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미 금리안개 걷치자 저유가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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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12-19 12:17 조회1,218회 댓글0건본문
우리경제, 미 금리안개 걷치자 저유가 먹구름
무디스, 한국 국가신용등급 ‘Aa2’ 역대 최고치 부여했지만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치인 Aa2(AA)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미국 금리 인상이 신흥국에 줄 영향에서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무디스가 19일 한국에 부여한 국가신용등급인 Aa2는 전체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무디스에서 Aa2 이상의 등급을 받은 나라는 주요 20개국(G20) 중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이상 Aaa), 영국(Aa1), 프랑스(Aa2) 등 7개국뿐이다. 한국이 3대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Aa2 등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등급 상향으로 우리나라는 3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에서 모두 중국과 일본을 앞서게 됐다. 무디스의 경우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낮은 Aa3이고 일본은 두 단계 낮은 A1이다.
S&P등급으로 보면 지난해 9월 한국의 신용등급이 A+에서 AA-로 상향 조정돼 한국과 중국이 같아졌고 일본은 A+로 한국과 중국보다 한 단계 아래 자리하게 됐다. 피치의 신용등급에선 한국이 2012년 9월 이후 3년 3개월간 AA-에 머무른 상태지만 중국(A+)보다는 한 단계, 일본(A)보다는 두 단계 높다.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은 올해 하반기 이후 다수 국가의 등급이 내려가거나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는 가운데 이뤄져 더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지난 4월 피치로부터, 9월에는 S&P로부터 등급이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됐다.
프랑스는 9월 무디스로부터 한 단계 하향 조정돼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등급이 됐다. 브라질은 9월 S&P, 12월 피치로부터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돼 현재 두 곳 모두에서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로 떨어진 상태다. 영국, 프랑스, 사우디, 벨기에 등 주요 선진국은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어서 앞으로 신용등급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 대다수 신흥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한국의 신용등급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신용등급·대외건전성 '차별화'로 위기우려 완화
한국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치로 올라간 것은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외환시장 건전성 등과 함께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명확하게 구별될 정도의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도 이번 등급 상향 조정 배경으로 재정수지·국가 부채비율·대외부채 등 한국의 견조한 신용도, 구조개혁, 경제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역량 등을 제시했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저유가 기조 강화,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등으로 신흥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중국 위안화가치 추가 하락하면 수출주도 우리경제에 악재
한편, 올 한 해 세계 금융시장을 짓눌러왔던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그동안 미국을 향해 쏠렸던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이제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앞으로 얼마나 자주, 얼마나 높이 올릴지가 가장 큰 대외 변수인 중국 경제에 달렸기 때문이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금리 인상을 결정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미국은 금리 인상을 미적거린 이유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환경의 불안정성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렇게 본다면, 중국의 경제 동향과 환율 정책은 향후 미국의 행보를 짐작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경제에도 중국 변수는 큰 부담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7일 미국 금리 인상이 한국에 미칠 영향과 관련 "풍부한 경상수지 흑자와 풍부한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 미국발 금융 인상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엔 덜 취약하고, 중국 경기 둔화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위안화 절하' 둘러싸고 고민
당장 중국은 미국 금리 인상 후폭풍을 막기 위해 '위안화 절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 위안화 가치는 4년여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로 10일 연속 위안화 가치(환율은 상승)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4814위안으로, 지난 2011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게 되어 사실상 달러화 움직임에 묶여 있는 위안화가 받게 될 절상 압력을 낮추려는 조치다. 한 전문가는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뿐만 아니라 13개 통화로 이뤄진 '통화 바스켓'과 연동하겠다고 밝히는 등 화폐가치 정상화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지난달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하는 등 부진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위안화 약세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중국의 위안화 환율 상승(위안화 가치는 하락)이 계속되면 글로벌 환율 전쟁이 촉발돼 글로벌 금융 불안이 고조될 수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위안화 페그(달러 연동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겠다고 중국 정부가 선언한 것도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 위안화 가치도 동반 상승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안화의 급속한 평가 절하는 중국의 국외 자본 유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이미 중국에선 자금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도현 삼성증권 부장은 "최근 한 달 새 신흥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자금 유출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면서 "중국은 세계 교역 감소에 자본 유출 문제까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4382만달러로, 전월보다 872억2300만달러 줄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해외 자본 유출이 급격하게 이뤄지자, 중국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투입해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국이 위안화 절하 문제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르코 도이치운용 책임은 "중국이 경기를 살리려면 위안화를 절하해야 하지만, 위안화 가치를 급격하게 떨어뜨리면 위안화 자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투자자들이 더 빠르게 이탈할 수 있어 부담"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절하, 우리수출에 악재
문제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면 우리수출에 악재가 겹치게 되는 것이다.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지금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가 6.9%, 내년엔 6.8%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6.8%, 내년엔 6.3%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주요 원자재의 최대 50%를 소비하는 중국의 경기 둔화는 원자재 수출국을 비롯한 전반적인 신흥국 시장의 침체를 불러오고,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위기를 피할 수 없다. 더구나 한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 제품 가격 경쟁력 저하도 염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산업계에서는 위안화 5% 절하 시 한국 수출이 1.5%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절하는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한국 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저유가 먹구름, 커지는 디플레 우려
더하여 우리는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미국 기준금리 안개가 걷히니 이번에는 유가 하락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현지시간) 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일단 해소된 분위기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낙하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유가가 떨어지면 우리같은 비산유국이면서 수출 제조업에 의지하는 국가는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지금의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신호로 읽힌다.
1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1.6% 하락한 배럴당 34.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09년 2월 18일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37.06달러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유가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기름값으로만 따지면 시계바늘은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로 되돌아갔다. 당시 WTI는 배럴당 34~35달러, 브렌트유는 37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2008년의 유가 하락은 수요 감소가 원인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의 유가 하락이 경기침체로 인한 것이라면 (유가의) 새로운 붕괴는 원유 생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 과잉에 몸살을 앓는 원유 시장에 물량은 더 늘어날 태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 합의에 실패하며 자율 조정 능력을 잃었다. 미국 의회는 미국산 원유의 수출 금지를 해제했다.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도 원유 수출에 본격 합류할 전망이다. 미국 셰일 업체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6일 “(공급이 늘면서)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일본·유럽 등 주요국 경제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도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7% 달성이 힘든 중국에서는 원유 수요가 줄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의 유가 하락은 공급 과잉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맞물려 심각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먼삭스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예상했다. 당분간 세계 경제는 ‘저유가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유가 하락의 부메랑을 맞은 산유국의 부도 위험은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는 51.75%로 치솟았다. 선진국도 저유가의 덫에 걸릴 수 있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며 경기 침체가 심화할 수 있어서다. 저유가로 인해 한국의 물가상승률도 올 10월까지 11개월간 0%대에 머물다 지난달에 간신히 1%대를 기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 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 전반에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유가 하락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18일 아시아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0.13% 하락한 1975.32에 장을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9%, 중국 상하이 지수는 0.03% 하락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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