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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땅, 中 富者1代 1천명이 1조원어치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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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재복 작성일 15-02-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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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지난해 8월 제주도 한 리조트를 분양받은 중국인 쉬(徐)모(38)씨의 남편 A씨는 상하이에서 통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1970년대 산둥(山東)의 농촌에서 태어난 A씨는 1990년대 초 상하이의 한 명문대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4년간 증권 회사에 다니며 돈을 모아 창업했다. 중국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회사 규모는 매년 두 배씩 커져 지금은 상하이 증시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쉬씨는 "당시 중국에서는 업종만 잘 고르면 성공이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남편이 하는 회사는 지난해 법인세로만 1억위안(약 175억원) 넘게 냈다고 한다.

쉬씨의 아들(11)은 제주도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는 "이곳 국제학교 수준이 높다고들 해서 지금 살고 있는 리조트를 샀다"며 "50만달러(약 5억4500만원) 이상 투자하면 나중에 영주권도 받을 수 있다길래 집도 50만달러짜리로 샀다"고 했다. 상하이에 1000만위안(약 17억원) 넘는 집이 다섯 채라는 쉬씨는 "제주도 리조트는 그에 비하면 싼 편"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리조트에 사는 다른 중국인들도 다들 같은 생각"이라고 전했다.

'제주도의 리조트와 콘도를 사라. 50만달러 이상이면 거주자(F2) 비자를 주고 5년 뒤 영주권도 준다.' 2010년 제주도가 투자이민 제도를 도입한 지 5년 만에 F2 비자를 받은 외국인이 1000명을 넘어섰고, 투자 규모도 거의 1조원에 이르렀다. 투자 대상으로 지정된 휴양시설에 투자해 F2 비자를 받은 사람은 11개국 1007명. 제주도는 이르면 1~2년 안에 영주권을 얻는 첫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민' 1호는 중국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 투자이민의 98.4%인 991명이 중국인이고, 홍콩 출신까지 합치면 99%가 사실상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취재팀은 제주도 고급 리조트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사들인 이들 중국인을 취재했다. 그들은 관광지에서 떠들썩하게 몰려다니며 쇼핑을 즐기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와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이었다. 제주도에서 만난 이들 대부분은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출신의 40·50대 금융 자산가·사업가였다. 우리 돈으로 최소 수십억대 자산을 가진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중국에선 우리를 '푸이다이(富一代)', 즉 스스로의 힘으로 부를 일군 첫 세대라고 부른다"고 했다.

2013년 1월 제주시 한림읍의 R리조트 150㎡(약 45평)짜리 집을 구입한 천(陳)모(43)씨, 루(彔)모(42)씨 부부는 상하이 창닝(長寧)구에서 부동산업을 한다고 했다. 창닝구는 상하이 서쪽으로 훙차오(虹橋)공항이 있어 교통 중심지로 급속하게 발전했다. 천씨 부부가 사는 집은 창닝구에서도 부촌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천씨는 "제주도에 리조트를 산 중국인들 열에 여덟은 우리처럼 '이셴청스(일선성시·一線城市)' 출신"이라고 말했다.

이셴청스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일컫는 중국어. 천씨는 "대부분 명문대를 나와 IT나 금융·부동산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40·50대 푸이다이로 중국 기준으론 재산이 최소 1000만위안(약 17억원) 이상인 사람들"이라고 했다. 법무부의 제주 투자이민 자료를 봐도 F2 비자를 얻은 외국인 1007명 중 60%인 604명이 40·50대다. 40대 미만은 362명(36%), 60대 이상은 41명(4%)이다.

푸이다이는 평당 1100만원을 호가하는 제주도 리조트를 거리낌 없이 사들이는 큰손이다. 이들이 주로 사는 곳은 제주시 한림읍의 R리조트와 A리조트, 서귀포시의 H리조트와 O리조트 등이다. 푸이다이가 가장 먼저 입주하기 시작한 것은 R리조트였다. 애초 2010년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던 이 리조트는 분양 실적이 부진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푸이다이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이 리조트 관계자는 "2012년 상반기부터 중국인들이 개별적으로 찾아와 한두 번씩 골프와 테니스 등을 즐기며 리조트를 둘러보더니 그 자리에서 계약하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2014년 8월 총 934가구 분양이 완료된 이 리조트는 절반인 475가구가 외국인 소유인데, 그중 449가구가 중국인 것이다. 중국인들은 한 해 평균 30일 정도만 이곳에 들러 쉬고 나머지 11개월은 집을 비워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관리비 30만원은 꼬박꼬박 나가지만 그걸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리조트 관계자는 전했다. 푸이다이가 많이 사는 A리조트도 414가구 가운데 369가구, H리조트는 400가구 가운데 369가구가 외국인 소유다.

현재 부동산 투자이민 제도 적용을 받는 제주도 리조트 10곳 2482가구 가운데 외국인 소유는 1522가구(약 61.3%)에 이른다. F2 비자를 받은 사람은 1007명이지만 1인당 2채 이상 구매가 가능해 가구 수는 그보다 훨씬 많다. 푸이다이가 몰려오면서 부동산 투자로 F2 비자를 얻은 외국인 숫자도 2010년 3명, 2011년 8명, 2012년 155명, 2013년 476명, 2014년 1007명(누적)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인들을 오래 상대한 사람들은 푸이다이와 요우커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리조트의 명품관 직원은 "푸이다이는 아주 조용하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거나 부를 과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의 요우커들도 명품관엔 오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비율은 낮다. 반면 푸이다이는 혼자 와서 한 번에 수백만원어치를 사들고 조용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들은 심지어 같은 리조트에 사는 중국인들끼리도 서로 잘 모를 만큼 사생활을 중시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본주의의 성취를 맛본 푸이다이들은 스트레스 넘치는 중국에서의 삶과 다른 제주도의 느린 생활과 맑은 자연, 질 높은 자녀 교육에 끌린다고 했다. 한림읍 A리조트에 사는 장(張)모씨는 "중국에 재산은 충분히 있다. 내가 제주도를 택한 것은 가까운 곳에서 조용한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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