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댓글 판사' 사직서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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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작성일15-02-15 10:17 조회2,307회 댓글0건본문
[류재복 대기자]
대법원은 14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정치 편향적인 댓글 수천 개를 작성해 이른바 '댓글 판사' 논란을 일으킨 수원지법 이모(45)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해 의원면직 처분했다. 충분한 진상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채 꼬리자르기식 사표 수리로 상황을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익명성 보장되는 공간에서 사인(私人)으로 한 행위"
대법원은 지난 13일 이 부장판사로부터 사표를 제출받고 오는 16일자로 사표를 수리했다. 대법원은 "비록 익명이긴 하나 현직 판사가 인터넷에 부적절한 내용과 표현의 댓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사실조사를 거쳐 해당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법관이 편향되고 부적절한 익명의 댓글을 작성한 사실이 일반 국민에게 노출되면서 해당 법관이 맡았던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 법관에게 계속 법관의 직을 유지하게 한다면 오히려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에 더 큰 손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영역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인 점, 자연인으로서 사생활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또 댓글을 올릴 당시 법관의 신분을 표시하거나 이를 알 수 있는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아 댓글을 읽는 사람이 댓글의 작성자가 법관임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도 감안했다. 이에 따라 이 부장판사의 댓글 작성 행위가 '직무상 위법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의원면직 처분은 사표가 수리되면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처분으로, 강제로 직위를 박탈하는 '징계면직'이나 '직권면직'보다는 낮은 수위다. 퇴직 후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곧바로 변호사 활동이 가능하다.
◇꼬리자르기식 사안 마무리…제식구 감싸기 논란
결국 이 부장판사는 판사 신분에서 벗어나 징계 처분을 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관 윤리 문제를 개인에게만 돌린 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한계로 남았다. 신임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선출된 하창우 변호사는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법관징계법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다"며 "이는 대법원이 징계 혐의를 갖고 자체 사실조사를 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해당 법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 절차를 밟은 뒤 사표수리를 나중에 해도 된다"며 "사표를 바로 수리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조사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아직 진상조사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단계에서 사표를 수리한 것은 이번 사건을 더이상 끌고가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사표 수리를 보류하거나 반려한 뒤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언론 보도 직후 수원지법과 대법원 윤리감사실은 이 부장판사에 대한 서면 및 대면조사를 각각 수차례 진행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사는 모두 마쳤다"며 "진상조사를 마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표 수리를 미루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수년간 포털 사이트에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여성과 지역을 비하하는 댓글을 달았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낳았다. 그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점을 악용해 여러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돌려가며 댓글을 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장판사는 자신의 댓글로 파문이 일자 선고해야 할 사건을 서둘러 변론재개했다.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다가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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