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 내리는 날, 대한민국 민주영웅 '거산(巨山)김영삼 전 대통령‘ 편히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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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1-26 21:45본문
흰눈 내리는 날, 대한민국 민주영웅 '거산(巨山)김영삼 전 대통령‘ 편히 잠들다
흰눈이 흩날리는 가운데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영웅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면(永眠)했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김 전 대통령은 다투는 형제를 타이르듯 "싸우지 말고 화합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전하고 국민들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박대통령, 건강악화로 오전 발인식 참석, 김영삼 전대통령 마지막 배웅
26일 오전 서울대 병원에서는 발인식이 거행됐다. 사흘 전 빈소를 찾아 조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대 병원을 다시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인식은 기독교 예배로 진행됐다. 고인을 애도하는 찬송가를 부르면서 유족들은 계속 눈시울을 붉힌 채 흐느꼈다. [김현철/故 김영삼 前 대통령 차남 : 주님께선 이 땅에 진정한 통합과 화합이라는 그런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주시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대통령이 누운 관이 영구차에 실리는 모습은 박근혜 대통령도 함께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고인의 명복을 빈 뒤, 영결식이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몸도 불편하신데 와주시고 많이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박 대통령은 영구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고인을 향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박 대통령은 유족과 함께 영구차가 장례식장을 벗어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감기로 건강이 좋지 않아 주치의가 영결식 불참을 권유했지만, 고인을 최대한 예우하고 싶은 뜻에서 장례식장을 다시 찾은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오후2시, 국회의사당 영결식 엄숙히 거행
국가장으로 치러진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서거 닷새 만에 국회의사당에서 오후2시부터 1시간20분 동안 엄숙하게 거행됐다. 부인 손명순 여사와 장남 김은철, 차남 김현철씨 등 유가족,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헌법기관장들, 주한 외교사절, 각계대표와 시민등 7,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안식을 기원했다.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영결식 조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평생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며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치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국민과 더불어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YS의 민주화 운동 동지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추도사를 하자 영결식장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김 전 의장은 추도사에서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넸다. 김 전의장의 얼굴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김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님은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면서 "대통령님을 모시고 정치역정을 함께한 많은 후배·동지들이 이 나라 정치를 바로 세우고 임께서 염원하셨던 상생과 통합, 화해와 통일의 그날을 반드시 실현해낼 것"이라고 추모했다.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된 여야 정치세력도 이날만큼은 화합을 다짐했는지 지역과 계층, 세대와 이념의 갈등을 풀어내고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통합의 정신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상도동자택, 기념도서관 인근 주민들, 눈물속 운구행렬 맞아
국회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행렬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 앞에는 눈발이 휘날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점심 무렵부터 고인을 추억하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조기를 게양한 상도동 사저는 오후 4시께 황토빛 나무 대문을 활짝 열고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든 장손 김성민씨를 맞았다.
고인의 영정은 10여분가량 천천히 사저 마당을 한 바퀴 돌며, 46년간 고인의 손길이 깃든 이곳에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인근 주민을 포함한 100여명의 인파가 고인의 마지막 자택 방문을 묵묵히 지켜봤다.
1990년대 말 붕괴 위험 진단을 받아 새로 지어진 상도동 사저는 대지 333.8㎡(101평)에 옥탑을 갖춘 2층짜리 건물이다. 상도동 사저는 고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에 반대하다 초산 테러를 당하고, 전두환 정권에 맞서다 가택연금을 당해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곳이다. 인근에 위치한 김영삼기념도서관에도 일찌감치 몰려든 시민 200여명이 고인의 영정과 운구차를 맞아 안타까운 심정으로 눈물을 머금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 전대통령 가는 길 마지막 안장식
이어 안장식이 치러진 충혼당 앞 제3장군묘역 객석에는 김 전 대통령과 65년을 함께해온 ‘평생의 반려자’ 손명순씨와 차남 김현철씨 등 가족들이 앉았고, 뒤이어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장례기간 동안 상주를 자처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이 끝까지 함께 했다. 의장병이 도열한 뒤, 무궁화가 그려진 김 전 대통령의 관이 묘소로 운구됐고, 차남 현철씨 등이 고인의 영단에 국화꽃을 올리고 향을 피워 올렸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엔 평소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고명진 수원침례교회 목사가 마지막 부활대망 예배를 집전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의 ‘이불’이 되어줄 성분(묘 만들기) 작업이 이루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거제도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삼천리 금수강산이 모두 나의 고향’이라는 뜻에 따라 전국 팔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 마사토를 모아 관 위에 흩뿌렸다. 고인을 기리는 조총이 발사되고, 진혼곡에 맞춰 유족들이 묵념하면서, 김 전 대통령을 현세에서 보내는 국가장 행사가 모두 끝났다.
김 전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대통령 중 4번째로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됐다. 그가 눕게 될 제3장군묘역 오른쪽 능선은 공작새의 왼쪽 날개에 해당하는 곳으로, 전체적으로는 ‘공작새가 날개 안에 각각의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는 지관들의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전날 이곳에서 알 모양 바위 7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묏자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46년을 살아온 상도동 자택으로 넘어가는 통문이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의 묘소 봉분 앞에는 목재로 만든 임시 묘비가 이날 세워졌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에 따라 내년 1월께 3.49m 크기의 석재 묘비가 세워지는데,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무늬가 윗부분에 화강석으로 조각되고, ‘제14대 대통령 김영삼의 묘’라는 글씨가 가로·세로 각각 20㎝ 내외 크기로 새겨질 예정이다. 묘두름돌과 상석, 향로대, 추모비도 추후 설치한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엔 수백명의 일반 조문객들이 안장식을 지켜봤다. 안장식장엔 일반 조문객의 출입이 통제됐는데 시민들은 안장식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충혼당 계단 쪽에서 안장식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대한민국 헌정사, 정치사의 한 획을 남긴 우리 국민들의 ‘영원한 민주영웅 巨山 김영삼 제14대 대통령’은 흰눈이 내리는 중에 국민들의 슬픈 애도속에서 ‘민주선진통일강국’의 숙제를 남긴 채 영원하고 편안히 잠들었다.
추적사건25시 특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