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못 짓는 43t 괴산 가마솥 … 기네스북 목매다 5억원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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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작성일15-03-27 22:44 조회1,7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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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동부리 고추유통센터 광장에는 무게 43.5t짜리 초대형 무쇠 가마솥이 있다. 높이 2.2m, 둘레 17.8m로 뚜껑(5t)을 열 때도 기중기가 필요하다. 가마솥은 2005년 7월 김문배(68) 전 괴산군수가 5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기네스북에 올려 관광객 이목을 끌고, 군민이 한솥밥을 지어먹는 이벤트를 벌여 주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네스북 등재는 실패했다.

호주에 더 큰 그릇이 있었다. 밥도 짓지 못했다. 솥이 너무 커 3층밥이 됐다. 그래서 그저 옥수수 삶는 데만 몇 번 사용했다. 지금은 보러 오는 이도 없다. 이길준(74) 전 괴산군 의원은 “몇몇 군의원들이 내심 반대했지만 기네스북을 거론하는 바람에 예산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괴산군 가마솥처럼 ‘기네스북 등재’ ‘세계 최고’ 또는 ‘동양 최대’ 등에 귀가 솔깃해 예산을 썼다가 결국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전북 진안군은 2005년 40억원을 들여 용담호수에 동양에서 물을 가장 높이 쏘아 올리는 분수를 만들었다. 높이 170m까지 올라가는 분수였다. 하지만 가뭄이 좀 들면 주변에 물이 빠져 분수를 쏠 수 없었고, 연간 2억원에 이르는 전기료 또한 감당하기 버거워 이듬해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방치하다 올 들어 분수 시설을 모터와 고철로 분해해 7억원에 팔려고 내놓았으나 아무도 사지 않고 있다.

기네스북에 도전하다 사기당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울주군은 2010년 9월 2.3m, 둘레 5.2m, 무게 0.7t짜리 세계 최대 옹기를 만들었다. 총 비용 1억2000만원 가운데 순수 제작비는 2500만원이었다. 나머지 돈 가운데
약 9000만원은 기네스북 등재 대행사 대표라는 김모씨에게 줬다. 하지만 기네스 등재는 누구나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김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광주 광산구도 같은 일을 겪었다. 2009년 12월 높이 7m, 둘레 12m, 무게 6t짜리 우체통을 만들었다. 2010년 기네스북에는 올랐으나 울주군에 접촉했던 김씨에게 속아 수백만원을 등재 대행료로 날렸다.

[류재복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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