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비리, '정동화 전 부회장 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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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3-24 07:20본문
포스코 비리, ‘정동화 전 부회장 입’ 주목
포스코건설이 베트남에서 조성한 100억원대 비자금 중 40여억원을 박모(52) 전 베트남법인장(상무급)이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이 돈의 사용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23일 베트남 비자금 조성의 실무자인 박 전 법인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그가 비자금의 40여억원을 해외 영업에 사용하지 않고 국내로 빼돌리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포스코건설은 “비자금 전액은 현지 관행에 따라 베트남 발주처 등에 리베이트로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미 박 전 법인장이 횡령한 40여억원의 용처에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0여억원의 행방과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의문을 풀 ‘키맨’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체제의 2인자로 불리며 실세 역할을 했다. 플랜트부문 부사장이던 그는 2009년 2월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이 그룹 회장에 올라 공석이 된 포스코건설 사장에 취임했고 2012년 3월 부회장직까지 맡아 승진하며 포스코건설의 국내외 사업을 사실상 총괄했다. 작년 3월 물러날 때까지 그는 사실상 정 전 회장과 모든 임기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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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 전 부회장의 사장 재임기는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시기(2009~2012년)와 겹쳐 있다. 수사일각과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조직문화를 볼 때, 일개 상무급 인사인 박 전 법인장이 사장 몰래 100억원대 비자금을 해외에서 조성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이 박 전 법인장 등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거나, 묵인했다고 보 는 것이 상식적이며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검찰도 정 전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연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전 부회장은 이명박(MB)정부 시절 제기됐던 포스코 관련 각종 의혹에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MB정부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그리고 박 전 차관의 비자금 저수지로 알려진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과의 ‘친분설’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정 전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를 당시 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고 정 전 부회장이 바로 이들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맡았다는 것이다. 2012년 대검 중수부의 파이시티 비리 의혹 수사 때 이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 전 부회장과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친했다”고 말했다.
이때 정 전 부회장은 성진지오텍의 2012년 인도네시아 사업 컨소시엄에 자신의 처남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검찰은 MB정부 시절 정 전 부회장이 정치권과 밀접한 교류를 해 왔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결국 포스코의 거의 모든 의혹에 관련된 정 전 부회장 없이는 검찰 수사도 진척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정 전 부회장의 ‘입’을 열어야만 포스코건설 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 전 회장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야권쪽에 흘려진 정보
“포스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정준양 전 회장(67)은 2009년 1월 ‘회장직’에 오르기 전부터 온갖 구설에 시달렸다.”고 경향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이 ‘MB정부’ 실세들을 등에 업고 회장 후보군으로 급부상하자 정치권과 사정기관에는 각종 투서가 쏟아졌다고 이 신문은 보도하는데 정 전 회장의 업무상 배임·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이 담긴 투서는 포스코 현직 임원들이 1차 생산한 것으로 이후 검찰·경찰·국세청·국가정보원을 경유해 국회까지 퍼져나갔다고 한다.
23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복수의 ‘정준양 문건’에 적힌 정 전 회장의 비리는 크게 네 가지라고 전해진다. 우선 정 전 회장이 전자업체인 처남 회사의 생산물량 100%를 포스코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것이고 문건에는 “관련 분야에 경험이 없는 처남에게 업무상 노하우를 제공해 특허를 취득하게 했다”고 적혀 있다. 정 전 회장이 광양제철소장 재직 당시 동생이 발을 담근 원료회사에 일감을 줬다는 지적,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공사에서 특정업체가 부품단가를 부풀린 정황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담겨 있다. 또 포스코 대표이사 시절인 2008년 3월 포스코 주식 2100주를 주당 47만원에 매입해 수개월 뒤 60만원에 팔아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돼 있다. 정 전 회장은 의혹 대부분을 추천 과정에서 강력히 부인했다.
국회에서 ‘정준양 문건’을 입수했던 옛 민주당 관계자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임원들이 대리인을 통해 제보해왔다”고 전했다. 또 “고 박태준 명예회장도 (정 전 회장 인선에) 굉장히 분노했었다”며 그들이“우리 쪽에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2008년 12월24일 박 명예회장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 회장 인선에 대한 양측 견해차가 드러났다는 게 정설이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박 전 차관은 국회에서 당일 모임에 대해 “제게 ‘고생했다. 저녁 한 끼 사주겠다’고 해서 갔다”면서 “제가 공인이 아니고 자연인일 때”라고 선을 그었다. 문건에는 천신일 회장이 이끄는 세중나모와 포스코 사이의 의심스러운 계약도 언급되어 있다. 포스코는 2005년 11월16일 포항·광양지역 외주업체 ERP(기업 회계·인사·노무관리 시스템) 프로그램 공급업체로 세중나모를 선정했다. 이때만 해도 세중나모는 ERP 분야에서 ‘초보’였기 때문에 선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천 회장 역시 박 전 차관과 함께 포스코 회장 인선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었다. 당시 포스코에 대한 ‘정권 외압설’을 주도적으로 폭로한 정치인은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이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