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역사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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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10-09 07:37 조회1,4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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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역사전쟁 중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8일 교육부에 대한 마지막 국정감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여야(與野)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면서 국감장은 '역사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이날 국감의 첫 순서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보고였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황 부총리에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가 코앞이라는데, 왜 제대로 된 보고를 안 하느냐"며 교육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황 부총리는 "아직 교과서 구분 고시가 확정되지 않았다" "사전에 교육부 장관이 예단을 하도록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요구가 잇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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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교과서 국정화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큰 목표로 일관되게 '아버지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해왔는데, 그 때문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히틀러의 나치가, 일본의 제국주의가, 우리나라의 유신 체제가, 북한이 국정 교과서를 한다"고 했다. 배재정 의원은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라고 했고, 유인태 의원은 "유신 미화 교과서를 만들어 국민 통합이 되겠느냐. 아베(아베 신조 일본 총리) 따라 하는 거다. 하는 짓이"라고 했다. 이런 비판에 황 부총리는 "대통령이 교육부에 내린 큰 지침은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만드는 교과서가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맞섰다. 황 부총리는 "국민 통합을 이뤄내는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도 황 부총리를 지원했다.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쿠데타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고, 윤재옥 의원은 "대통령이 아버지의 명예 회복 위해 국정 교과서로 결정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했다. 유재중 의원은 "검정 교과서 가운데는 북한의 주체사상이 '북한의 실정에 맞춰 주체적으로 수립한 사상'이라고 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경기도에선 중학교 수학 시간에 교사가 최근 북한 지뢰 도발과 관련, '북한이 지뢰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계속되면서 오전 국감은 시작도 못한 채 정회(停會)됐다. 국감은 오후에 재개됐지만,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반쪽으로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 교과서는 친일 독재 교과서' 등의 피켓을 각자 책상 위 노트북 PC에 붙여두고 국감을 진행했으며, 오후 내내 "여당에 제출된 검정 교과서 분석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30분까지 이런 의사진행발언만 이어졌다. 박주선 상임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으로 날 새겠다"고 했다. 이 바람에 이날 출석한 중앙교육연수원 등 교육부 산하기관의 증인과 참고인들은 발언 한마디 못하고 귀가했다 


여야가 전면적인 역사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전선은 역사교과서의 검정제도 유지냐, 국정으로의 전환이냐다. 하지만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겨냥하고 있는 정치권의 셈법은 한층 복잡하다. 여권은 역사전쟁에서 야권의 아킬레스건 격인 종북논란의 재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궁극적으로 상대의 정체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의도가 숨어있다. 더 나아가 총선 및 대선의 프레임 선점과 지지층 결집까지 염두에 두고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진지전양상도 보인다. 


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촉구 결의대회를 방불케 했다. 김무성 대표는 대다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성향에 물들어 학생들에게 획일적 역사관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화가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야권의 지적에 대한 반격이다. 당 지도부는 일제히 국민통합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역사전쟁은 역대 정부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잇달아 출범시켜 역사 다시 쓰기를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첫해인 200810년간 이어진 좌편향 역사교육을 바로잡겠다고 밝혀 여야 간 ‘1차 역사교과서 전선이 형성됐다. 2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검정제 유지(43.1%)와 국정 전환(42.8%)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국정 전환을 찬성하는 의견이 66.5%, 새정치연합은 검정제 유지가 69.5%로 확연히 갈리고 있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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