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의원>편처럼 비의료인과 소통할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 의대생 만화가 박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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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인사이트 작성일10-08-24 11:53 조회874회 댓글0건본문
2005 대전과학고등학교 조기졸업
2005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입학
現 의대생신문사 만화담당기자
틈새의원’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씁쓸하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의원들도 동네의 조그만 구멍가게처럼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도 있으실 것이다. 이러한 의료계의 현실을 의사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려낸 웹툰이 있다. ‘테디의 우주정복 - 틈새의원’편이다. 이미 많은 의사선생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테디의 우주정복’의 작가 박재범씨를 만나보았다.
Q. 자신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넷상에서는 ‘테디’로 알려져 있는 박재범이라고 합니다. 현재 23세로 충남대학교병원에서 PK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주로 DC-inside라고 하는 사이트에서 활동을 해왔었고, 인터넷상에서는 ‘만화를 그리는 오타쿠 의대생’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케이블TV 토크쇼에 코스튬플레이를하는 의대생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2007~2008년에 ‘테디의 우주정복’이라는 만화와 기타 단편들을 DC와 카툰스토리에서 연재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전국의대생신문에 매달 만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Q. 의대생이면 대학 입학 전에는 수능공부로, 입학 후에는 학교공부로 여가활동을 하기 쉽지 않을 텐데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어릴 때부터 만화를 보는 것보다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사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했고, 고등학교 때까지 당연히 KAIST에 갈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학생이었습니다. KAIST 산업디자인과에 관심이 있었었죠. 하지만 제가 고등학교 입학한 직후부터 당시에 엄청난 의대 붐이 사회 전반적으로 불었습니다. 사실 저도 부모님의 의견에 못 이겨서 카이스트 입시를 준비하다가 뒤늦게 고2 여름 때부터 수능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구요. 그래서 수능공부를 한 시간자체는 반년 정도로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는 교풍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뜻이 맞는 친구들과 자비로 만화 회지도 내면서 표현의 욕구를 마음껏 발산했습니다. 개인의 창의력을 살려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제가 직접 만화를 보여드려도 선생님들께서 좋아해 주셨어요. 당시에 영화동아리를 하면서 편집, 감독한 작품도 몇 가지 있었고, 창의적인 룸메이트들도 많았고, 주변 분위기가 저와 잘 맞았기 때문에 저의 색깔을 발전시키며 대학에 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 환경에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와서는 본과공부가 바쁜 것은 사실이었지만, 오히려 학기중에 매일 공부를 하다 보니, 방학중에는 그리고 싶었던 내용을 다 만화로 옮기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되지도 않는 방학을 모두 집에서 연재하는 데만 투자했지요.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충실한 방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틈새의원편을 그리게 된 동기는?
2006년경 DC 의학갤러리에 올라왔던 글에 ‘틈새의원이란 것이 생길지도 모른다.’ 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그 글의 전체적인 주제는 의사면허가 10만 번이 넘어가면서부터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틈새의원이라는 소재는 만화로 한번 그려 보고 싶은 매력적(?)인 단어였죠. 제가 만화를 연재하면서, 그리고 또 인터넷 활동을 하면서, 의대생이나 의사가 나오는 소재를 많이 사용했는데요. 제가 만화를 그리는 이유 중 하나가 의대에 들어오고 보니 사람들이 의사라고만 하면 무조건 돈만 긁어모으고, 환자 생각은 하지 않는, 전부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는 경향이 팽배해있다고 느껴서입니다. 그래서 만화로 ‘이렇게 힘든 의사들도 있을 수 있다.’ ‘똑같이 의사도 감정이 있고, 친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또 그런 소재는 저밖에 그릴 수 없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비의대생이 그리면 알지도 못하면서 그린다고 욕을 먹을 것이고, 또 많은 의대생 친구들은 바빠서 이런 컨텐츠를 제작하기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바로 생각나자마자 그림을 그렸습니다.
