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당국 못믿는 시민들, “내 몸은 내가 지킬 수밖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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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6-04 13:40본문
메르스, 당국 못믿는 시민들, “내 몸은 내가 지킬 수밖에,,,”<2>
메르스 격리 4일오전,1600명 넘고 감염의심자 600명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감염의심자와 격리자가 계속 늘어나 각각 600명과 1600명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4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현재 감염확진자는 35명, 감염의심자는 601명이라고 밝혔다. 감염의심자는 하룻밤새 133명 늘었지만, 전날 하룻동안 468명이 감염의심자로 확인된 것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 복지부는 또 이날 현재 격리자는 전날 1364명에서 303명 늘어난 1667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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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자택격리는 1257명, 기관격리는 144명이다. 현재까지 누적 격리해제자는 62명이다. 복지부는 또 "2번, 5번, 7번 환자는 완전히 회복한 상태"라며 "48시간 간격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1번, 14번, 16번 환자는 현재 상태가 불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난 괜찮겠지…" 안일함이 포비아 키운다
홍콩 바이러스 전문가, 전파력 강한 변종 가능성 주목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급속도로 확산된데 대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파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이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말릭 페이리스 홍콩대 교수는 "외래 유입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겪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리스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원인임을 밝혀내는데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학자다. 페이리스 교수는 이어 "연구자들이 가능한 한 빨리 바이러스를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바이러스의 완전한 유전자염기서열 정보를 파악하는 것 또한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 믿을 수 없어 “내몸은 내가 지킨다” 시민들 마스크 출근
밤사이 5명이 추가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로 확인돼 총 환자수가 35명으로 늘어난 4일 아침, 시민들은 불안함 속에 일터와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사람이 많은 곳과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등 '내 몸은 스스로 지킨다'는 생각 아래 개인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6시쯤 서울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7시40분쯤 서울, 민소매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시원해 보이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검은색 마스크를 차고 있었다. 그는 "학교로 가는 길에 버스를 두번, 지하철을 한번 탄다"며 "집 밖에 나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인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있던 김모(25)씨도 "마스크를 쓰면 사람들이 한번씩 쳐다보는 것 같기는 하다"면서도 "아무도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내몸은 내가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버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150번 버스를 타고 출근 중이던 직장인 김모(38)씨는 "마스크 하나로 메르스를 예방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마스크를 착용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는 정부의 적절치 못한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날 사당역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확실히 어제랑 다르게 지하철 곳곳에 마스크 쓴 사람들이 눈에 띈다"며 "어제만해도 마스크 쓰는 사람들이 극성이다 싶었는데, 오늘은 나도 마스크를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메르스와 공포심의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와 정보공개가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릉역에서 만난 회사원 정모(29·여)씨도 "동료들 중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메르스와 관련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확한 정보를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사원 김모(27·여)씨는 "약국에서 파는 마스크는 차단률이 80~90%라고 하는데 의사인 지인에게서 차단률이 더 높은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구해서 쓰고 있다"며 "믿고 따를 수 있는 지침이 없으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의 이유:
현 메르스 비상시국에서 불특정 다수가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착용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큰 광장이나 넓은 홀 같은 환기가 잘되는 장소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의한 공기감염이 일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버스, 지하철 같은 좁고 작은 밀폐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매우 안전하다. 이번 사태 확진환자 대부분이 바이러스가 증식작용을 할 수 있는 병원의 밀폐된 병실, 공기환기가 잘되지 않는 곳에서 발생했다. “내몸은 내가 지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일"은 마스크 착용이다. 이는 현 메르스 시국에서 거의 시민의식 함양, 일종의 공공 에티켓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