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사고 파는 한국의 私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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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25시 작성일15-01-27 16:01 조회1,732회 댓글0건본문
통제받지 않는 교육권력, ‘감시 사각’ 비리·전횡 심화
[류재복 대기자]
학교법인 성수학원의 김모 행정실장은 설립자의 친아들이다. 2006년부터 춘천 성수여고의 재무·인사를 총괄하고, 교사 채용과 학교재산 거래에도 관여한 그는 재단의 실권자였다. 학교를 휘젓고 다닌 '무소불위' 권력은 곧 비리의 몸통이 됐다.김 실장은 2010년 자신의 아들을 영어교사로 부정 채용했다. 1차 필기시험 출제자인 공모 교사에게 35문항의 영어문제를 주고 "그대로 출제하라"고 지시했고, 김 실장의 아들은 필기시험에서 2등을 했다. 소문이 나 강원도교육청 감사가 시작되자, 그는 공 교사를 불러 입단속하고 증거를 조작해 버텼다.
그는 그해 15차례에 걸쳐 5290만원을 받고 행정실에서 데리고 있던 기능 10급 직원을 체육교사로 채용했다. 다음해엔 "누가 가장 나으냐"고 물어오는 교사 채용 면접관(재단 이사)에게 일일이 면접 점수를 불러줬고, 2012년엔 교사채용 이력서를 교감에게 보냈다. 법률상 김 실장은 교원 채용의 지휘·감독권이 없다. 하지만 학교와 재단 간부들은 줄곧 '설립자 아들'의 눈치를 보고 재가를 받았다. 김 실장은 학교 부동산을 처분하며 받은 가계약금 2000만원을 사적으로 써버리기도 했다.
끝내 감사와 검찰 수사에 꼬리가 잡혀 지난해 12월 징역형을 받은 그의 판결문에는 이렇게 돈과 얽힌 비리가 '백화점'처럼 이어졌다.비리투성이면서도 통제받지 않는 사학들이 이제는 통째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학교 운영에서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이득을 아예 한꺼번에 사고파는 거래를 한 것이다. 공·사립 학교는 관할청의 허가 없이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다. 그러나 설립자 가족들은 허술한 법망을 곧잘 빠져나간다. 매매 형식이 아닌 이사진 교체라는 '변칙' 절차로 슬그머니 뒷거래를 하는 것이다.충청 지역 한 사립고는 4년 전 한 달 새 이사장, 이사 6명, 감사 2명이 일제히 바뀌었다.
교육청에 제출한 이사회 회의록에는 '새 이사장이 젊고 열의가 있어 이사장으로 추천한다'는 한 이사의 제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사장은 교직원들 앞에서 스스로 학교를 샀다고 말한다. 학교 안팎에선 이사장이 20억원을 주고 학교운영권을 넘겨받았다는 뒷말이 파다하다.이사장은 학교를 인수한 후 동창회 모임에서 "딸을 교장시키려고 인수했다"는 말을 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딸이 정식교사 임용에서 탈락한 것이 학교 인수를 결심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라며 "이사장은 실제 교사 정원 초과로 딸이 갈 자리가 여의치 않자 딸과 교과목이 같은 교사에겐 명예퇴직을 종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교 인수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학교운영을 전횡한 정황도 이어졌다. 이사장은 이미 입찰 절차에 따라 선정된 공사업체의 몫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친분이 있는 업체에 맡겼다. 행정실엔 조카를 앉히고, 교장·교감을 바꿨다. 학교의 한 인사는 "교감에게 '잘해야 중임시킨다'고 압박하고, 승진 인사비로 몇천만원씩 상납받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군림하는 재단이 지난해 학교에 낸 법인전입금은 125만원에 불과하다.사학 비리는 얼음이 깨져나가듯 이어지고 있다.
수십년간 구조적 비리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사학이 '통제받지 않는 왕국'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립고의 위치는 독특하다. 학교운영비를 공립처럼 세금으로 지원받으면서도 인사·재정 분야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일단 학교만 설립하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대대손손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전국 945개 사립고의 지난해 법인전입금을 보면 재단이 한 해 200만원도 안내는 학교가 10곳 중 한 곳꼴이고, 28개교는 전입금을 내지 않았다.
사립고들이 설립 당시 약속한 법정부담금을 못 채워도 정부는 학생들의 교육권이 볼모가 돼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경영을 못해도 부도가 안 나고 정부의 시설투자나 지원은 계속되니 말 그대로 '남는 장사'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고교무상교육 시대를 공약했지만, 감시·통제는 뻥 뚫린 채 혈세로 배만 불리는 사학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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