Q. 틈새의원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사실 저는 아직까지 학생이고, 의대생 신문사 활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의료계의 실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주변에서 선배들에게 주워들은 얘기로만 3천원 진료를 하는 미래의 의사에 대한 상상만 해본 것이죠. 실제로 그 만화에 등장하는 환자들도 극단적인 분만 상상해서 그린 것이구요. 부끄럽지만 수가에 대해서 실제적인 지식 같은 것은 적습니다. 하지만 제 짧은 생각을 말해보자면, 친구들을 보더라도 자부심을 중시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리스크를 피하는 것을 1순위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고로, 틈새의원은 아마도 지금은 현실상 있을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꽤 길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비의료인(환자들)이 의사를 보는 시각이나 태도에 대해서도 만화를 보신 의사선생님들은 공감을 많이 했을 텐데 이에 대한 생각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의견을 접할 수 있습니다. 직접 대면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훨씬 솔직한 의견들을 접할 수 있지요. 특히 젊은이들이 주류인 인터넷상의 제 팬들 사이에서조차 80%이상이 의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실습을 돌면서 교수님 앞에서는 잘 부탁드린다고 연신 인사를 하시던 환자분이 진료실에서 나오셔서 제가 학생이란 걸 아시자마자 의사들 그렇게 살면 안 된다며 대학병원 수가 얘기를 계속 하시던 분도 계셨지요. 너무 당연하고 식상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역시 다수인 비의료인들과 소수의 의료인들 사이에 소통의 단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젊은 네티즌들조차도 의료비는 너무 비싸고, 의사들이 그 10배 정도는 되는 보험비까지 독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이러한 단절을 제가 만화를 그림으로써, 좀 더 친근한 의대생 또는 의사로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테디가 서로에 대해 잘 몰라서 나오는 오해들을 완화시켜줄 거라고 생각해요.
Q.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된장녀, 대형 포털의 웹툰, 지방의대, 악플러, 디워 등)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받고 보니 제가 주로 비판하는 소재는 군중심리에 관한 것이 유난히 많군요. 특별한 의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모두 정말 제가 비판하고 싶어서 비판한 소재들이지요^^;; 개인적으로 웹툰이라는 것은 글이나 시와 달라서, 작품성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대의 이슈들을 그때그때 정확히 다루면서 그 당시의 문화와 같이 살아 숨 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보면 버리는 소모적인 문화컨텐츠니까요. 디워는 아직도 일종의 집단최면 같은 국민적 코미디였다고 생각합니다. 디워를 욕한 만화 덕에 제 홈페이지가 인터넷 테러를 당한 적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Q. 솔직히 다른 만화가들에 비해 그림 솜씨가 뛰어나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자신의 그림과 작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제 그림 실력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그림을 따로 배워서 실력을 늘려보려고도 했지만 역시 그럴 시간까지는 없더군요. 또 연재를 하던 중에는 이틀에 한 번씩 한편을 그린 꼴이니 그것도 힘에 많이 부쳤습니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서는 그저 내용과 재치로 승부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만화적인 센스나 패러디에 있어서는 웬만한 만화보다는 안 뒤진다고 자부합니다. 그렇지만 조악한 그림에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이 아직까지도 많으셔서 감사드릴 뿐입니다.
Q. ‘테디의 우주정복 시즌2’를 끝으로 더 이상 작품을 그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해부실습편이나 명절 때 친척들과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는 의사들에게는 굉장히 공감 가는 이야기고 비의료인에게는 신선한 소재라 생각되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그리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요?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는?
사실 활동을 접은 뒤에도 촛불집회나, MC몽 의대가다 등 민감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릴 수 있는 소재들이 너무 많이 나오더군요. 손이 근질거리고 정말 아쉬웠습니다. 예전에 작품을 그만뒀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도 있었지만 만화의 아이디어보다도 점점 만화 외적인 인기에만 집착하는 제 자신이 싫어져서 그만두었었지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는 시기가 오면 꼭 그릴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미지의 힘이란 특히 대단합니다. 심형래에 대한 호감도 때문에 디워를 온 국민이 관람해주고, 김연아가 예쁘기 때문에 온 국민이 관심도 없던 피겨스케이팅 중계를 열심히 보지요.(이건 좀 성격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면 테디 같은 친근하고, 친구 같고, 웃긴 의사캐릭터가 대형포털 같은 곳에 연재돼서 인기를 끄는 날이 온다면 수많은 국민들의 의사에 대한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온 국민이 똑같은 웹툰을 같은 날짜에 같이 읽는 시대니까요. 나중에 제가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면, 정말 책을 한 권 만들어내고 싶어요. 테디의 입장에서 항생제를 쓴다고 무조건 악덕의사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테디의 입장에서 의학공부 10년의 고달픔과 노력을 말하고 싶습니다. 모든 의사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조건 의사를 욕하는 게시물에 리플만 달면서 아니라고 말하는 것 보다, 귀엽고 어벙해서 본인과 비슷해 보이는 테디가 쉬운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말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볼 것이고, 또 ‘그런가?’ 라고 생각하면서 공감하여 주겠지요.
인터뷰가 너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제 만화의 다음 회를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테디의 우주정복 보러가기
▶틈새의원 http://blog.naver.com/teddylisk/30021114070
▶의대생의 명절 http://blog.naver.com/teddylisk/30041768527
▶일상적 웹툰(해부학실습편) http://blog.naver.com/teddylisk/3001951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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