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지식인 1000명 “국가경제 외환위기 수준인데 국회는 헛바퀴”
페이지 정보
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1-28 08:03본문
전문가,지식인 1000명 “국가경제 외환위기 수준인데 국회는 헛바퀴”
지식인 1000명이 모여 ‘경제위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선언을 했다. 현재 경제상황이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국가전복의 정치음모가 있는 좌익선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주목을 끌고 있으며 실물경기 상황으로 보아도 피부에 와닿을 정도인데 정부는 국회타령을 하고있고 여당은 야당탓만을 하고 있다. 실제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당도 지금 무엇이 심각한지 정부와 여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책액션이 없는 실태라서 국민은 더 춥기만 하다. 이번 선언은 경제학자들 뿐만아니라 전 관료와 법조계·시민사회단체 등을 망라한 지도층이 한목소리로 위기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라 매우 이례적이다.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증유의 경제위기 적극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에선 정치권·정부에 대한 쓴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한선재단 이사장과 조동근 명지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등 우리사회 지식인들은 현재 상황이 외환위기 파고를 불러온 1997년 말과 비슷하다고 우려했다. 박재완 이사장은 “정치권이 경제 구조개혁에 전력해야 하는데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통과와 노동개혁의 진도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위기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위기선언까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반도체·선박·철강 등 주력산업의 노후화로 수출이 지난해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의 포로가 돼 있고 노동개혁은 국회에서 공전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경제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의 심장인 기업의 위축세가 뚜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 1만2000여 곳(직원 50명, 자본금 3억원 이상)의 지난해 매출은 2231조원으로 2006년 조사를 시작한 뒤 처음 줄었을 정도다. 지난달 수출은 6년2개월 만에 최대 폭(-15%)으로 줄어들면서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백척간두의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도 경제주체들의 상황인식과 정치권의 대처의지는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 타개 방안으로 지식인들은 “신성장 동력 확보와 고용증대를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료법·관광진흥법 개정안 등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정부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설상가상 2017년 부동산 위기설
이런 가운데 국내 부동산시장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2017년 부동산 위기설’인데 그 실체가 무엇인가? 먼저 지난 26일 발표된 한국은행 ‘지역경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최근 주택시장 상황 및 전망’을 조사했는데 국내 부동산시장 전문가 25명과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307곳이 대상이었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 모두가 “내년에도 서울·수도권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5% 이상 오른다”는 응답도 16%에 달했다.
그러나 지방은 달랐다. 전문가 33.3%가 “내년 지방 집값이 0~5%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중개업자 절반 이상도 “내년 충청권과 대구·경북권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그간 주택 공급이 많았거나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분야 전문가 83.3%는 “앞으로 2~3년 후 지방 집값이 조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수도권(58%)보다 부정적 인식이 컸다. 현지 중개업자 80%가량도 강원·제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방의 집값 조정 가능성에 공감했다. 최근의 ‘주택 공급 과잉’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2~3년 뒤부터 지방발(發) 부동산 침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KDI “올해 16년내 최대분양…공급과잉 우려↑”
사실 2017년 위기론은 한국은행이 처음 거론한 것은 아니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지난달 말 내놓은 ‘부동산시장 동향’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위기론을 낳은 핵심 배경은 ‘공급 과잉’이다. 요즘 필요 이상으로 아파트를 많이 짓고 있으니 입주시점이 되면 집이 남아돌아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논리다. KDI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49만 1594가구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00년 이후 연평균 분양 물량은 28만 3666가구였는데 평균치를 20만 가구 이상 웃도는 것이다.
전국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07년에도 29만여 가구에 불과했고 당시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규제를 피하려는 건설사의 ‘밀어내기 분양’이 판을 쳤던 때다. 이때 분양했던 아파트가 대거 입주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전국 곳곳에 불 꺼진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계약 해지, 입주 거부 사태까지 벌어졌다. 올해 분양 물량은 당시보다도 1.7배 정도 많다. KDI는 올해 분양한 아파트가 입주하는 2~3년 후 당시와 같은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경고한 이유다.
정부도 “공급 조절 필요해”
정부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취임 후 주택업계와의 첫 간담회에서 “앞으로 신규 주택 수요,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서 적정한 수준의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간의 부동산 경기 부양 기조를 뒤집고, 공급량 조절을 시사한 것이다. 사실 국토부는 2013년 장기주택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향후 10년간 적정 주택 공급 규모를 연평균 39만 가구로 추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국의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이 벌써 60만 4340가구에 달하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인허가 물량은 1990년 이후 15년 만에 70만 가구를 돌파할 전망이다. 1990년은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 호 건설 계획에 따라 분당·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에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던 때였다.
미국 금리 인상·대출규제 강화도 초읽기
또 다른 위기 요인도 있다. 미국 금리인상과 이에 대비하려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 방침인데, 이 같은 요인들이 맞물리면 부동산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으리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주택 구매 심리가 얼어붙어 2017년 이전에 침체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경기가 불황·회복·호황·후퇴기를 거치며 순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지만 부동산시장의 문제는 냉탕에서 온탕, 다시 온탕에서 냉탕으로 바뀌는 변덕이 무척 심하다는 점인다. 여기에 잊을 만하면 ‘대책’을 내놓고 부채질한 정부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급변하는 경기는 결국 집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지금의 위기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이제야말로 장기적인 수급 조절 방안 등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부동산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심각하게 다가 온 것이다. 국민은 지금 정치권을 “아무리 떠들어도 쇠귀에 경읽기라” 분노를 넘어 점점 증오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추적사건25시 경제,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