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의 의무대원은 어떠세요? - 강남세브란스병원 홍종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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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인사이트 작성일10-08-24 11:43 조회1,041회 댓글0건본문
1999년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2004년 12월~2006년 1월 세종과학기지 18차 월동대 의무대원 파견
現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임상조교수 저서
400일간의 남극 체류기-세종과학기지 24시(눈빛,2008)
하얀숨결, 남극(눈빛,2007)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야만 하는 ‘국방의 의무’, 의사들도 예외 없이 공중보건의든, 군의관이든 국방의 의무를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남자 의사 선생님들 중 매년 한 명씩 머나먼 남극으로 떠나는 의사선생님들이 있다. 오늘 만나볼 홍종원 선생님도 그런 선생님들 중 한 명이다.
Q. 어떻게 남극의 세종기지까지 떠나실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굉장히 특이한 이력이신 것 같습니다.
저만 다녀온 것이 아니라 저 이전에도, 또 저 이후로도 매년 한 명씩 가고 있으니 특이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웃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우연히 가게 된 것 같아요. 남극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은 주변에서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남극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전문의를 마칠 무렵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남극을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요.
Q. 극지연구소에 지원할 수 있는 특별한 자격 같은 것은 있는지요?
특별한 자격은 없어요. 공중보건의사 중 일반의나 전문의에 상관 없이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매년 2~3월에 극지연구소 홈페이지에 공고가 나면 전형 방법에 맞추어 지원을 하시면 됩니다. 경쟁률은 9:1~10:1정도 되는데 이력서를 쓰시는 연습도 많이 하고 본인의 실력이나 자세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이라 생각해요. 오랜 기간을 극지에서 매일 똑같은 사람들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을 잘 견딜 수 있고, 사람들과도 문제 없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이 중요합니다. 독립적인 성격보다는 대인관계가 원만한 성격인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되지요. 최종 합격 후에는 건강검진 후 1주 정도 극지적응 훈련을 받게 되고, 11월~1월 정도에 파견을 나갑니다.
Q. 파견 후 의무대원으로서 하게 되는 일은 어떤 것인가요?
다른 대원들의 건강관리가 주요 업무입니다. 의료환경은 병원에 비한다면 열악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기지에 비교한다면 좋은 편에요. 15~18명 정도 진료를 하게 되고, 비품이 많기 때문에 본인이 아는 만큼 셋팅을 해 놓을 수가 있어요. AED도 작년부터 비치가 되었고,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지원이 잘 되는 편입니다.
가장 많은 질환은 내과질환이에요. 배탈이나 몸살, 근육통 등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러나 해결여부는 질환의 난이도가 중요하지요. 저 같은 경우 피부이식과 같은 처치는 전공의 시절 많이 해보았기 때문에 제가 직접 수술을 할 수 있었지만, 안과나 이비인후과의 질환 중에는 제가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많겠지요.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큰 곳으로 환자를 이송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송체계와 관련된 인프라도 중요하구요. 일본의 경우에는 트레이닝 과정으로 인정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제도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네요.
Q. 남극에서의 생활은 어떠셨어요?
업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여유로웠습니다. 인터넷이 있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인터넷만 하다 보면 하루가 그냥 흘러가기도 하구요. 저는 많이 돌아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고 그랬어요. 남극에 가게 될 후배에게도 인터넷만 하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많이 돌아다녀 보라고 말하곤 해요.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사실 처음에야 그 경치가 좋고 신기하겠지만 매일매일 보다 보면 지겨울 수도 있을 거에요. 그렇지만 저는 그게 좋았어요. 남극에서 다른 친구는 공부를 하면서 보냈는데 지금에 와서 제일 후회 되는 것이 공부를 한 것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저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그래도 제일 남는 일인 것 같아요. 하하.
지금도 가끔씩 떠오르는 남극의 이미지는 눈보라 치는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기억이에요. 엄청난 바람소리를 비롯한 그 광경은 정말 장관이었어요. 얼마 전 서울에 눈이 많이 왔을 때 창 밖을 보니 그때의 남극이 떠오르더라구요. 아직도 그때 함께 지내던 대원들과는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서로 매일 부대끼다 보니 오히려 서로 치이는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남극을 나오는 길로 연락을 끊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 때는 서로 팀웍이 좋았었지요.
Q. 마지막으로 남극에 지원하게 될 후배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다치지 않는 것이에요. 본인이든, 혹은 다른 대원들이든 모두 건강하게 있다 돌아오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하겠고, 처음에도 말했지만 단체생활을 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야 하고, 겸손한 태도도 중요하지요.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극지수당이라는 것도 있고, 월급은 들어와도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돈도 모을 수 있고요. 하하. 기지가 있는 곳은 해안지방이라 한국의 겨울 추위와 비슷하기 때문에 추위에 대해 크게 겁을 내지 않아도 될 거에요. 오히려 폭풍설(blizzard)이 더 혹독합니다. 해외에서 남극으로 크루즈 등의 여행 상품이 간혹 있는데 굉장히 비싸다고 해요.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에 의무대원으로 잠시 다녀와 보는 것도 인생에 있어 재미있고 특이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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