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너무도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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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재복 작성일 15-02-04 16:12본문
필리핀에서 시집 온 이주여성 한국명 전은지 씨
[류재복 대기자]
“처음 한국에 시집왔을 땐 먹고 말하는 게 다 힘들었어요. 직장을 갖고 일을 하면서 한국 문화도 알게 되고 자립감도 생겼어요.”
한국으로 시집온 필리핀 이주민 이븐느 리다리오(34) 씨, 한국이름 전은지 씨가 서툰 한국어 속에 진심을 담아냈다. 전 씨는 지난 2005년 한국으로 시집와 올해로 13년차에 접어든 베테랑 주부다. 그는 1년 9개월 전부터 노은농수산마트 매장관리직원으로 일하면서 ‘진짜 한국사람’이 돼 가고 있다.
아이 둘을 키우던 전 씨는 2년 전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일자리를 찾다 우연히 YWCA대전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았다. 아는 사람도 없던 그는 이곳에서 친구도 만들고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친화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은 그는 이내 대형마트에 취직했다. 현재 그는 매장관리와 물건 발주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처음 취직했을 때는 한국어가 많이 서툴러 직장 동료와 소통하기 쉽지 않았고, 고객들을 안내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전 씨는 “한 번은 직장 상사가 답답했던 나머지 ‘왜 가르쳐줘도 모르냐?’고 핀잔을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많이 속상했다”며 “처음에는 그랬지만 나중에는 다들 잘 알려주려고 그랬던 것 같고,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 것 없이 대해줘 고마웠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특히 직장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전 씨는 “당시 언니들(직장 동료)이 친동생처럼 아껴주고 가르쳐주면서 한국에 아무도 없는 날 가족처럼 대해줬다”며 “집과 직장이 가까운데, 언니들과 자주 만나고 얘기하며 외로운 한국에서 마음 둘 곳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 아이 둘을 두고 있는 전 씨는 매일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9시까지 출근해야 한다. 출근 전쟁이 따로 없다. 그래도 6시엔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단다. 그가 받는 월급도 가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 취직 할 때보다 월급이 올라 한 달에 150만원 씩 받고 있다. 사장님이 새로운 해가 됐으니 또 올려주신다고 해서 기대 된다”며 밝게 웃었다. 좋은 동료를 만나 직장 내 외국인 차별은 없었지만 손님들까지 그런 대우를 해준 것은 아니다. 특히 고객들의 시선이 종종 전 씨를 힘들게 했다.
그는 “손님이 물건이 어디 있는 지 물어봐서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분에게 물어볼게요’라고 대답했더니 ‘이주여성이 다 그렇지 뭐. 뭘 알겠어요.’하고 무시하는 고객도 있었다”며 “하지만 주눅 들지 않고 더 밝게 대답하며 언니들에게 물어봐서 알려드렸다. 물론 지금도 그런 경우가 있지만, 처음보다는 차별의 시선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전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들에게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주여성을 꼬리표라고 생각하지 말고 주눅 들지 마세요. 저처럼 친구도 사귈 수 있고, 한국 사회에서 당당히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을 고향이라고 생각하긴 어렵겠지만, 당신이 그 사회에 속해있고, 아이의 엄마, 남편의 아내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