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총선 출마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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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작성일15-02-08 12:18 조회10,1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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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1월 29일, 대법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지었다. 2012년 대선 직전 가장 큰 사건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댓글이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 포착된 일이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선거판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김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산하의 수서경찰서를 시켜 대선 투표 2일 전인 2012년 12월 16일, 국정원의 여론공작이 없었다는 취지의 중간 수사 발표를 했다.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후보의 치열한 TV토론이 종료된 직후였다. 이후 김 전 총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로 끝난 것이다.

판결 직후 김 전 총장은 지인들에게 미리 준비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법원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판결문의 내용을 보면 김 전 총장이 마냥 떳떳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원은 김 전 총장이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한 것은 아니라고 봤기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한 보도자료 등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것일 뿐, 행위의 대상이 특정 후보자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6월 5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은 보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서울고법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분명히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달리 법적인 '선거운동'에는 능동성과 계획성이 있어야 하는데, 검찰이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하기에 따라서는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다.법적으로도 허점이 있었다. 서울고법은 2014년 2월 공직선거법 개정을 상기시키며 "구 공직선거법(2013년 6월 당시 공직선거법)에는 공무원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한 별도의 처벌조항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처벌된 사람 1명도 없어
서울고법 판결문 12쪽 하단에서 시작되는 표현이 이런 것을 뒷받침한다. "국정원 직원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수사 발표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문도 대선 직전 보도자료 발표행위에 대해 "시기와 내용면에서 최선의 것이었는지 다수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김 전 청장이 '의도적'으로 그런 발표를 한 것인지 검찰의 증명이 명확하지가 않다고 지적했다.김 전 청장이 무죄를 받은 데에는 검찰의 부실수사가 큰 몫을 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전 청장이 기소되던 2013년 6월을 전후해 야권은 김 전 청장의 보도자료 배포에 여권, 국정원 핵심이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터뜨렸다. 당시 박범계 의원은 김 전 총장과 권영세 주중대사, 박원동 국정원 국장이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오피스텔 사건이 터진 직후 수차례 통화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문에서는 검찰이 이 같은 의혹을 수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권은희를 제외한 다른 증인들은 모두 피고인(김용판)이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없다는 일치된 증언을 한다"는 취지의 서술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기업 내부 비리를 공익제보한 바 있는 ㄱ씨는 김용판 판결에 대해 "공익제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을 멈칫하게 만드는 판결"이라며 "조직에 반대되는 내부 제보자의 증언과 조직원들의 증언을 동일선상으로 놓는 한 공익제보자가 이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ㄱ씨는 "외부에서 보면 단순히 1대 다수로 증언이 갈릴 경우 당연히 다수의 증언이 신빙성 있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공익제보자를 만나 보라. 조직 내에서 나를 위해 법정 증언을 해줄 사람을 단 한 명도 구하기 어렵다. 나 역시 나를 위해 나서겠다는 사람을 겨우 한 명 찾았는데 막상 재판이 시작되니까 연락이 끊겼다. 몇 차례 공판이 진행되더니 오히려 회사 측 증인으로 나오더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차기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3월 책 출간을 통해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역사 앞에 낱낱이 밝히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도 했다.

A4용지 150쪽가량으로 예정된 회고록에서 김 전 청장은 권은희 의원이 "편견에 가득찬 허위진술을 했다"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경찰을 그만둔 직후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다. 그의 고향이기도 한 대구 달서을 지역구는 이해봉 전 의원이 4선까지 지냈다가 2012년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경찰대 출신인 윤재옥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곳이다. 판결 다음날인 1월 30일 김 전 청장은 대구 달서을 지역구에 달구벌문화연구소를 차리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에게 출마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본인도 정치판에 뛰어든다면 퇴직 이후 야당 국회의원이 된 권은희 의원보다 나을 것이 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관계자는 "2013년 국정감사 때 윤 의원이 같은 경찰 출신이라며 김 전 청장에게 유리한 발언을 많이 했다. 벌써부터 옛정을 잊은 것에 대해 웃고 마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제보자들이 오히려 기소당해
김 전 청장 사건뿐만 아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에서 공직선거법으로 처벌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경우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받아들여졌지만 공직선거법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야권에서는 2월 9일 예정된 2심 선고 내용 역시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내부에서 정치개입을 한 사이버사령부의 옥도경, 연제욱 전 사령관이 유죄를 받긴 했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1심)은 연 전 사령관에게 금고 8월, 집행유예 2년, 옥 전 사령관에게 선고유예를 처분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정치관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내렸지만 애초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안이다. 사이버사령부의 윗선인 국방부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지 못했고, 실형이 아니기 때문에 군인연금 등에서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직원 개개인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애초에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개개인에 대해서는 상부의 명령을 수행한 것일 뿐이라며 기소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의 1심 결과가 나온 이후 참여연대가 국정원 직원 31명을 고발했지만 넉 달 가까이 감감무소식이다. 참여연대 측은 "원 전 원장 판결문을 토대로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여지껏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정치공작의 상징처럼 알려진 닉네임 '좌익효수'의 경우 1년 반이 넘도록 수사에 진척이 없다. '좌익효수'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으로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디씨인사이드 연평도북괴도발 갤러리(연북갤) 등에 16건의 글과 3400여건의 댓글을 게시했다. 댓글의 상당수는 호남을 비하하거나 야당 소속 정치인 등을 모욕하는 내용이었다. 대선 직전에는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비하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등은 2013년 7월 좌익효수를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은 좌익효수가 자신들의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같은 해 9월 검찰은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 맞다고 확인했다. 좌익효수의 정체가 국정원 직원으로 드러난 직후 인터넷 방송인인 '망치부인' 이경선씨가 좌익효수를 모욕, 협박 등의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이듬해 1월과 3월 이씨와 이씨의 남편이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이씨 역시 이후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이씨는 "좌익효수는 2011년 초부터 나와 내 가족들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 심지어 내 딸을 납치해서 성폭행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는데 그땐 국정원 직원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분명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담당검사 사무실에 두께가 30㎝가 넘는 범죄기록이 놓여져 있었고, 검찰 쪽에서도 처벌 의지를 보였다. 6월 정도에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후에는 전혀 진행상황을 알 수가 없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사이동 때문에 자꾸 사건 담당검사가 바뀌면서 절차가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의 판결문은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 기간 중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인터넷 활동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급작스런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역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직선거법으로 유죄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개입의 진상을 밝히려던 사람들이 힘겨운 법정 싸움에 직면해 있다. 권은희 의원 측은 "김 전 청장의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모해위증죄 위반 혐의로 수사가 시작될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오빠를 '국정원 직원'으로 명예훼손했다는 이유로 2월 5일 검찰에 기소당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에 연루된 4명의 새정치연합 의원(강기정·김현·문병호·이종걸)에 대한 첫 공판은 3월 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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