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비리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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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작성일15-02-05 15:31 조회1,4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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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전국 곳곳에서 때아닌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3월 11일,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서다. 동시조합장선거는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대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실시되며, 1328명의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장을 한꺼번에 선출한다. 조합장선거는 그동안 개별 조합별로 선거를 치러 온 탓에 잡음이 끊이지 않아 '돈 선거', '경운기 선거'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국민적 관심과 이해도 낮았다. 선거 관행을 바로 잡기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처음으로 전국 동시에 치러진다.

# 충남 논산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주민들로 북적인다.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가 건넨 금품을 받은 주민들에게 "자수하면 50배에 이르는 과태료를 면제해 주겠다"고 선관위가 약속했기 때문이다. 논산선관위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2일까지 주민 70여 명이 선관위에 자진 출석했다"며 "이들은 10만원에서 1000만 원까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 경남 고성과 전북 정읍에서는 최근 상대 후보자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며 각각 현금 5000만 원과 2700만 원을 건넨 후보자를 구속했다. 애초 이들은 상대후보에게 불출마 대가로 2억 원과 1억 원을 주겠다며 선금조로 돈을 건넸다가 적발됐다.

# 지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 무안군 현직 군의원 3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현재 무안지역 조합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지역을 누비고 있다. 오는 3월 11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둔 풍경들이다. 오직 조합장 당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후보를 매수하기도 하고 애써 기반을 닦아온 지방의원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집약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이 세간에 떠돈다. '군(시)의원, 도의원 두 개를 다 준다고 해도 조합장과 안 바꾼다', '조합장 선거는 경운기 선거'라는 조롱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선되면 '기관장 대우'... 얼굴 알리고 선거운동도 '꿩 먹고 알 먹고'
혹자는 조합장의 수많은 권한을 빗대 '지역의 제왕'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는 권한이 많다는 의미다. 가장 크게는 지역사회에서 지위가 상승한다. 명예도 동시에 얻는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곧바로 '기관장급' 대우를 받는다. 지역 내 각종 행사 무대 단상에 올라 주요 기관장으로 소개를 받는다. 보통 지역행사에서는 국회의원, 군수(시장), 다음으로 군의원이나 조합장이 소개된다. 조합장 당선과 동시에 지역 유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얼굴도 자연스럽게 알려져 인지도가 올라간다. 여기에 조합 고유의 사업인 대출 등 금융사업, 농산물 판매(구입) 등은 지역민과 밀접한 관계 유지가 가능하다. 자연스레 얼굴도 알리고 선거운동도 겸하는 '꿩 먹고 알 먹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인지도가 올라가고, 평소 조합원 관리가 가능하다 보니 '보다 높은 곳'에 눈길이 가는 건 당연지사다. 이 때문에 조합장 자리를 지자체장 등으로 출마할 수 있는 디딤돌로 삼는 경우도 많다.

실제 목포와 무안, 신안 등 3개 지자체에 걸쳐 지점과 사업장 9곳을 두고 있는 A조합 조합장은 두 차례 지자체장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유력한 단체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전남 해남 B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는 한 후보는 "기초의원이나 단체장, 국회의원들은 맨 입으로 한 표를 부탁하지만, 조합장은 베풀면서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 인사는 "조합장은 4년 임기 동안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조합장 출신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면 이점이 많다"고 했다.

각 부서 업무추진비는 모두 조합장 몫... 실제 연봉은 최소 2억 원
지역에서 갖는 경제적 지위와 권한도 크다. 조합장 당선과 동시에 억대를 상회하는 연봉과 함께 조합사업과 예산 및 인사 집행 등 조합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을 손에 쥐게 된다. 우선 연봉이 쏠쏠하다.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조합장의 기본 연봉은 사회적 질타를 받으며 낮춰졌다. 그래도 5000만~1억 원 수준이다. 물론 조합장이 받는 돈은 기본연봉에 그치지 않는다. 수익사업 성과급이 책정된다. 여기에 유류값, 영농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이 별도로 지급된다. 전남영암 C조합 관계자는 "조합 내 각 부서에 있는 업무추진비는 사실상 조합장이 모두 사용한다"며 "대부분의 조합도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C조합장의 2014년 연봉은 5000만 원에 성과급 2200만 원과 유류비 등을 합하니 1억 원이 훌쩍 넘었다. 업무추진비의 경우, 조합 내 각 부서에 흩어져 있다 보니 정확한 집계도 어렵다. C조합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급여와 성과급, 유류비 등은 겉으로 보여주기 용"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업무추진비까지 합하면 사실상 연봉이 최소 2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와 별도로 농산물 판매(구매)와 시설 건립, 사업 결정 등 정작 대형 금품 거래가 오가는 분야는 따로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장 직권으로 농산물 구매 가격과 물량 결정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진 대로다. 정작 큰 조합장을 지역의 유지로 만드는 큰 권한은 숨겨져 있다. 예산 사용에 관한 권한과 사업결정 권한이다. 일선 조합의 사업 중 대표적인 분야는 농산물 유통과 판매(구매) 사업이다. 쌀, 양파, 고구마 등 해당 지역 농산물을 조합에서 구매하는데, 중간상인들과 조합이 거래 가격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특혜와 물 밑 거래가 오간다. 전남해남 지역의 D농협 조합원은 "예를 들어 조합에서 배추를 상인들로부터 밭떼기로 구매하는 경우, 트럭 1천대 물량이 나오지만 장부상으로는 800대로 축소해 차익을 남기는 수법은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각 조합마다 진도 대파, 해남 배추, 무안 등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가공공장을 설립, 운영한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도 원예특작사업이란 명목으로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농민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지만, 조합이 대표해 수행한다. D농협 관계자는 "조합에 대한 규제와 감시 등이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조합장이 당선되면 무조건 공장과 건물 건립을 시작한다"며 "공장 건립에 따른 계약과 제품 생산을 위한 부재료 구매가격 책정 등을 조합장 임의대로 하기 때문에 금품거래 등 말썽의 소지가 많은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조합장 주요 권한은 또 있다. 바로 신용사업이라 일컫는 금융분야다. 과거에는 조합장 전결로 대출금리를 낮춰주거나 대출한도를 높여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다른 방법이 등장했다. 전남신안의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적극적인 상환을 하지 않고 부실채권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여러 조합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하지만, 적발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여기에 조합장의 쌈짓돈으로 분류되는 교육지원사업비라는 것도 있다. 조합이 지역과 조합원을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공공복지 예산이다. 자산규모가 1천억 원이 채 되지 않는 해남C농협은 1년에 교육지원사업비가 4억~5억 원 가량 된다. 이 돈은 전적으로 조합장의 재량에 따라 쓰여진다. 이 조합 관계자는 "큰 규모의 조합은 20억 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견제 없이 1년에 수백 억 주물럭... 심의 기구 만들어야
D농협 관계자는 "조합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전남지역조합의 경우 조합장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예산 규모가 최소 100억 원에서 많게는 1천억 원 대에 이를 것"이라며 "평범한 농사꾼도 조합장이 되면 '천석꾼'이 된다는 말이 떠도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주훈석 광주전남본부장은 "마치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사법, 입법 분야까지 사실상 장악하는 것처럼 조합장도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본부장은 "농협 노조 등에서 조합민주화와 경영투명성을 주장하면서 조합장 선거에 출마도 시도했지만 '은밀한 특혜'에 익숙해진 조합문화와 조합원들의 정서를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주 본부장은 "조합장의 제왕적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 감사 등도 조합장이 모두 장악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행정기관의 위원회와 같은 각종 사업과 예산에 대한 심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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