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사건25시

신참 여경 2명, 같은시각 생명구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류재복 작성일 15-03-04 17:42

본문


khan_20150304060605742.jpg 

지난달 처음 경찰 정복을 입은 새내기 여경 2명이 부산과 서울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시민 2명을 이틀 간격으로 각각 구조했다. 두 여경이 시민의 목숨을 구한 시각은 똑같이 오후 7시40분. 한겨울 어둠이 깔린 시각, 새내기 여경들의 침착한 대처와 진정성 있는 설득이 생과 사의 문턱에 선 시민의 목숨을 구했다.

지난 2월17일 오후 7시3분. "딸이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첫 출근한 부산 남부경찰서 광남지구대 소속 유미나 순경(33)은 선배들과 함께 순찰차를 타고 수영구의 한 아파트로 향했다. ㄱ씨(33·여)는 13층 옥상 난간에 서있었다. 유 순경은 ㄱ씨가 동갑내기라는 얘기에 '친구를 반드시 살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유미나 순경(왼쪽)·김아름 순경119 구급대원들이 안전매트를 설치하는 동안 시선을 돌리는 게 첫번째 임무였다.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유 순경은 등을 돌리고 선 ㄱ씨를 향해 "고민 있으면 들어주겠다. 내려와서 얘기 좀 하자"고 말을 건넸다. ㄱ씨는 잠깐 돌아본 뒤 "할 얘기 없다. 가라"고 쌀쌀맞게 답했다. 유 순경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또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ㄱ씨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오후 7시25분. 현장에 도착한 ㄱ씨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렸다. 유 순경은 ㄱ씨에게 "엄마를 봐서라도 한번 더 생각하라.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유 순경은 ㄱ씨와 어머니의 대화를 중개했다. ㄱ씨 목소리가 달라졌다고 느낀 유 순경이 "가까이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7시40분. 30분간에 걸친 설득 끝에 ㄱ씨가 마음을 돌렸다. 유 순경은 ㄱ씨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ㄱ씨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두 달간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며 "최근 직장 문제로 우울증이 생겼고, 20㎏ 이상 체중이 불어 무기력증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유 순경도 수험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과거를 고백했다.

이틀 뒤인 19일. 순찰차를 타고 마포에서 여의도 방면으로 복귀 중이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소속 김아름 순경(30)은 술에 취한 채 마포대교 차도 위를 거닐던 ㄴ씨(78)를 발견했다. 김 순경은 ㄴ씨에게 "댁으로 모셔다드리겠다"고 했지만, ㄴ씨는 싫다고 했다. 김 순경의 거듭된 설득에 ㄴ씨는 "명절인데 가족들도 못 보고 너무 처량해서 술을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ㄴ씨를 구조한 김 순경은 "할아버지, 기운 잃지 말고 용기 내서 사시라"고 말했다. 시곗바늘이 오후 7시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김 순경은 앞서 이날 낮 12시53분쯤 마포대교 철재 난간에 매달려 있는 ㄷ씨(42)도 구했다. 발견 당시 ㄷ씨의 몸은 한강을 향해 절반 정도 기울어져 있었다. 김 순경은 "무조건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김 순경은 이날 출근 나흘째였다.

[류재복 대기자]



주요사건

주요사건

주요사건

Total 2,252건 11 페이지

주요사건

주요사건
  • ‘압구정 롤스로이스 도주사건’ 가해자·의사 중형 선고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최민혜)에 따르면 일명 ‘압구정 롤스로이스 도주 사고’로 불리는 신 모씨 뺑소니 사건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

  • 北, 오물 풍선 260여개 살포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29일 합동참모부에 따르면 북한이 풍선에 오물, 쓰레기 등을 담아 대한민국을 향해 살포한 것으로 발표됐다.며칠 전 북한은 국내 대북 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와 …

  • 北 해커조직 ‘라자루스’ 법원 기록 등 2년간 해킹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1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국가정보원, 검찰청에 따르면 북한 해커 조직 라자루스가 우리 법원 재판 기록 등을 해킹했다.북한 해커 조직은 지난 2021년 1…

  • 집단행동 전공의 대다수, 행정·사법 처벌 임박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4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의대증원에 반대해 근무지를 이탈해 거리로 나선 전공의들에게 예고한 강력한 조치로 행정·사법 처벌이 임박했다.지난해 4월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