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에 노인·군인, '화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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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작성일15-02-16 14:56 조회1,9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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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담배 태운지는 40년도 더 됐지. 담뱃값 비싸져서 끊으려고도 했는데 사실 나이들면 담배 끊기 힘들어요. 내 친구도 끊는다 하더니 결국 다시 피우더라고…." 담뱃값 인상 한달 보름째를 맞는 15일. 서울 도봉구의 한 시장에서 만난 이길동(66) 씨는 이렇게 말하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사상 최대폭의 담뱃값 인상은 금연열풍을 이끌어 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연에 실패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평생 피워 온 담배를 끊기가 더욱 쉽지 않고, 계속 피우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박유주(67) 씨는 "예전에는 만원 한 장 주면 네 갑을 샀는데 이젠 두 갑밖에 못 산다"면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노인연금으로는 생활비하기도 빠듯한데 피우기도 부담되고…"라며 씁쓸해했다. 최모(80) 씨는 "정부에서는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타격 받는것도 모르고 담배가 해롭다는 죽는소리만 해대고 있다"며 화를 냈다.

노인들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군인들 역시 끊기도, 피우기도 힘든 상황에 놓인 건 마찬가지다. 육군부대의 한 간부는 "사병들이 초반에는 담배를 끊자는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 포기하더라"면서 "올해 사병 월급이 올랐지만 '월급 오르면 뭐하냐. 담뱃값이 더 많이 올랐는데'라는 반응이다. 사실상 장병들의 경제적 부담만 커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사병 월급은 계급별로 2만원 내외가 올랐다. 하지만 하루 한 갑 담배를 피운다면 한 달에 6만원이 더 들어가고 하루에 반 갑만 피운다 해도 3만원이 더 들어가 월급 인상이 무의미한 상황이다. 육군에 복무중인 A 일병은 "사실 이 기회에 건강을 생각해서 끊어보려고 도전했지만 실패했다"면서 "고된 훈련은 그럭저럭 참을만해도 선임병들로부터 '갈굼'을 당하기라도 하면 담배를 참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14만원의 월급을 받는 A 일병은 4500원짜리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우면 월급 전부가 담뱃값으로 고스란히 들어가기에 담배를 최대한 아껴 피우고 있다. A 일병은 "고단한 군 생활에서 삶의 유일한 낙인 담배조차 이제는 편히 피울 수가 없어서 슬프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이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층이나 현역 장병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산층 이상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 많고 흡연율도 낮은 편이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계층은 사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라며 "중독성이 강해서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어려운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담과 파급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끊으면 기호식품에 대한 욕구 해소가 안되고, 끊지 못하면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으니 결국 이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면서 "피우고 싶은데 피우지 못하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공격적 성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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