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옥시수사 본게임 돌입, 옥시-허위,과장광고도 드러나

무려 103명의 무고한 국민생명을 앗아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다음 주부터 '책임자추려내기' 작업을 본격화한다.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인물만 전·현직 대표이사를 포함해 20∼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다음 주 제품 제조 파트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줄소환할 계획이다. 이번 주 인사, 민원, 마케팅쪽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기초 조사를 했다면 다음 주부터는 유해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불러 책임 유무를 따지는 수사의 '본게임'에 들어가는 것이다.

소환 대상에는 2001년 제품 출시 당시 옥시 대표이사를 지낸 신현우(68)씨와 제품 제조의 실무를 담당한 연구소장 등이 포함됐다. 옥시는 2001년부터 문제의 화학성분인 PHMG 인산염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제품명: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를 판매했다. 임신부와 영·유아 등 최소 103명의 사망자를 낸 제품이다. 검찰은 제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흡입독성 실험 등 성분 안전성 검사를 생략한 배경이 무엇인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영국 본사가 제품 제조·판매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핵심 조사 항목이다. 검찰은 당시 본사가 옥시 한국법인으로부터 제품 출시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옥시가 법적 책임을 피하고자 법인 성격 변경, 불리한 보고서 조작·은폐 등 각종 증거인멸 행위를 사실상 지시 혹은 방조한 게 아닌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 주 소환조사가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옥시측이 제품을 출시하며 용기에 인체에 안전한 것처럼 표기하는 등 허위 표시광고 행위를 한 것과 관련해 이날 마케팅담당 관계자 3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옥시 측은 당시 제품 용기에 '살균 99.9% -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는 등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옥시에 5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옥시측은 이에 불복해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검찰은 25일에도 마케팅 담당 직원 3명을 불러 허위 광고 혐의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