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흡수통일 준비팀" 발언 "사실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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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작성일15-03-12 13:23 조회1,1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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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아침 서울 반포동 ROTC중앙회 사무실에는 함구령이 내렸다. 전날 이 단체의 조찬포럼에 연사로 초청된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흡수통일" 발언(본지 11일자 1, 10면) 때문이다. 정 부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을 부르자 통준위 측은 입단속에 나섰다. 통준위는 "녹음 파일을 언론에 제공하지 말라"고 주최 측에 요구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언론 브리핑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통준위 사무국은 보도자료까지 내며 진화에 나섰다. 자료에는 "정부가 흡수통일 준비팀을 만들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비합의 통일이나 흡수통일에 대한 팀이 통일준비위에 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정 부위원장의 발언과 비교해보면 명백한 허위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입수한 녹취 파일에는 "체제 통일을 연구하는 팀이 저희 위원회 가운데 따로 있다"는 발언이 분명히 담겨 있다. 심지어 "제가 깊이 말씀은 안 드리겠다"거나 "정부 다른 부처에서도 체제 통일에 대한 여러 상황을 연구 중"이라고 부연 설명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문제의 발언은 정 부위원장이 40여 분에 걸쳐 통준위 활동을 설명하고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 부위원장은 한 예비역 장성이 "남북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올 수 있는 데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 정치엘리트 처리 방안 등을 거론하자 "지적하신 부분이 통준위 활동 가운데 대단히 중요하다"며 흡수통일 문제를 꺼냈다. "밖으로 공개 않는 상황에서 여러 통일 로드맵을 연구하고 있고, 그 가운데는 평화적인 합의 통일도 있고 또 비합의 통일, 그러니까 체제 통일에 관한 것도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 내에서 금기시해 온 '흡수통일' 논란에 고위 관계자가 휘말려버린 통준위의 당혹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광복 70주년 남북공동사업을 구상 중인 터라 북한의 반발을 의식할 수도 있다. 평양 당국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속으로는 제도통일 야망의 칼을 벼리고 있다"(2월 14일 조선중앙통신)고 강하게 비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개석상에서 다수의 청중을 놓고 한 발언을 하루 만에 없던 일로 치부하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북한의 급변사태나 흡수통일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준비하는 건 미래를 준비해야 할 통준위로선 당연하다. 통준위는 반관반민 기구다. 민간 전문가들이 포함된 이 기구에서 남북 간 합의가 아닌 통일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건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 문제를 어정쩡하게 우회하거나 덮어둔 채 통일 준비 전략을 짠다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자서전에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자고 중국 측에 요구한 일이 있다"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힘을 실어준 통일준비위가 미덥지 못한 행동으로 국민 신뢰를 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

[류재복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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