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사태, 국제적 망신살로 확산(2)
페이지 정보
작성자최혜빈 작성일 15-06-24 20:37본문
신경숙 사태, 국제적 망신살로 확산(2)
=====(이어)=====
출판사인 창비는 스스로 진흙탕에 몸을 던졌다. 창비는 ‘전설’의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라며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글을 전혀 모르는 무식한 출판사라고 광고하는 셈이고 위증이라면 참으로 가증스러운 발언이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게다가 창비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도하여 만든 대표적인 진보 성향 출판사다. 황석영의 ‘객지’,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등이 여기서 나왔다. 진보는 도덕을 먹고 산다. 그런데 그 도덕이 이런 도덕이었다. 타인에게는 가혹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책만 내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닭을 죽이기 싫었을 것이다. 이 닭 하나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데 수지타산부터 맞췄을 것이다. 위선과 욕심이 창비가 수십 년 쌓아온 명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이제 창비는 도덕과 정의를 입에 올리면 안 된다. 진보연하면서 사람들을 홀렸던, 막강했던 한 시절의 좌파 문화 권력이 문을 닫을 때가 된 것이다.
신경숙 씨는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 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상처만 남은 것은 신경숙 씨가 아니라 독자이며 믿어주시기를 바라기에는 표절 문제가 터져 나온 지난 15년 세월이 너무 길다. 진실 여부와 상관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된다.
누구는 문단 내부에서 해결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것은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도둑질이다. 판결에 따라 ‘불법적 행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인 배상으로 베껴 쓰기에 대한 대가를 치루면 된다. 가장 최근의 인터뷰에서는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표절은 했지만 기억은 없다는 얘기다. 그나마 옹호하던 독자들마저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믿을 수 없게 된 건 그녀의 스스로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신경숙 씨의 소설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건 또 무엇을 베낀 걸까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 현재 상황을 그녀는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 미시마 유키오는 정신은 괴물이었지만 문학 하나는 진짜 ‘예술’이었다. 배를 가르러 가는 새벽까지도 그는 글을 썼다. 인생을 마감하러 가는 상황에서도 원고 마감은 지켰던 것이다. 베끼려면 이런 정신을 베낄 것이지 대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
최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