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정으로 일가족 살해한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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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작성일15-01-29 03:16 조회1,492회 댓글0건본문
[류재복 대기자]
"할머니 신발이 없어…. 욕실에서 소리는 나는데, 무서워…." 29일 오후 8시 20분께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간 A(14·중1)양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무서움에 떨며 숨죽여 울었다. A양의 흐느낌이 잠시 이어지다 전화가 끊겼다. 경찰은 이때쯤 A양이 살해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0일 오후 7시께 광주 서구 치평동의 모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
범인은 A양 어머니 B(41)씨와 알고 지내던 김모(34)씨였다. A양이 유치원에 다닐 때쯤부터 어머니는 혼자였다. 어머니 B씨는 밤낮 근무를 가리지 않고 주변 군부대에서 일하며 A양을 살뜰히 키웠다. 야간근무로 어머니가 집을 비울 때면 같은 아파트 건너편 동에 사는 외할머니(68)가 건너와 오른손이 없는 불편한 몸으로 A양의 간식을 챙겨주곤 했다.
A양은 하루 결석에 담임 선생님이 무슨 일이 있다고 직감할 만큼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지난 29일 A양이 전화 한 통 없이 결석하고 연락도 닿지 않자 중학교 담임 여선생님은 점심때를 이용, A양 집을 직접 찾아가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결국 담임 선생님은 경찰에 A양이 실종됐다고 신고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굳게 잠긴 A양의 집안에서 휴대전화 소리가 들리는 것을 수상히 여겨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집안에는 모범생 여중생, 장애인 할머니, 싱글맘 어머니가 살해된 채 방치돼 있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용의자 김씨가 밝힌 살해 동기는 '홧김에' 였다. 29일 김씨는 노랗고 빨간 꽃이 가득 찬 바구니를 손에 들고 사귀던 사이인 A양의 어머니 집을 찾았다.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B씨와 화해해 볼 요량이었다.
김씨는 대화 도중 A양의 어머니가 자신을 무시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꽃을 들고 찾아왔던 김씨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단란한 가정을 무참히 짓밟았다. 경찰에 붙잡혀 온 그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실종신고를 받고 A양을 찾아나선 경찰관은 "평소 A양이 성실한 생활을 해 담임 선생님이 결석한 것만으로 실종신고를 했다"며 "그렇게 단란한 가정을 화가 난다고 파괴한 범인의 심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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