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조신형 “박근혜정부 바닥민심 심각”
페이지 정보
작성자유재복 작성일 15-02-14 13:29본문
시의원에서 ‘택시기사’로… 조신형 전 대전시의원
[류재복 대기자]
지난해 연말 택시기사로 전업(?)한 조신형 전 대전시의원(지금은 ‘조 기사’로 불린다)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시의원을 지내고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3040특별본부 총괄단장으로 활약했으며,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 배재대 객원교수까지 했던 그가 갑자기 ‘운전대’를 잡은 이유가 뭘까. 12일 오후 잠시 쉬는 시간을 빌어 조 전 의원을 만나봤다.
언제부터 택시운전을 시작했나.
지난해 12월 29일 처음 일을 시작했으니 벌써 50일 다 돼 간다. 오후 6시에서 새벽 6시까지 일을 하는데, 아직까지 사납금을 못 채운적은 없어 다행(?)이다.
갑자기 ‘운전대’를 잡은 이유는.
택시를 두고 대중교통이냐 아니냐, 준공영제를 해야 하느냐 마느냐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현재는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어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살펴보고 싶었다. 또 하나는 택시가 움직이는 여론의 장이니만큼 현 정부정책과 정치권에 대한 바닥민심은 어떤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실제 현장으로 나가보니 어떻던가.
택시업계가 월 120만~130만 원 수익밖에 안 된다고 해 반신반의했는데 가보니 실제로 그렇더라. 기본급을 안 받고 12시간 운행하면 하루 7만 6000원, 24시간 하면 9만 7000원 사납금을 낸다. 나는 다행히 손님이 많은 시간대라 사납금은 하는데, 기본적으로 채워주는 가스에서 추가로 들어가는 1만~1만 5000원에 밥값을 포함하면 10만 원 정도가 하루 원가다. 하루 15만 원 이상은 벌어야 5만원 수익이 나는데, 그렇게 26일 풀로 해아 월 130만 원 밖에 안 된다. 택시기사를 해서는 가정생활은 물론 아이들 키우는 것은 절대 못한다. 그래서 그런가 절반정도는 퇴직자나 혼자인 사람들이 많더라. 생각보다 너무 열악하다.
정부·정치권 얘기도 많을 텐데.
1월 중순까지 정부 얘기는 거의 없었는데, 이후 “왜 국민들을 이렇게 못살게 만드느냐”는 비판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오히려 야당대표 선거나 정세엔 관심이 없다. 특히 증세문제는 개인과는 큰 관계가 없어 관심이 덜했는데, 연말정산은 피부에 와 닿으니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굉장히 심했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것보다 실제 국민들의 지지도는 더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나도 새누리당이지만 현 정부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가장 실패한 정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왜 지지자들까지 실망하고 떠나가는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
서민들은 주로 무슨 얘기를 많이 하나.
20대 학생들은 취직 걱정, 30대는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토로한다. 40~50대는 주로 가정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특히 50대 남성들은 타기만 하면 아내에 대한 불만이 많더라. 아내가 좀 더 자신들을 응원해줬으면 하는 메시지가 담긴 것 같다.
심야운전을 하다보면 봉변도 많이 당했을 것이다.
술꾼에 뺨을 맞기도 하고 초보 자해공갈단을 만나기도 했는데 어차피 기억도 못할 사람 뭐라 할 바도 못되고, 공갈단은 합의하자고 계속 조르기에 경찰서로 오라고 했더니 아직까지 전화가 없다.(웃음)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
처음 20일 가까이는 없었는데 요즘엔 자주 만나는 편이다. 한번은 아이가 아프다고 해 콜택시로 병원까지 모셨는데, 마침 용무가 급해 같이 내렸더니 “의원님 아니세요?” 하며 화장실까지 같이 간 적이 있다. 또 신문에서 봤다며 불쌍하게 보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측은하게 보기도 한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면 그때서야 열심히 하라고 한다. 굉장히 쑥스러운 게 사실이다.
가족들 반응은?
대학생 딸과 중3 아들이 있는데, 딸은 다 커서 그런지 나름 이해를 하는 것 같은데, 아들은 “창피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택시기사가 원래 직업이라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 나도 어린시절 아버지께서 청소일을 하셨다. 아들이 비록 창피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고 결심했듯이 너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반면 아내는 “지금 기술을 익혀두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니 좋은 경험” 이라고 격려를 해줘 다행이다.
앞으로 언제까지 택시운전을 할 계획인가.
처음엔 한 달만 하려고 했는데 벌써 50일이 다 돼간다. 설 전까지는 매일 하고 이후엔 일주일에 2~3일 정도씩 꾸준히 해보려 한다. 택시기사들과도 모임도 갖고 굉장히 친해졌다. 자체적으로 ‘질서 지키기, 두발·복장 단정히 하기, 슬리퍼 안 신기, 담배 안 피우기, 주변 청소하기’ 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협동조합으로 발전시키면 새로운 택시문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 나가면 택시기사가 얼마나 멋있나. 우리 기사들도 여건은 어렵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출마계획은 없나.
재작년 한 달간 국토순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독도에 있는 등대를 보고 과연 내가 등대 역할 할 수 있겠나 고민한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더 채울 것이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선출직은 공익요원이지 명예나 권력은 아니다. 택시일도 책임과 의무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결국 내 역할은 서민을 위한 길에 있는 것 같다. 생각이 정리되면 진로 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