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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성매매특별법 21조1항 합헌’ 결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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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6-04-0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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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성매매특별법 211항 합헌결정 선고

헌법재판소는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제1항은 합헌 이라고 선고했다. 헌재의 이번 선고는 성매매를 처벌하는 규정이 국민의 성도덕을 지키는 최후 보루임을 인정한 결정이다. 헌재는 성의 개방화 추세가 성을 사고파는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개인의 성행위 자체는 내밀한 사생활이지만 외부로 표출돼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면 마땅히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라는 취지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 내용 틈에는 결코 작지 않은 사회적 인식 변화가 스며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212월 옛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심판할 때만 하더라도 헌재의 재판관 9인 전원이 합헌 의견이었다. 반면 이날은 3인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인간의 성을 고귀하게 여기는 태도를 인간 존엄과 가치를 위해 우리 공동체가 포기할 수 없는 기본적 토대라고 규정했다. 성매매는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신체를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박한철 헌재소장 등 재판관 6명은 이런 전제에 따라 성매매를 허용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자본의 위력에 양보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다수 재판관은 성매매 행위를 합법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산업으로의 자금 유입, 노동시장 기형화 등을 초래해 사회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봤다. 처벌 근거를 없애면 성매매시장이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저개발국 여성에게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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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위헌법률심판의 핵심 쟁점은 어쩔 수 없이 성판매에 나서는 여성까지 처벌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비범죄화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정리했다. ‘생계형성판매자를 구별해내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쉬운 돈벌이의 유혹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강일원·김이수 재판관은 성구매자를 형사처벌한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성판매자까지 처벌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일부 위헌의견을 폈다. 이들은 여성 성판매자는 형사처벌 대상이라기보다는 보호와 선도를 받아야 할 사람이며, 이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박한 생존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용호 재판관은 성매매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악이 되지 않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도 아니다며 성구매자까지 처벌할 수 없다는 전부 위헌의견을 내 눈길을 끌었다. 성매매가 건전한 성풍속을 해하며 산업구조를 기형화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일 뿐이라는 논리다.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성매매 비범죄화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있었다.

조 재판관은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성매매 여성을 예로 들어 영자(영자의 전성시대), 판틴(레미제라블), 소냐(죄와 벌)의 처벌을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인간의 본성에 반해 처벌하는 일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시장의 지하화·음성화를 낳았고, 되레 성매매 근절을 방해했다고 평가했다. 강일원·김이수 재판관은 성판매자 비범죄화를 택한 스웨덴에서 성매매 근절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간통은 되는데, 성매매는 안 되는 이유

헌재는 지난해 2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기 위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며 간통죄를 형법에서 지우는 결정을 내렸었다. 이에 헌재가 성매매까지도 합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 재판관도 간통죄 위헌 결정을 재론하며 사회의 법 감정은 성매매특별법 조항을 간통죄보다 가벼운 사안으로 본다고 했다. 이런 소수의견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는 간통과 달리 허용될 수 없다는 게 헌재의 최종 결론이었다.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내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욕망이 행복추구권이 말하는 행복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유해한 범죄행위까지 헌법으로 보호해야 하느냐는 반박이었다. 두 재판관은 지난해 간통죄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의견을 고수한 2인이기도 하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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