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유령시위' 홀로그램 집회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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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팀 작성일16-02-24 21:03 조회2,202회 댓글0건본문
광화문에 '유령시위' 홀로그램 집회 등장
우리나라에서도 IT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유령집회’라 불리는 홀로그램 집회가 최초로 등장했다. 쇠파이프와 화염병, 촛불, 차벽 그리고 홀로그램까지. 정부 수립 이래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집회ㆍ시위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했다. 1970, 80년대 시위대의 단골 도구는 쇠파이프였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사복 경찰인 ‘백골단’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풍경은 당시 시위의 전형이었다. 밤새 시너와 휘발유를 섞어 만든 화염병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화염병은 정예 시위대에게만 주어졌다. 이게 소진되면 보도블럭이나 돌 등을 던졌다. 화염병과 쇠파이프 시위는 6월 민주항쟁이 발생했던 1987년 전두환 정권에서 절정에 달해, 그해 화염병 시위가 2173건, 투석 2956건, 쇠파이프ㆍ각목 시위가 61건 벌어졌다. 경찰도 최루탄과 지랄탄, 곤봉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한마디로 살벌했다. ‘유탄유석(최루탄이 없으면 돌을 던지지 않는다), 무석무탄’ 논쟁도 이어졌다.
화염병이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모습을 감추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등을 거치며 경찰이 ‘무최루탄 원칙’을 내세우면서였다. 화염병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1997년 172건이었던 화염병 시위는 불과 1년만에 2건으로 급감했다. 평화 시위로 양상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이무영 서울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이 먼저 최루탄을 포기함으로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빌미를 없앴다”고 자평했다. 평화적 시위, 비폭력 집회문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촛불집회가 등장한 것도 화염병이 자취를 감추고나서였다. 2002년 6월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숨진 여중생 심효순ㆍ심미선 양의 사인 규명과 추모를 위해 그해 11월 수십만명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앞에 모인 게 대표적이다. 이후 촛불은 대규모 집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다. 2008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한 자리에서 촛불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자리잡던 이 시기는 동시에 ‘차벽(車壁)’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이기도 했다. ‘효순ㆍ미선 사건’ 때 경찰 저지선이 뚫리자 몸싸움 등을 막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처음으로 ‘차벽’이 등장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반미연대 집회, 한ㆍ미 FTA 반대 집회 등 10여차례 이상 등장한 차벽은 급기야 이명박 정부 때 ‘명박산성’으로 ‘진화’했다. 2008년 6월10일 6ㆍ10 민주화항쟁 21주년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100만 촛불 대행진’이 예고되자 경찰이 컨테이너 구조물을 동원해 청와대로 진입하는 도로를 모두 봉쇄한 것이다.
2009년 시민 9명이 “경찰이 차벽으로 서울광장을 봉쇄해 헌법에 보장되는 행동자유권을 침해당했다”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냈고, 2011년 헌법재판소는 경찰 차벽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차벽은 사라지지 않은 채 2015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에도 등장해 추모제 참가자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었다.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차벽을 세우고 참가자들에게 캡사이신 최루액 등을 뿌리며 몸싸움까지 벌인 것이다. 같은 해 ‘시민 통로가 있으면 경찰 차벽도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까지 나오며 차벽은 집회ㆍ시위 현장에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냈고, 2015년 말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농민 백남기(69) 씨가 중태에 빠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불법 집회ㆍ시위 양상이 계속되는 한 경찰은 양측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차벽을 써야 하고, 차벽의 훼손을 막기 위해선 살수를 할 수밖에 없다”며 ‘물대포’를 이용한 살수 진압이 불법 폭력 집회와 시위 문화를 막기 위한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런 배경 속에서 IT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유령집회’라 불리는 홀로그램 집회가 등장했다. 지난해 4월 스페인의 한 시민단체가 공공시설 인근 시위금지법안에 항의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시도한 형태의 집회인 홀로그램 집회는 실제로 시민들이 모여 진행하는 집회가 아니라 스크린에 영상을 투영해 마치 수십, 수백, 나아가 수천명이 모인 듯한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무인 집회다.
한국에서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4일 오후 처음으로 열 예정이다. 앞서 앰네스티는 한국 경찰의 집회ㆍ시위 대응이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라고 판단해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경찰이 교통혼잡 유발을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리자 항의성으로 이같은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홀로그램 집회 다음 순서가 VR(Virtual Realityㆍ가상현실)을 이용한 방식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대 변화와 기술 발달에 집회ㆍ시위도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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