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시중은행 대여금고 검은돈 거래창구 구멍’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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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사회팀 작성일 16-11-16 06:32본문
최순실 사태, ‘시중은행 대여금고 검은돈 거래창구 구멍’도 드러나
최순실이 개설한 케이이비(KEB)하나은행과 케이비(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대여금고들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잇따른 가운데 금융당국이 직접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특히 하나은행의 대여금고는 금융실명제 아래서도 사실상 ‘검은돈 거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최순실씨와 관련해 은행 대여금고에 대한 의혹이 있다고 해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금고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마다 다른 대여금고 운영방식, 최순실 등의 금고 개설 실태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9일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마쳤으나, 당시엔 대여금고 관련 문제점을 살펴보진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지난 10일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의 최씨 대여금고뿐 아니라 국민은행 대여금고에 대해서도 추가로 압수수색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최순실의 ‘수상한 대여금고’와 관련해 가장 큰 의혹이 쏠리는 곳은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이다. 이 지점은 지난해 말 19살이었던 최씨의 딸 정유라가 무역거래에서 주로 쓰이는 보증신용장을 발급받는 방식으로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특혜대출 의혹에 휘말렸다.
최순실은 자신이 브이아이피(VIP) 고객 대우를 받던 문제의 지점에 대여금고를 개설했고, 하나은행은 대여금고를 사실상 금융실명제법의 ‘예외지대’가 될 수 있도록 운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대여금고는 수동식과 컴퓨터식으로 나뉘는데, 컴퓨터식 금고는 다른 시중은행에 견줘볼 때 검은돈의 ‘보관’뿐 아니라 ‘거래’에도 이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대여금고의 경우 개설자가 금고에 넣어두는 물건의 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점은 은행마다 똑같다. 하지만 하나은행 컴퓨터식 금고는 ‘금고 접근자’의 신분이 기록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금고 방에 입장할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금고를 여는 데는 열쇠를 활용한다. 하지만 금고 주인이 제3자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열쇠를 건넨다면, 누구나 금고에 접근할 수 있고 접근자의 신분을 기록하지도 않는 시스템이다. 이는 지문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한 뒤 금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신한은행이나 본인 외에 대리인을 지정할 수는 있지만 금고에 접근할 때마다 신분확인을 하도록 하는 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 운영 시스템과도 크게 달랐다. 시중은행들은 주로 개인 우수고객에게 귀중품 보관용으로 대여금고를 개설해주는데, 하나은행은 개인뿐 아니라 법인을 대상으로도 이런 대여금고를 개설해주고 있다.
대여금고는 크기에 따라 대·중·소형으로 나뉘며 은행이 보관물품을 확인하지 않아 비밀이 보장된다. 형식적으로 보증금과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면제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이런 대여금고 시스템 아래서는 최순실이 은행 대여금고를 통해 기업이나 개인 등과 돈거래를 했다 하더라도 금고 접근자 신분, 내용물 이동 흐름 등의 기록이 남지 않아 추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브이아이피 고객이 하나은행 방식 대여금고 시스템으로 누군가와 돈을 주고받으려 한다면 대리인을 보내어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대여금고 운영이 금융행위가 아닌 보관 업무로 보기 때문에 금융실명제 취지를 들이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