "(부산에서) 문재인 대표와 무소속으로 붙어보라는 주장이 있다.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당내 비주류들은 부산 등 열세(劣勢) 지역 출마를 요구받은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추석 이후 회동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김 전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해왔다.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 측은 "김한길, 박영선 의원 등 비주류 쪽 중진 의원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혁신위는 더 이상 당내 분란을 조장하지 말고 활동을 끝내야 한다"며 "추석 연휴 이후 몇몇 의원들과 김 전 대표를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지난 16일 혁신안을 통과시킨 당 중앙위에서 퇴장했던 김두관 전 장관은 "추석 이후 안철수, 문병호 의원 등과 만나 당 상황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신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도 최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비주류 일부도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신당파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야당에선 탈당이 예상되는 현역의원 명단까지 나돌았지만, 해당 의원들은 "근거가 없다"며 일단 탈당설을 부인했다.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은 "문 대표가 부산이 아닌 호남에 나와 함께 출마해 호남 민심이 무엇인지 심판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병주고 약주며” 비주류 달래기 나서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비주류 달래기에 나섰다. 문 대표는 기자들에게 박지원 의원의 공천 배제와 관련해 "박 의원은 (1·2심이) 엇갈린 케이스"라며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예단을 갖고 (공천) 불이익을 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구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하급심(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공천 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고 했었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금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2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아 혁신위의 공천 배제 대상에 포함된다.
그런데 문 대표는 "전권(全權)을 줬다"고 했던 혁신위와 다른 말을 한 것이다. 박 의원이 공천받을 유일할 방법은 공직후보자검증위에서 3분의 2 이상 위원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추석 밥상에 분열이 아닌 '통합'을 올려놓고 싶지 않았겠느냐. 일단 달래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박 의원은 전날 이종걸 원내대표 등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문 대표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아침 박 의원은 "탈당설은 조금 와전된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문 대표와 박 의원 두 사람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조경태, “당장 탈당은 안한다”
“과거 야당총재시절에도 총재를 비판했다고 해서 해당 행위자로 몬 적이 없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대표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해당행위자라고 모는 것 자체가 민주정당임을 포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으로부터 ‘해당행위자’로 지목된 조경태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조의원은 지난 25일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탈당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사실 아주 쉬운 방법일 수 있다”면서도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서 당내 세력들과 규합해 반드시 당내 민주주의를 이루는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답했다. 당장 탈당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러브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접촉은 없는 것 같다”면서 “(연락이 온다면) 여야 많은 분들과 함께, 뜻있는 분들과 정치 바로세우기를 위해서 적극적인 참여와 앞장설 용의는 있다”고 향후 새정치연합 이탈 가능성은 열어놨다. 조 의원은 당 윤리심판원이 막말 파문으로 징계를 받은 정청래 최고위원에 사면을 결정한 것에 대해 “막말과 쓴소리, 소신발언을 구분하지 못하는 윤리위의 처사와 행동이 황당할 따름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탈당해 부산에서 문재인 대표와) 무소속으로 붙어보라고 주장을 하지만 여러가지 부분들이 나와주면(여건이 조성되면)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경태 의원은 “다만 문재인 대표가 부산 출마하는 게 무슨 혁신이냐”며 “그걸 혁신안이라고 내놓는 것 자체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당 윤리심판원 안병욱 사퇴, 공중분해 위기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 안병욱 원장과 일부 위원들이 문재인 대표의 만류에도 사의를 굽히지 않아 심판원 자체가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 윤리심판원의 파행이 계속되면 혁신위가 요구한 조경태 의원에 대한 징계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표는 25일 안 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안 원장을 만나 뵙고 다시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 사면과 조경태 의원 징계 추진 등 심판원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선 "독립성을 갖고 있는 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당 지도부가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지난 24일 문 대표 측근을 통해 "혁신위 활동이 끝난 만큼 윤리심판원도 개편돼야 한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현역 의원인 민홍철 간사도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야당에서는 진보 성향 학자인 안 원장의 사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 중진 의원은 "한마디로 힘들고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안 원장은 외부 인사인 A 위원 등과 심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개성 있는 분들이 좀 있다"고 했다. 야당 내 사법부인 윤리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친노·비노 간에 제소와 불복, 항소가 거듭된 것을 놓고 야당 내에선 "대법원 판결도 인정하지 못하는 풍토가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안 원장이 그만둘 경우 후임자를 찾아야 하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 관계자는 "안 원장조차 불명예 퇴진했는데 누가 독배를 들겠느냐"고 말했다. 이로 인해 조경태 의원에 대한 징계도 무기 연기됐다. 윤리심판원은 공천에 영향을 줄 민감한 사안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심판원 개편을 두고 계파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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