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조계사 은신기간 뒷이야기는 '안하무인, 막장행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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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추적사건25시 사회팀 작성일 15-12-12 09:23본문
한상균, 조계사 은신기간 뒷이야기는 '안하무인, 막장행패
조선닷컴이 보도한 한상균 체포후 알려지기 시작한 한상균의 조계사 은신 이야기는 가히 충격과 주목을 모으고 있다. 한마디로 진정한 불자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행패였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는 2000여명의 신도가 대웅전을 꽉 채우고 앞마당에까지 차서 불공을 올리고 있었다. 이날은 음력 초하루 법회날이었다. 조계사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4000~5000명이 모이는 날인데 확실히 (한상균 사태의) 여파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겉으론 평온을 되찾은 것 같지만 '내상(內傷)'이 남았다는 것이다. 조계사 관계자는 "이 상처를 치유하려면 (한상균이 은신했던) 25일의 몇 배가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조계종과 조계사, 화쟁위 관계자들의 말을 토대로 조선일보는 '한상균 은신 25일'을 재구성했다.
한상균, 한국불교 최고종단 사찰에 시장바닥 막친구 대하듯 "술 한잔 합시다"? 전화
지난달 16일 밤 퇴근해 자택에 있던 조계종 노동위원회 관계자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조계종과 노동계를 매개하는 연결고리다. 상대편은 느닷없이 "술 한잔 합시다"라고 하고는 시간, 장소는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 상균, 낯선 번호는 공중전화였다. 이 조계종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자신의 집 앞 포장마차로 나가봤지만 한상균은 없었다. 급히 조계사로 가보니 대웅전에 한상균이 혼자 앉아 있었다. 1시간가량 그렇게 있었다고 했다. 11월 14일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폭력 집회를 주도한 한상균이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로 조계사를 택했던 것이다.
그 시각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한 주요간부 스님·직원들은 조계사에 없었다. 급히 사발통문이 돌았다. 그사이 조계종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을 템플스테이 숙소로 사용하는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으로 안내했다. 조계종 관계자들이 속속 조계사로 모여드는 사이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조계사 입구를 봉쇄했다.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조계사 관계자 그리고 한상균과의 동거 25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한상균의 거듭된 약속 뒤집기, 조계사 "보듬어줬더니 한상균은 안하무인 '절간'지칭"
한 위원장과 조계사의 공식 접촉은 은신 이틀 후인 지난달 18일에 이루어졌는데 조계사 부주지 담화스님과 이세용 종무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신변보호'와 '화쟁위원회의 중재'를 요청했다. 조계종도 이 무렵에 이미 '조계사를 투쟁본부로 삼아선 안 된다' '신변보호는 조계사, 중재는 화쟁위'라는 원칙을 정했다. 한 위원장에게 정치인·언론 접촉을 삼가고, 가급적 외부에 노출되는 활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한상균은 이미 은신 다음 날인 17일 민노총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18일 불교계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속속 투쟁지침에 가까운 편지 등을 SNS와 대리인(민노총 관계자)을 통해 발표했다. 19일엔 승복(僧服)을 들여와 갈아입고서 장기 체류의 뜻을 내비쳤다. '승복 반입' 사건 이후 조계사는 한상균이 머물고 있는 건물의 출입 통제를 강화했다.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시켰고, 출입문은 폐쇄했다. 인터넷도 끊었다. "스마트폰도 수거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민노총 관계자들이 음식을 가져와도 건물 내부의 조계사 직원이 확인한 뒤에야 문을 열어주었다.
퇴거 요구하는 회장단에 옷 벗고 팬티바람으로 … 女신도들 경악
한상균의 조계사 은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조계사 신도회가 나섰다. 신도회 회장단은 지난달 27일 민노총 관계자들과 만나 30일 정오를 퇴거시한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시한이 되어도 한상균이 꿈쩍할 생각을 하지 않자 신도회 간부 15명(남성 4명, 여성 11명)이 한 상균이 머물던 방으로 올라갔다. 퇴거를 요구하는 신도들과 몸싸움이 벌어지자 한상균은 스스로 옷을 벗고 팬티 바람으로 버티며 난동을 부렸다. 방문 앞에 있던 여성 신도들은 경악하며 물러나왔다. 이 사건 직후 조계사는 한상균과 함께 방에 머물던 민노총 관계자 2명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그런데 혼자 남게 된 한상균이 방 안에서 고함을 지르고 구호를 외치는 등 '이상(異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조계사는 불상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민노총 관계자 1명이 한상균 곁에 머무는 것을 허용하고, 조계사 남성 직원들이 4층의 옆방에서 함께 숙식을 하기 시작했다.
