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블랙프라이데이 인가?”,소비자들 “속았다” 불만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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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혜빈 작성일 15-10-01 21:0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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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블랙프라이데이는 90%세일인데 할인 폭은 겨우 10%,
그나마 이월상품들
1일 오전 10시반,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최모(56.여)씨는 정부가 주도한 '한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리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정문에 줄을 섰다. 비도 오고 중국 관광객(유커)들로 붐볐지만 '대박 할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려고 했던 화장품 등이 세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큰 실망을 했다.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길래 왔는데, 완전 '꽝'이다. 꽝! 화장품, 구두, 이불 가게 등 다 둘러봤는데 평상시 세일보다도 못했다. 이럴거면 최대 할인을 한다고 하지나 말지, 중국인들도 우리처럼 속은 기분이 드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최씨와 함께 쇼핑을 하려고 온 이모(58.여)씨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이름을 따와서 기대한 내가 잘못"이라면서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독일산 그릇 등이 90%나 세일을 해서 엄청 많이 샀었다. 그걸 기대하며서 왔는데 정말 대실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1층 화장품 매장과 2층 의류매장 등은 유커들과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소식을 듣고 온 한국인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유커들은 삼삼오오 떼지어 화장품 매장에서 상품 테스트를 해보고 한보따리 선물을 사갔다. 그러나 한국인 소비자들은 화장품이 세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불만족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한 명품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 들린 권모(30.여)씨는 "로드샵 화장품 이외 비싼 명품 화장품 브랜드 세일을 하는 줄 알고 왔는데 하나도 세일을 안한다고 하더라"면서 "대신 얼마를 사면 상품권을 주는 프로모션을 한다고 하는데 이게 그랜드 세일이냐"고 반문했다. 실제 1층 화장품 매장 직원은 "백화점 1층의 화장품 전 매장은 세일이 없다"면서 "브랜드 별로 상품권 행사가 들어간다. 우리도 30, 60, 100만원 이상 구입하면 상품권이 나가는데 30만원에 1만 5천원 상품권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2층 의류 매장에는 브랜드 별로 10%~50%까지 가을 상품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정기 세일 보다 눈에 띌 정도의 큰 폭의 할인은 아니었지만 가을 상품을 할인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이모(45.여)씨는 "대폭 세일을 바라고 오면 실망하겠지만 소폭의 할인으로 가을 신상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도움일 될 것 같다"면서 "기대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한정 수량의 세일 상품 정도가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지하 1층에서 진행한 한 가방 브랜드 세일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정 수량으로 모든 가방이 15만원에 판매됐다. 종로구에 사는 김모(58.여)씨는 "딸 주려고 가방을 샀는데 이월 상품이 아니고 신상인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도 "이 가방 빼고는 평상시 세일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과 현대 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신세계 본점을 다녀온 주부 김현진(34.여)씨는 "신랑 가방이 마침 필요해서 둘러봤는데 정기세일 이상으로 할인하는 상품이 아예 없었다"면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북적이기만 했다"고 혹평했다. 이날 서울시내 백화점 곳곳에는 빨간 글씨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대문짝만하게 붙여져 있었지만, '원조 블랙프라이데이'나 말그대로 '대폭 할인'을 기대하고 온 소비자들에겐 무색했다.
행사장을 제외한 다른 일반 매장에서는 행사 품목과 할인 폭을 적은 팻말을 세워놓았고 우산이나 에코백 등 특별감사품을 증정한다는 내용도 쓰여있었다. 하지만 행사 품목은 주로 의류에 국한됐고 할인 폭도 기본적으로 10%에 머물렀다. 50~70%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들은 대부분 이월 상품들이었다. 용산구 효창동 주민 최모(44·여)씨는 "큰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백화점에서 정기적으로 하던 세일과 다를 바가 없다"며 "신상품 가격을 대폭 낮춰야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몇 바퀴 돌다 성에 차지 않아 소파에 앉아있던 한 소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 일찍부터 비맞고 왔는데 살 게 없어 이러고 앉아 있다. 일부러 서둘렀는데 시간이 아까운 지경이다“
준비부족 확연히 들어나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준비 기간이 짧은 데다 할인율에 큰 영향을 줄 제조업체가 동참하지 않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는 비교하기 힘들다"며 "정기세일에 할인율을 조금 더 보태는 정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는 과자나 즉석밥, 커피믹스 등을 한데 모아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라는 이름과 함께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할인의 폭은 크지 않아 보였으며 소비자들 또한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다. 종로구에 사는 서모(40)씨는 "그랜드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거창한 행사처럼 보였는데 막상 살펴보니 가격이 그렇게 싸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전통시장 200곳도 참여했다. 이 가운데 서울 용산구의 한 전통시장은 점포별 10~20% 세일과 경품 추첨 등을 진행한다고 알렸지만 이날 실제로 찾은 시장에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비가 많이 와서 시장 거리를 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들뿐더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알리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주에 끝난 다른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만이 시장 입구에 걸려 있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면서 "이곳은 단골들만 주로 찾는 시장인 데다가 행사를 대대적으로 한다 해도 대형마트 때문에 손님을 끌어모으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옷가게, 떡집, 슈퍼마켓 등의 다른 상인들 또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협의를 끝낸 뒤 현수막도 설치하고 상인들에게도 행사 내용을 알릴 것"이라며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관심을 끌고 있었지만 네티즌 대부분은 "보여주기 식이다", "누구를 위한 세일인가"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도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소비 진작 행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행사를 진행하라면 오래전부터 기획, 매입, 작업 등을 거쳐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며 "유통업계 전체가 소비 진작을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소비자들의 성에 안 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