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2008년 대구경찰의 조희팔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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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빈 작성일15-10-16 04:30 조회2,711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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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수배 등 수사 ABC도 안 지킨 것으로 드러나
2008년 당시 대구지방경찰청의 조희팔 수사는 수사의 기본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2008년 11월7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유사수신업체 전산실과 기획실을 압수해 대구 부산 인천 등을 거점으로 수조원대의 유사수신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회사 실질적인 대표 조희팔 등 핵심 관계자 8명을 출국금지조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구지방경찰청은 조희팔의 측근 강태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강태용은 수사브리핑 5일 전인 11월2일 대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유유히 출국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더욱이 주범으로 지목한 조희팔은 수사 발표 열흘 뒤에서야 지명수배했다. 결국 경찰은 핵심 관계자는 단 한명도 검거하지 못했다. 이 사이 조희팔 일당은 전산실 자료의 핵심 내용을 모두 파기했다.
2011년 12월 중국에서 치러진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의 장례식 모습. 사진은 경찰이 조희팔 가족으로부터 압수한 동영상 중 한 장면이지만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의 석연치 않은 조치는 당시 비슷한 시기 수사를 진행한 충남 서산경찰서의 사례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충남 서산경찰서는 앞서 10월 21일 충청권을 중심으로 2조원대의 유사수신 행위를 한 업체를 적발했다며 실질적 대표 조희팔을 출국금지했다. 서산경찰서는 대구경찰청 수사발표 나흘뒤인 11월11일 래드앤 대표 최창집을 구속하고 관련자 10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대구경찰이 변죽만 서산경찰서는 이미 상당한 수사성과를 거둔 셈이다.
수사 막바지에 다양한 명칭의 회사가 모두 조희팔과 관련된 사실을 알고 양측 경찰은 역할분담까지 했으나 대구청의 이상한 수사발표로 김이 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충남지방경찰청과 서산경찰서는 조희팔 측이 “건실한 회사를 경찰이 수사해 망하게 한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이를 믿은 피해자들의 항의로 수사팀이 적잖이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 경찰 내부에서 수사정보 누설 정도가 아니라 조직적인 비호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던 권모 전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9억원을 받은 것도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던 10월 28일이었다.
또 당시 수사팀에는 경찰이 15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정모(40) 전 경사가 포함돼 있었다. 정씨는 2007년 8월 동업 형태로 제과점을 내면서 조희팔 측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상태였다. 조희팔이 밀항한 뒤 2009년 5월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함께 향락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강태용이 돈으로 매수한 당시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이던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와 오동식 대구지검 수사과 수사관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어 보여 강한 의혹을 샀다. 강태용과 김광중은 고교 동기동창, 오씨는 1년 선배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책임자는 “정 전 경사는 기업회계수사 분야 전문가로, 다른 팀과 함께 했기 때문에 수사비밀을 누설했을 수는 있지만 수사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며 “당시 주범들을 잡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한 언론에 해명했다.
서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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