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아내를 살해한 비정의 70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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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작성일15-02-01 08:55 조회1,314회 댓글0건본문
[류재복 대기자]
지난 11월, 12일, 전남 진도에서 한 노부부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사건은 70대 남편이 부인을 숨지게 한 뒤 유기한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남성이 40여 년 전에도 아내를 살해해 복역을 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한 남성이 경찰관들의 손에 이끌려 유치장 안으로 향했다. 이 남성은 열흘 동안 도피행각을 벌여왔던 살인 사건의 피의자 73살 황모 씨. 이민홍(수사과장/전남 진도경찰서)과장은 "남편 황 씨가 말다툼 끝에 부인을 살해하고 부인의 시체를 유기한 후 남원, 대구 등지로 도주하다가 진주에서 검거된 사건" 이라고 말했다.
황 씨는 검거 이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숨진 아내 62살 박모 씨의 시신은 전남 해남의 한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실종신고가 접수된지, 12일 만이다. 이민홍(수사과장/전남 진도경찰서)과장은 "해남군 산이면 도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래서 23일 야간부터 24일까지 계속 수색을 하던 중에 도로변에서 유기가 된 것을 발견하고 바로 피해자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리게 된 남편과 아내. 이 노부부에게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두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쯤, 결혼했다고 말한다. 순탄한 듯 해보였던 결혼생활. 하지만, 이웃주민은 "조용했죠. 조용했는데 9월 말에 싸우더라고 ‘뭐 저렇게 싸운데’ 하고 남의 일이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 버렸지"라고 말했다. 또 한 이웃주민도 "부부싸움 하면 사람들 소리가 안 들리겠어? 부부싸움 하면 들리지"라고 말했다.
다투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강도도 더 심해졌다는 부부. 지체장애인이었던 부인 박씨는 친정 가족들에게, 극심한 심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은 "때리고 그런 건 아닌데, 언어폭력(이 심해). 누님이 하도 듣다 듣다 못 살겠다고 ‘참말로 못 살겠다고 이혼합시다 라고..." 그렇게 이혼을 결심한 부인 박 씨. 지난달 초부터는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 피해자 가족은 "매형(피의자)이 여수에다가 집을 얻어놓고 있다가 여기(진도)를 온 거예요. 돈을 준다고 그랬겠죠, 갖고 간 돈을. 그러니까 돈 줄줄 알고 문을 열어준 것이 그렇게 되어버린 거죠." 한 달 만에 마주한 부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찾아왔다는 이 자리에서, 남편 황 씨는 끔직한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이민홍(수사과장/전남 진도경찰서)과장은 "본인(피의자) 말에 의하면 재산 문제를 만나서 대화로써 풀려고 찾아온 걸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말다툼이 생기면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말했다. 아내를 무참히 살해한 황 씨. 숨진 아내의 시신을 도로변에 유기한 다음, 도피 행각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편의 행적을 뒤쫒던 경찰에게 사건 발생 십여 일 만에 꼬리를 잡히게 되었다.
이민홍(수사과장/전남 진도경찰서)과장은 "남편 차량이 진도대로 통과하는 장면도 있고 남원 시외버스 터미널에 나타나서 버스를 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고 경로를 집중해서 검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검거한 황 씨를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던 경찰. 그런데, 경찰은 황 씨에 대한 뜻밖의 기록 하나를 발견했다. 이민홍 과장은 "(황 씨는) 71년도에 전처를 살해한 전과가 있습니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부인과 합의 이혼 후에 다시 재결합을 이 남편이 요구하는 과정에서 전처가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홧김에 부인을 때려서 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40여 년 전에도, 재결합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전처를 살해한 죄로 이미 복역을 했다는 것. 이민홍 과장은 "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약 19년 정도 복역을 하다가 89년도에 가석방으로 출소가 되었다."고 말했다. 사실 숨진 부인 박 씨가 황 씨를 알게 된 것도, 교도소에 복역중이던 때였다. 피해자 가족은 "(내가) 사고를 쳐서 징역을 살게 됐어요. 그런데 이제 그 매형(피의자)하고 같은 한방을 쓰게 됐어요, 수감 방을. 그래서 거기서 나한테 편지가 하도 오니까."
수감 중인 동생에게 자주 편지를 써 보낸 누나 박 씨. 교도소에서 동생과 한 방을 쓴 황 씨와도 편지를 주고 받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10년 동안이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인연을 키웠다는 두 사람. 황 씨는 출소를 하자마자, 박 씨를 찾아갔고, 이후 두 사람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결정하게 된다. 피해자 가족은 "누님이 무조건 좋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죠. 둘이 좋다고 하고..."
한 이웃주민도 "젊어 와서 일도 도와주고 그러니까 다 고맙게 생각했어. 다 고맙게 생각했어, 그 사람을..." 하지만, 순탄한 듯 했던 결혼생활은 조금씩 파국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민홍 수사과장은 "남편이 한 10여 년 전부터 불면증과 우울증 증상이 있어서 그로 인해서 부인과 약간 마찰은 있었던 걸로 파악이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역시 "근데 그것이 자꾸 커지더라고요. 병이 악화가 돼요. 딱 둘이 어디 한 발자국도 바깥을 안 나가고 놀러 오던 사람도 전부 못 오게 끊어버리고 심지어 우리 가족들까지, 그러니까 누님이 울면서 하소연도 하고 하루만 (같이) 안 살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이에 결국 이혼을 결심한 아내. 하지만 남편 황 씨는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4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서 마음이 떠난 아내를 끔찍하게 살해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배상훈(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보통 이런 걸 뮌하우젠 증후군이라고도 하고요. 말하자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어떤 사람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대한 가상적인 허위증 같은 걸로 마치 아주 깊이 사랑하는 듯이, 하지만 사실은 의처증 같은 것도 나타나고 폭력적인 것도 나타나면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부 불화와 가정 폭력이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으므로, 사회가 이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상훈 교수는 또 "일반적으로 갈등이 생겼을 때, 둘이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는 가장 위험한 경웁니다. 사법부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당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지금보단 조금 더 마련해야 한다고 보이는 거죠."라고 말한다
경찰은 황 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피해자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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