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이혼이여!” 날아간 호남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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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1-10 07:04본문
“새정치민주연합? 이혼이여!” 날아간 호남민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민심에 대한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배경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창당작업 등 호남을 중심으로 한 신당 움직임’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당내에서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마음을 되돌려야한다. 천 의원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천 의원과 통합해야한다’는 통합론이나 ‘천 의원을 제압해야 한다’는 천 의원 vs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빅매치론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실제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 민심 이반은 예사롭지 않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지난달 6~8일 조사 때 36%에서 20~22일 45%까지 올랐으나 27~29일 37%로 하락했다. 이어 지난 3~5일 조사 때는 32%로 떨어졌다. 갈수록 낮아지는 지지율 수치만 놓고 봐도 당의 텃밭이자 뿌리의 지지율 치고는 참담한 실정이다. 여기에 10월 내내 국정화 반대 국민 여론이 높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심각한 지경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반감은 비단 호남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이 거주하는 수도권으로까지 파급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때문에 호남을 비롯한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도 팽배하다. 특히 9일 전국 1,300만명의 회원을 둔 호남향우회에서 ‘친노 살생부’ 명단이 돌고 있다는 한 언론 보도가 전해지자 의원들은 더욱 동요하는 분위기다. 한 보도에 따르면 호남 향우회 내부에서는 친노 비토 분위기가 확산되며 차기 총선에서 천정배 신당이나 박주선 신당을 찍을지언정 친노에겐 표를 주지 않겠다는 정서가 공유되고 있다. 한 향우회 회원은 정청래 전해철 홍영표 김경협 의원 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반감을 표한 뒤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광태 전국호남향우회중앙회 회장은 언론에 “아직 호남향우회 차원에서는 친노 낙선 운동 등 단체행동에 나설 생각이 없지만 친노는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는 게 대체적인 정서”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호남 민심 이탈 현상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에 당 내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천 의원과의 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호남의 외면은 수도권까지 여파가 미치기 때문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천 의원과의 선거연대 내지는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표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문 대표는 최근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여야 일대일 구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당사자인 천 의원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천 의원은 이와 관련 "지금은 신당의 맹아에 해당하는 추진위원회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다른 것을 신경 쓸 경황이 없다"면서 "낡은 것의 생명이 다하고 새로운 것이 떠오르고 있다"고 새정치연합에 날을 세웠다. 현재로선 통합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또한 천 의원이 새정치연합 심판론을 내세울 것이란 점에서 후보단일화 등 선거연대를 꾀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에 하나 천 의원과 연대할 경우에도 신당의 실체적 존재를 인정하는 셈이 돼 새정치연합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진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천 의원의 신당을 제압하는 정면승부를 택해야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남 고흥 출신에 광주 대동고를 졸업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광주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다. 차세대 호남 인물군으로 송 전 시장이 나서 천 의원과 빅매치를 이루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다. 송 전 시장도 이와 관련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는 호남부터 지켜야한다”고 주장한 뒤 천 의원에 대해 “지역주의를 비판해온 분이 수도권에서 광주로 내려가 지역에 기초한 정치를 하는 것은 정치의 퇴보다. 천 의원은 복당의 대상이지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다만 문 대표 등 지도부는 송 전 시장이 지난달 말 광주 출마를 선언하려한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지도부가 천 의원과의 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 전 시장은 이날 언론을 통해 광주 출마설과 관련 “광주 출마는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연말쯤 결정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와함께 호남의 신당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새 인물 수혈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광주 시장에 출마했다가 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해 탈당한 이용섭 전 의원의 복당이 거론되고, 호남권의 신진인사 영입을 통한 인적 쇄신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에서 수권정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자성론에서 멈추면 안 된다”며 “확실한 새 인물을 통해 호남에 총선과 대선 승리에 대한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날아간 호남민심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분노하고 등돌린지 오래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