한상균이 지난 1일 창문을 열고 구호를 외친 데 이어 4일에도 조계사를 찾은 백기완 등에게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드는 등의 '돌발 상황'이 계속되자 조계사측은 한상균의 방을 대웅전 방향의 409호에서 반대편의 407호로 바꿨다. 2차 도심집회가 열린 5일 아침, 한 일간지에 한상균의 인터뷰가 전면(全面)에 걸쳐 실렸다. 지난달 29일 민노총 관계자들이 '교대'할 때 언론사 기자가 섞여 들어간 것이다. 5일 오후 서울 광장 집회에선 '투쟁'을 선동하는 한 상균의 동영상이 상영됐다. 함께 머물던 민노총 관계자가 촬영한 것이다. 여기에다 한상균이 7일 밤 '객(客)으로 참았는데 참는 게 능사가 아닐 것 같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계사 관계자는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실기(失機)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승스님이 했다던 '노동법 반대'발언 실상은 한상균이 한 말"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연일 한상균을 면담했다. 마지막 나흘간 도법스님은 저녁공양도 거른 채 새벽까지 한상균의 자진 출두를 설득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도법스님은 수시로 조건을 바꾸고 말을 뒤집는 한 위원장에게 한때 "이렇게 버티면 나도 화쟁위원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9일 오후 경찰 병력이 조계사 경내에 진입했다. 이날도 오후 1시 반쯤 한상균을 찾은 도법스님은 경찰병력이 건물 앞까지 닥친 이날 오후 4시가 넘도록 한상균에 대한 설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설득에 실패했다. 결국 자승 총무원장 스님이 기자회견을 갖고 "10일 정오까지 한상균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은신 25일째인 10일 새벽이 밝자 한상균은 "마지막으로 민노총 중앙집행위원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건물 지하 어린이법당에서 50여 명의 중앙집행위원을 만난 장면은 한상균이 조계사를 나온 10일 민노총이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서 한상균은 "'절간'에서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분노도 키워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계종단이 계급적 관점으로 우리와 동질하지 못한 것은 현실적인 문제였다"고 했다.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유폐' '정권의 하수인' 등을 언급하며 조계사와 신도회를 비난한 것에 이어 '배은망덕 2탄'이 나온 것이다. 그는 경찰에 체포되기 전 조계사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에도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쳤다. 조계사 관계자들은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한 달 가까이 보듬어준 사찰을 떠나기 직전에 '절간'이라니, 그게 할 말이냐" "스스로 불자(佛子)라면서 사찰 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렇게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상균, 떠날 때도 "조계종, 계급적으로 다르다" 비판
한상균이 10일 기자회견에서 "(10일 한 위원장을 만난) 총무원장 스님이 '오늘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악을 멈추고 민중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면담에 동석했던 조계종 관계자들은 "이 발언은 한상균이 일방적으로 한 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한상균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현대판 소도(蘇塗)' 논란에 대해 "앞으로도 불가피한 인연이 주어진다면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균은 조계사를 떠날때도 "조계종은 계급적으로 다르다"고 비판했다.
검찰, 한상균 8개 혐의 영장 청구, 경찰, 소요죄 집중 조사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이문한)는 11일 전날 체포된 한상균(53)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경은 한 위원장에 대해 추가로 소요죄를 적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한상균은 조사 이틀째인 이날도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한 위원장에 대해 금지통고 집회 주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8개 혐의 24개 범죄행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당초 검찰은 체포 시한 마감인 12일 오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었으나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영장 청구를 앞당겼다. 한 위원장은 12일 서울중앙지법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밤늦게 구속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경찰청 불법·폭력시위수사본부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 송치 전까지 소요죄 혐의 부분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20분부터 오후 2시까지 한 위원장에 대한 3차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청와대로 진격하라’고 선동한 사실이 있는지, 민주노총 압수수색 전 문서 폐기에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경찰은 한 위원장의 묵비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증거 입증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수사 및 기소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또 소환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한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과 배태선 조직쟁의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 중이다.
이날 검찰은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버스를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박모(42)씨 등 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소속 박씨는 집회 당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경찰버스에 묶인 밧줄을 잡아당기고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기소된 권모(45), 강모(48)씨는 경찰관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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