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나라인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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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작성일16-11-02 20:39 조회1,2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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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나라인가?”<1>

황총리, 이임식 번복사태 발생이임식 일정 1시간20분만에 취소

2일 오전 930분 청와대에서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 사실을 발표되고 30분쯤 뒤 총리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이날 오후 1시 서울청사 별관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이임식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신임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이임식을 하게 되면 '총리 공백' 사태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도 김 후보자 임명 절차에 반발하고 나서 총리 인준안 처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또 황 총리뿐만 아니라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개각 대상에 포함돼 있어, 행정 수뇌부 부재의 후유증이 더 커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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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총리는 결국 1시간 20분 만인 오전 1120분 이임식 일정을 취소했다. 총리실은 이에 대해 "내각의 대표인 국무총리로서 책임을 지고 이임을 하려고 했지만, 국정 공백이 한시라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이임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황 총리는 이임식을 놓고 청와대와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서 "정진철 인사수석에게 물어본 결과 '황 총리가 사의를 문서로 보내거나 구두로도 전달한 것은 청와대에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황 총리가 개각 내용을 사전 전달받지 못한 데 대해 심기가 불편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나 총리실은 펄쩍 뛰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황 총리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을 수차례 하지 않았느냐""후임 총리를 위해 자리를 빨리 비워드리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이임식을 결정했던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오늘 아침 황 총리를 만났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는 신라호텔에서 얘기하다가 함께 차를 타고 국회까지 왔다. 그분들도 총리내정을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대통령과 총리도 구분 못하는 청와대제정신 아닌 상황

한편, 청와대는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에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정한 것과 관련, "사실상 2선 후퇴의 뜻을 담은 것"이라며 "김 내정자가 내치 대통령"이라고 밝혀 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박 대통령의 김 총리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헌정 중단과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수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설명은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사태 수습을 위해 내치(內治)는 김병준 신임 총리가, 외치(外治)는 박 대통령이 담당하는 사실상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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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도 후임 비서실장 인선 등을 마무리한 뒤 김 총리 내정자에게 권한을 대폭 넘기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김 신임 총리의 권한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순간 대통령이 2명이 되는 셈"이라며 "김 내정자는 내치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박 대통령은 내치에서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참모도 "박 대통령의 책임총리 임명은 사실상 정치 현안에서 박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여러가지 방식을 통해 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 내정자에게 권한을 넘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참모는 특히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김 총리가 본인 색깔대로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이 많이 뒤집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김 총리 내정자가 역사 국정교과서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만큼 현 정부의 각종 핵심 정책도 보류 또는 중단될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참모는 "박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다만, 대통령 하야는 국민과 역사 앞에서 무책임한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헌정 중단을 막고,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서 책임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일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향후 개각작업도 김 내정자가 주도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권이 요구한 거국 중립내각의 취지를 살려 향후 개각도 김 내정자 의견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김 내정자는 국무위원 제청권 등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적극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야당이 김 내정자 인사청문회 거부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선 "정국수습을 위해 야당도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같이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국정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대통령이 만신창이가 된 지금 이 상황에서 정파적인 욕심을 취할 게 뭐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참모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설계했던 김 내정자가 향후 정부 정책과 내치를 책임지겠다고 하는데 이마저 거부하면 야당은 무엇을 위해서 정권을 잡으려 하는가"라며 "정국수습을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나라 사회각계 시국선언 줄이어


한편,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비선으로 지목된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로 남녀노소를 불문한 다양한 계층과 단체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가와 노동계, 학계, 금융권, 의료계와 박 대통령의 공고한 지지기반이었던 보수 노년세대까지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교생까지 시국선언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 중동고등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박 대통령은 4·19혁명, 서울의 봄,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장구한 민주투쟁의 역사를 지닌 민주법치국가의 수장임을 스스로 부정했다""더 이상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언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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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 지역 중학생 10여명은 지난 1일 저녁 김제시 검산동 김제수협 앞에서 성인 시민들까지 참여한 집회를 개최했다. 중학생들이 주도한 전국 최초의 집회에서 학생들은 "박 대통령을 비롯해 최순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진실한 사과와 처벌을 바란다"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한 중학교 3학년생이 경찰서를 찾아가 직접 집회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들은 2일 저녁에도 집회와 시가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시국선언은 사회 원로, 장애인, 의료계까지 동참하며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국선언을 진행한 시민·사회 단체들과 대학생들은 시국회의를 꾸려 공동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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