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위안부 협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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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12-28 22:26 조회1,155회 댓글0건본문
한일,'위안부 협상' 타결
3대 핵심쟁점 타결은 어떻게?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8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의 타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내외 여론을 의식해 한·일 외교당국이 서로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를 남김으로써 향후 갈등 재연의 불씨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①일본의 국가적, 법적 책임 인정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사사에안(佐佐江案)보다는 나은 안을 찾으려고 했는데 사사에안은 도의적 책임을 전제로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이번에는 정부 책임이라는 글자로 못박았는데 그동안 ‘책임 통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적극 평가했다. 사사에안이란 이명박정부 때인 2012년 3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사무차관이 제시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으로, 일본 정부의 사과와 일본 총리 명의의 사죄 편지, 피해자에 대한 주한 일본대사의 편지 전달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타결안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적·법적 책임을 모호하게 넘겼다. 기시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으나 국가적, 법적 책임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법적 책임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는 것이다.
②배상금
일본의 국가적, 법적책임 인정여부와 관련된 쟁점이 그에 따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금의 형식과 규모였다. 양국은 한국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정부가 예산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타결했다. 이는 일견 아시아여성기금이 민간 주도기금이었던 것에 비해 일본 정부예산이 100% 투입됨으로써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예산이 직접 위안부 피해자에게 투입되는 게 아니라 한국정부가 설립할 재단에 전달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일본정부의 국가적·법적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③재론(再論)여부
한·일 양국은 이번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예산을 투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되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약속했다. 일본정부는 양국 간 위안부 협의와 관련 ‘골대론’을 주장했다. 한국 측이 축구 경기를 하면서 자꾸 골대를 옮긴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1990년 이후 일본수상및 각료가 수차례 걸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를 표명했는데 언제까지 반복해야되는 것이냐는 불만이었다. 일본정부가 이번에 한·일 간 협상이 타결되면 다시는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는 것이 협상에 주력한 이유이기도 했다. 일본정부는 이번에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확약을 받음으로써 확실한 전리품을 챙겼다.
④소녀상 문제
윤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정부가 철거·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리모델링 중) 앞 소녀상과 관련해 “한국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 협의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정부가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이 생겼겠느냐”며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므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기존 정부 입장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어서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2011년 12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번째 수요집회에 설치된 이 소녀상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민간이 건립을 주도했고, 도로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서울시 종로구)의 허가를 받은 것이라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간 우리 정부의 논리였다.
미완의 문제남아 한일관계 앞으로의 변수
이처럼 한·일 관계의 최대 변수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28일 타결됐지만 여러 가지 불미한 문제로 국내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향후 이 문제가 한·일 관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합의문 발표를 앞두고 한·일 양국 외교장관의 기자회견이 벌어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모여들어 타결 반대와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법적 배상을 강하게 요구했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은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에 국가적·법적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기금 마련 정도로 봉합하려는 아베 정권의 태도를 한국 정부는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독립운동기념사업회 대표들의 모임인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는 소녀상 철거를 얘기할 때가 아니라 아우슈비츠 추모비에 무릎 꿇은 빌리 브란트처럼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 소식을 접한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도 “(합의문 내용은) 법적 배상도 공식사죄도 아니다”며 “합의문을 내놓기 전에 사전에 피해자들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할머니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발표문 안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해 일본 측 우려를 인지하고 가능한 대응방안을 향후 논의한다고 명시됐다는 점에서 국내 시민사회에서 큰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만약 국내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합의문 이행에 난항을 거듭할 경우, 이번 합의를 통해 새로운 한·일 관계를 모색하려는 정부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특히 합의문에서 양국이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한 만큼, 시민사회· 국회·사법부 주도로 국내에서 위안부 문제가 거론된다면 일본 내 반한 감정이 더 커질 수 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과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만약 사법부와 국회에서 합의문과 다른 판결이 나온다면, 또 한국이 입장을 바꿨다는 일본의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가 국내 여론을 우호적으로 관리한다면, 지난 3년간 역사문제로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일 관계의 개선 동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하루이틀 만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며 “(한·일 관계의 악화로) 국익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정상화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한·미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역사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기회가 될 때마다 우려의 입장을 표해왔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이 흔들릴 수도 있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두 동맹국인 한·일이 갈등을 겪는 일도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최상이라고 일컬어지던 한·중 관계는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중·일이 영토 문제 등으로 다툼을 벌이면서 그동안 한·일 관계 악화는 오히려 한·중 관계 개선이란 역설적 상황을 연출했다. 또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등을 통해 미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이 우리 정부에게 중국과 미·일 중 택일을 강요하는 상황이 좀 더 빈번하게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엄원지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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