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국감증인 출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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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지 작성일15-09-18 01:14 조회2,1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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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국감증인 출석<2>

신 회장에 대한 신랄한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거센 추궁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함께 출석한 신 회장의 가신(家臣)황각규 롯데그룹 사장의 조력도 필요 없어 보였다.  신 회장은 예상 질문에 대한 연습 효과 때문인지 쏟아지는 질문들에 대해 쉽게쉽게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처음 국회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도 물을 마시거나 자리를 고쳐 잡는 등 꼿꼿한 자세를 보이곤 했다. 그러나 국감이 돌발 변수 없이 같은 질문의 반복과 가벼운 농담까지 계속되자 어느새 얼굴엔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옆 자리에 앉은 황 사장과 웃음 띤 얼굴로 대화하며 답변을 준비하기도 했으며 팔짱을 끼고 국감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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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에 대해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다가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의 한일 축구 응원 질문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신 회장에게 "한국인으로서 한국 기업을 운영한다는데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신 회장은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며 애매한 답변만 한 뒤 어이없다는 웃음을 보였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뉴스 편향성 등에 대해 거센 비난을 가하다가 질문의 화살을 신 회장에게 돌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왕자의 난' 종료를 묻는 다른 의원들 질문에도 미소를 잔뜩 머금고는 "그렇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롯데도 롯데 초코파이를 롯데마트 앞쪽에만 진열하진 않는다"며 "그렇지 않나요. 신 증인?"이라고 갑작스럽게 신 회장을 불렀고 신 회장은 짐짓 놀라는 듯 했다가 밝은 미소와 함께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국감이 속개됐을 때도 신 회장은 자신에게 주목된 카메라의 앵글과 사람들의 시선에 관계없이 환한 웃음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이 그를 '증인', '회장', '회장님'으로 호칭할 때도 엇갈린 표정 속에 간혹 웃음을 터트렸다. 신 회장의 웃음은 소리는 거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신 회장의 반응에 일각에선 "여야 의원들이 너무 살살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다소 어눌한 한국말과 이해하기 힘든 웃음이 겹쳐져 국감의 팽팽한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꼬집었다.

신동빈, '친일', '자영업자 죽이는 롯데'…의원들 지적에는 '진땀'

그러나 신 회장은 간간히 쏟아지는 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98% 이상 갖고 있는 일본기업 광윤사 등의 주주 지분율을 공개하라는 여야 의원들의 압박에 표정을 풀지 않은 채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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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 회장이 등장하기 전인 오전에 "공정위는 '왕자의 난'이 일어나기 전에는 롯데그룹이 한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파악하는데 관심이 없었느냐"며 "광윤사, 일본롯데홀딩스, 12개로 이뤄진 L투자회사 등 일본기업이 신동빈 회장이 한국기업이라고 주장하는 호텔롯데의 지분 98%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런 회사의 지분과 주주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공정위가 지금껏 자료도 갖고 있지 못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한 바 있다.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으로 가서 힘든 과정을 견디며 기업을 일구면서 오늘날의 롯데가 있기까지 열심히 했다"며 "그런데 두 아들이 경영권 다툼을 해 온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롯데그룹 직원들과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신 회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할 용의가 있다"며 "죄송하다. 부끄러운 모습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깊게 고개를 숙였다. 입국 당시와 대국민 사과에 이어 세 번째 공식 사과다.

신 회장은 이어지는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도 굳은 표정으로 답변했다.

김 의원은 신 회장에게 "재벌들의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으로 문제가 됐다. 이러한 이유로 신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하며 기업 개선 및 문제가 된 순환출자 해소를 약속했다"며 "이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발표한대로 순환출자 해소 반드시 하겠다"며 "호텔롯데를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장 시킬 계획으로 연말까지는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80% 정도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이밖에 자녀들의 승계 문제, 증여세 납부 여부, 롯데시네마 매점 독점 문제, 특약매입 등 중소상공인에 대한 '갑질' 논란 등 롯데그룹의 각종 횡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질 때마다 신 회장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답변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체로 신 회장이 편안하게 답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의원들이 조성해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의원 관계자는 "팽팽한 긴장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신동빈 회장이) 예행 연습을 열심히 한 노력의 결과물이기 보다는 의원들이 질의 수위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다소 어눌한 한국말과 이해하기 힘든 웃음이 겹쳐져 국감의 팽팽한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면서 "정평이 난 롯데의 대관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엄원지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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