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자존심?' 이대의 민낯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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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작성일16-08-03 19:42 조회2,339회 댓글0건본문
'이화여대 자존심?' 이대의 민낯 <기자수첩>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이 7일차를 맞은 가운데 학교는 3일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미라대) 설립을 전격 철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본관 점거부터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력을 투입하는 등 무리한 진압으로 화를 키운 학교가 결국 학생들에게 백기를 든 셈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육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농성을 해제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어 언제 '상황 종료'가 될지는 미지수다.
학생들이 하나둘 본관을 점거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28일부터, 이들은 학교가 추진 중인 미라대 설립을 폐지하라며 본관을 막아섰다. 이화여대는 지난 5월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참여 대학 2차 모집에 신청서를 제출해 지난달 초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됐다. 학교는 건강·영양·패션 관련 '웰니스산업 전공'과 미디어콘텐츠 기획·제작을 골자로 한 '뉴미디어산업 전공' 등으로 해당 대학을 구성할 계획이었다. 입학 대상은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의 고졸재직자 혹은 30세 이상 무직 성인으로, 학교는 2017학년도부터 정원 150여명 규모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미라대로 학교가 학위장사를 하려 한다"며 설립에 반대했다.
대학평의원회의 미라대 설립 관련 회의가 열린 지난달 28일 오후 2시, 학생 수백명은 회의가 열리는 본관의 1층과 계단에서 농성을 벌이며 설립 철회를 촉구했다. 최경희 총장과의 면담도 요구했다. 학생들은 "이 교육과정을 마치면 평생교육원이 아닌 이화여대 미라대라는 이름으로 학위를 수여받고 졸업장을 받게 된다"며 "이화여대를 한순간에 전문대학으로 치부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또 "모집과정과 대상에 있어 정시나 수시와 같은 일반적인 입시 과정이 아니다"라며 "교육의 현장이어야 하는 대학교를 통해 정원 외 인원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학위장사를 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본관 소회의실에 있던 대학평의원인 교수 5명, 교직원 2명, 총동창회장 등 8명이 감금돼 건물에 갇히게 됐다.
점거 이후 여교수 1명, 여교직원, 총동창회장 1명 등 3명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남은 5명은 사흘 가까이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학교는 경찰에 남은 평의원들에 대한 구조를 요청, 이들은 점거 46시간만인 30일 오후 1시 경찰의 도움으로 빠져나와 병원으로 이송됐다. 1000명이 넘는 경찰 투입에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과 행정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을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했다"며 규탄했다.
학생들은 "교수와 평의원과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변호사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낮 12시 총장이 직접 오겠다고 했지만 그 시간에 도착한 건 총장이 아닌 대규모 경찰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 1600여명이 본관 내 회의실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끌려나갔다. 남자 경찰들이 여학생들을 진압하면서 부상하는 학생들이 속출했다"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에도 학내농성에 대규모 경찰이 투입된 건 흔치 않았던 일"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학교는 "45시간 이상 감금된 교수와 직원들은 112, 119에 수차례 구조요청을 했지만 학생들은 경찰은 물론 119구조대원의 진입조차 차단한 채 도를 넘는 행위를 지속했다"고 반박했다.
학교는 "경찰은 감금이 심각한 불법 행위임을 수차례 알리고 해제를 통보했으나 학생들은 이를 묵살했고 심지어 경찰 요원까지 감금했다"며 "서대문관할 경찰 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력 100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과 119구조대원 진입이 학생들로 인해 수차례 차단되면서 경력이 자꾸만 늘어난 것"이라며 "건물 내부로 들어간 경찰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농성 형태도 비판했다. 학교 측은 "처음 사태를 주도했던 총학생회는 과격하게 시위를 주도하는 다른 세력에 의해 무력화하고 시위대의 대표성을 상실해 학교와의 대화 창구가 없어진 상태"라며 "학교 측은 현안의 상호 이해와 순리적인 해결을 위해 학생 대표와 총장과의 대화를 재차 권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학생들은 대화 가능성은 닫아둔 채 출구 없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지난 1일 오후 ECC 이삼봉홀과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 총장은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우리 학생이 맞나 싶다"고 발언해 학생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대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 측은 농성 이후 매일 아침 9시에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에 대화를 제안하는 공문을 보내 오후 1시까지 회신을 요구했지만 학생들의 답변은 없었다. 이에 대해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공문이 오면 본관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최 총장이 현장(본관)에 직접 오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농성에 동참하는 학생들은 눈덩이로 불어났다. 농성 시작 당시 본관을 차지한 학생들은 400여명. 지난 1일 참가자는 700여명(경찰 추산)을 기록했고, 지난 2일 농성자는 720명으로 파악됐다.
졸업생들도 동참했다. 졸업생 및 재학생들은 지난 2일 오후 5시 이대 정문 앞에서 졸업장 반납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낭독한 뒤 차례로 벽에 졸업장 사본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날 정문 왼편 벽에 붙여진 졸업장은 총 600여장에 이른다.이대 캠퍼스 랜드마크인 ECC 건물에는 학생들의 비판 여론이 담긴 포스트잇 수백 장이 붙었다. 쪽지엔 '총장님이 보고싶어요 경찰 말고' '소통합시다' '불통총장 OUT' 등이 적혀 있었다. 이같은 반대 여론에 학교 측은 3일 오전 9시 미라대 설립 철회를 결정했지만 사태는 봉합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화여대를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교육부 공문이 공개될 때까지 농성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 여론은 반반이다. “이대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 이대는 일류 명문여대다. 그런 학교에 학위장사라니,,,” 라는 주장과 “너무 노골적이고 꼴불견인 집단 이기주의 아닌가? 이대의 설립초기 과정을 보라 정말 전근대적인 동토에서 기독교정신으로 어려운 여학생들을 교육, 양육시켜 지금은 세계적인 명문여대가 되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대학 나오지 않은 여자는 사람도 아닌가?
지금 학생들의 행동은 이대정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나 이대나온 여자야’라는 말이 얼마나 천박한 말인가? 이대의 사랑정신은 죽었다.” 는 등 어느 주장도 편애하지 않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학교측과 교육부가 초래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가족 중에 두명이 이대출신이다. 그런데 과연 이대가 일류 명문대학인가? 곰곰이 되돌아 볼 일이고 이대의 설립정신도 곰곰이 되돌아 볼 측면도 크다. 이번 사태로 벌어진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과연 진정한 명문대의 자존심을 표출하는 일일까?
편집국장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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