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백자 연금술의 결정체 ‘보성 덤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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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장 작성일16-07-07 19:59 조회2,452회 댓글0건본문
조선 백자 연금술의 결정체 ‘보성 덤벙이’
<도예가 송기진, ‘제19회 송기진 보성덤벙이 재현전’ ‘갤러리민’ 전시예정>
전통 도자의 백자기법 중에서 ‘덤벙이’는 그릇을 희게 보이도록 기물을 백토물에 덤벙 담그거나 백토물을 부어 만드는 것으로 자연스럽고 기품 있는 미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남 보성을 중심으로 고흥, 장흥 등지에서 주로 제작된 초벌덤벙분장 제조기법은 조선 조정의 명으로 민간에서 백자기의 제작과 사용이 금지된 시기(조선왕조실록 세조 12년, 1466년)에 나타난 독창적 도자예술이다.
초벌덤벙분장그릇을 대표하는 보성덤벙이는 처음부터 검붉은 태토를 이용해 기물을 만들어, 가마에서 세 번 구워내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욱 정감어린 기운과 깊이를 지닌다. ‘백자가 아닌 백자’ ‘기존백자를 뛰어넘은 백자’를 만들기 위한 조선 사그막의 연금술이 빚어낸 보성덤벙이, 이 기법으로 만들어진 사발 몇 점이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가 지배계급의 다회에서 말차를 마시는 다완으로 사용되면서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일본에선 ‘호조고비키’라고 부르며 일본의 대명물(大名物·국보급)로 2점이 지정돼 있다.
보성덤벙이의 재현과 계승 작업을 해 온 도예가 송기진이 오는 8월3일-12일, 서울 강남 청담동 갤러리민에서 ‘제19회 송기진 보성덤벙이 재현전 (조선 사그막의 백자연금술 보성덤벙이를 만나다)’을 갖는다. 녹차의 고장 보성에서 “보성덤벙이”를 17년째 재현하고 있는 송기진씨는 무형문화재 도천 천한봉 선생, 무형문화재 故고현 조기정 선생에게서 사사하였다.
송기진 작가는 일본국보와 문화재가 된 조선사발들의 재현을 목표로 대학원에서 관련학위논문을 발표한 후, 30대에는 주로 일본에서 보성덤벙이 재현작품을 발표하였고, 40대에 들어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보성덤벙이의 가치와 기능에 대해 널리 알려오고 있는 전승도예가이다.2011년에는 중국 북방과 남방의 화장토도자와 한반도 분청사기 도요지를 근거로 우리의 분청사기 역사를 확인 할 수 있는, “조선 분청사기의 원류를 찾아서”를 연구하여, 옛 도자기 재현과 학술관련연구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재현전에서 그는 보성덤벙이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다완, 다기 등의 차도구 100여점을 발표함으로서, 국내에 보성덤벙이의 진가를 확인시키려 노력하고자 한다.이어 11월 북경 798예술구를 대표하는 WHITEBOX(白盒子)갤러리에서 ‘한민족의 독창적 도자제작기법, 보성덤벙이 발표전’을 계획하고 있다. 송 작가는 “초벌덤벙분장 제작기법으로 만들어지는 보성덤벙이는 세계 전통도자기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선조님들께서 창안하신 독창적 제작기법으로, 후손들이 반드시 계승해내야만하는 국가와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보성덤벙이는 인위적인 기교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백자나 청자, 흑유자기 등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갖춘 자연주의 도자문화라 할 수 있다. 자연의 요체가 변화이듯, 보성덤벙이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덤벙이 그릇의 쓰임을 통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이 그릇이 자연과 닮아 있음을 감상자 스스로 발견 할 수 있고, 나아가 인간의 생애와 덤벙이의 일생이 어떤 부분에서는 합치된다는 것을 깨닫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반 도자기들은 가마에서 나올 때 그 그릇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 거의 결정이 되어져 쓰임이 있더라도 그릇의 모습은 변화가 일어나기가 어렵다.
이에 비해 보성덤벙이는 가마에서 나올 때 사람에 비유하자면 막 태어난 아기와 같다고도 할 수 있다. 부모가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양육 하는가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영향을 받듯, 보성덤벙이도 마찬가지로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매일매일 변화해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쓰임을 통해 일년, 십년, 삼십년의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때서야 겨우 보성덤벙이는 제대로 된 본연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도자 마니아들은 보성덤벙이를 “세월이 만드는 그릇”,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도자기”, “자연의 모습을 닮아있는 도자기”라고 표현한다.
보성덤벙이의 놀라운 점은, ‘보성덤벙이를 차를 담아마시는 그릇으로 사용하였을 때, 그릇에 담긴 차 맛을 순하게 만드는 기능성을 갖춘 그릇이라는 점’이다. 이는 보성덤벙이를 만들어내는 점토에서 비밀을 찾아볼 수 있는데, 보성덤벙이의 점토는 다량의 철분이 함유된 맥반석이 풍화된 점토를 사용한다. 맥반석은 철분 등의 광물이 다량으로 함유된 물질로서 여러 가지 신비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왔는 바 이 철분 등의 광물질이 차에 쓴맛을 내는 탄닌을 중화시켜 차의 맛과 기운을 순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릇에서 뿜어내는 원적외선이 차의 성분과 물의 혼합율을 높이면서 차맛을 깊고 그윽하게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다.
보성덤벙이의 도자사적(陶瓷史的) 가치
보성덤벙이는 조선 조정의 명으로 민간에서 백자의 제작과 사용이 금지된 시기에 탄생된 도자예술로, “백자가 아닌 백자”를 제작하려한 조선 사그막의 “도자연금술” 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백토니를 기물에 입혀 그릇을 더 희고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한 여느 분청사기와는 달리, 보성덤벙이는 처음부터 철분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소성 후 검붉게 발색되는 태토를 이용 백자를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시도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발굴된 보성덤벙이 사금파리들을 보면 기형이 분청자보다는 백자의 양식이 주종을 이루며, 어떤 덤벙이 사금파리는 완벽한 백자의 성상을 갖추고 있어, 깨어진 단면에서 보여지는 검은색 태토가 아니면 감히 덤벙이인지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보성덤벙이의 제작기법 자체가 기존의 도자상식을 뛰어넘다보니, 가마에 세 번을 구워내는 수고로움을 통해서만 완성할 수 있었으며, 우리 민족만의 독창적 도자문화라서 그 어느 도자문화보다 더 정감어린 기운과 깊이를 가졌던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송기진 도예가와 함께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韓-中 전통화장토도자 계승을 위한 런슈앙허-송기진 展]을 개최했던 중국 도자예술대사 런슈앙허는 “송선생의 도자기는 사용하는 재료가 너무나 단순한데 어떻게 그렇게 깊은 맛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성덤벙이의 제작기법인 “초벌덤벙분장 도자제작기법”은 전통도자문화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도자양식이다. 작가 송기진은 “우리민족의 위대한 陶瓷史 세 가지로 첫째, 고려시대에 고려상감청자를 다시 중국에 역수출을 이뤘던 역사, 둘째, 조선의 민초들을 위해 제작된 조선사발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역사, 셋째, 우리민족의 독창적 도자문화인 “초벌덤벙분장 도자제작기법”의 창안과 그 기법으로 제작된 보성덤벙이의 제작역사“를 꼽고 있는데 그는 보성덤벙이가 비록 가마에 세 번을 구워내야만 하는 비경제성을 안고는 있지만, 반드시 계승되어야만 하는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기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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