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기 입원환자 입원료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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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작성일15-03-05 11:34 조회1,7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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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장기 입원 환자의 입원료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이상 입원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현행 건강보험 입원료 본인부담률을 20%에서 30∼40%까지 올리기로 했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모든 입원 환자에 일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가 우선 검토하고 있는 예외는 재활치료 환자와 정신과 치료 환자 정도다.

정부가 장기 입원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올리려는 주된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다. 장기 입원 환자 중에 '나이롱환자'를 걸러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지금까지는 16일 이상 입원하면 입원료를 조금씩 깎아줬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선택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환자 입장에선 '입원료 폭탄'이 된다. 오래 입원한다고 다 나이롱환자는 아니다. 오히려 오래 입원할 수밖에 없는 중증질환자가 훨씬 많다. 지난해까지 건강보험 누적흑자는 무려 13조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이유로 국민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정책을 강행해야 하는지 따지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이상 입원하면 입원료 최대 8배 '껑충'

정부는 장기 입원 환자의 입원료 본인부담률을 올리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5일 입법예고했다. 17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반영한 최종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8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5인실 기준으로 살펴보면 입원료는 이렇게 달라진다. 15일 이하로 입원하면 지금처럼 본인부담률 20%가 적용돼 환자가 내야 하는 하루 입원료는 약 9400원이다. 16일 이상 입원하면 1만4000원으로 오른다(본인부담률 30% 적용). 31일을 넘기면 1만9000원까지 껑충 뛴다(40% 적용).

건강보험 본인부담률 5∼10%를 적용받는 '4대 중증질환자'(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자)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본인부담률이 5%인 암 환자는 하루 입원료 부담이 무려 8배까지 뛴다. 암 환자의 5인실 하루 입원료는 현재 2300원에서 16∼30일은 1만4000원, 31일 이상은 1만9000원으로 급증한다. 4대 중증질환자의 보장성을 95%까지 올리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역행하는 조치다. 복지부는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입원 기간이 길어져도 입원료만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4대 중증질환자에 대해서는 예외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입원환자=나이롱환자?' 행정편의주의

정부는 장기 입원 문제를 손대면서 우리나라 환자의 입원 일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높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2012년 기준 OECD 평균 입원 일수는 8.5일인데 우리나라는 14.2일이다. 오랜 입원은 환자의 선택이기보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환자의 입원 일수를 늘리는 일부 '과잉진료' 행태를 바꾸는 대신 환자에게 '경제적 장벽'을 세웠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과잉진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손쉬운 방법이다.

이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병을 고치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16일 이상 오래 입원해야 하는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입원료를 더 내야 한다. 일부 저소득층은 입원료 부담에 치료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국민 5명 중 1명은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를 포기했다.

복막염과 폐렴으로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45일 동안 입원했던 이모(56·여)씨는 입원비로만 90만원가량을 냈다. 이씨가 8월 이후 같은 기간 입원하면 입원료는 120만원으로 불어난다. 이씨는 "오래 입원하고 싶어 하는 환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환자는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데, 오래 치료받고 있으니 병원비를 더 내라는 건 서민들은 아파도 참으란 소리"라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국민들은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데 곳간에 13조원을 쌓아두고도 정부는 돈 걱정만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62.5%)이 OECD 평균(80%)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 대해 복지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재복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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