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기자회견 한다며 승복도주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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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1-20 10:28본문
한상균, 기자회견 한다며 승복도주 시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은신중인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이 19일 비열하게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도피를 막기 위해 경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전 10시경 민주노총 고위 여간부는 조계사 인근에서 승복 1벌을 구입했다. 이 간부는 종이 쇼핑백에 승복을 담아 한 위원장이 숨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방에 들어갔다 나온 간부의 손에 쇼핑백은 없었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승복으로 갈아입고 도피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승복 차림의 스님들을 일일이 검색했다.
같은 시간. 천막과 검은색 나무 깔판, 스티로폼 등을 실은 차량 3대가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경내 진입을 시도했다. 민주노총 측은 차량이 도착하자 오전 11시 입장 발표를 위해 경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차량 3대에 나눠 탄 민주노총 관계자는 진입을 막아선 경찰에게 “조계사 내부 행사를 위해 천막 등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릴 행사는 없었다. 거짓임이 드러나자 조합원은 “기자회견을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경찰은 기자회견만을 위해서는 천막과 한기를 막아 줄 스티로폼 등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천막 농성을 위한 도구라고 파악한 경찰은 차량 경내 진입을 막았다.
경찰은 숨 가빴던 이날 오전 상황을 한 위원장의 계획된 이중 도피 작전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찰과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어수선한 틈을 타 경내를 빠져나갈 계획이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이날 유독 많은 여성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은신처를 방문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성 조합원에 둘러싸여 경내를 빠져나가면 남성 경찰관들의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여성 경찰관을 추가로 배치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조계종 관계자는 “조계종 내부적으로 ‘한 위원장의 장기 체류 및 경내 투쟁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센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 측이 단순히 천막뿐 아니라 스티로폼 깔판 등을 가지고 온 것은 도피 시도가 실패할 경우 조계종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한 위원장이 실제로 천막 농성에 들어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한 위원장이 18일 조계종 사회적기구인 화쟁(和諍)위원회에 중재를 부탁하면서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불교 신도들로 이뤄진 대한민국 지키기 불교도총연합 등은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 위원장을 청정도량에서 즉시 추방하라”며 “조계사를 범법자 은닉단체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외쳤다. 한편 경찰은 14일 폭력 집회 당시 한 위원장 검거를 방해했던 노조원 1명을 18일 오후 인천에서 긴급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명 호위대로 불리는 노조원들을 속속 검거해 더는 그를 비호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