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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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5-11 19:47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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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2011년 당대표 경선 기탁금을 '집사람 비자금'"이라고 밝히면서 돈 출처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업무상 횡령,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원내대표와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받은 돈을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고, 이 돈을 부인이 비자금으로 모아뒀다는 홍 지사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현행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 지사가 2008년 국회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매달 받은 4천만∼5천만원의 대책비를 부인에게 일부 생활비로 줬다면 업무상 횡령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 활동비 명목의 자금을 생활비로 줬다는 것은 공적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책비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용도가 특정된 돈을 다른 용도, 특히 개인용도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책비라는 것이 급여에 준하는 돈이라면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업무수행비나 활동비 등의 용도로 쓰라고 지급된 돈이라면 횡령죄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운영위원장 등에게 지급되는 돈은 활동비 성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도 이날 "운영위원장에게 지급되는 공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것은 공공자금 횡령"이라고 비판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뒤집으려고 내놓은 해명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지사가 말한 '집사람 비자금'이 재산신고에서 빠졌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본인과 배우자의 1천만원 이상 현금이나 예금을 모두 신고하게 돼 있다.
홍 지사의 부인이 대여금고에 보관했다는 비자금도 현금 자산으로 분명한 재산신고 대상이다. 재산신고를 거짓으로 하거나 빠뜨리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거나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해임 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매년 재산신고에 이 자금은 넣지 않았다. 2008년 교육감 선거 당시 부인의 차명계좌를 재산신고에서 빠뜨렸던 공정택 전 교육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공 전 교육감은 부인이 차명계좌에 4억3천여만원을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신고를 했다는 점이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홍 지사는 물론 '집사람의 비자금'을 이번에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1억2천만원을 현금으로 건네받으면서도 출처에 대해 한차례도 묻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홍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 후 공직자 재산등록 누락과 국회 대책비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한 데 문제가 있어 검찰이 별건으로 입건하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검찰, "홍지사 1억2000만원 아내 비자금 주장 사건실체와 관계 없어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당시 기탁금 1억2000만원에 대해 "아내의 대여금고에서 나온 비자금"이라고 해명한 것과 관련, 검찰은 "1억2000만원 하고는 상관없이 홍 지사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고(故)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홍 지사가 부인의 대여금고를 특정한 것에 대해 또 다른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행 정자법상 제3자가 아닌 부인 등 친족이 준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1일 홍 지사의 기자 간담회 내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내부 논의를 거쳐 "1억원 수수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찰은 홍 지사가 당 대표 경선 당시 신고한 기탁금의 규모와 자금 조성 경위, 사용 내역 등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토대로 금품이 전달됐다는 시기와 장소, 상황 등을 완벽하게 복원한 만큼 홍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특히 정자법 위반의 경우 돈을 주고 받은 것과 관련한 정황이나 진술, 관련 증거들이 확실할 경우 사용처 등을 굳이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실제로 1억원을 받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수사"라며 "홍 지사가 실제 경선 당시 얼마를 썼는지, 선거 자금을 제대로 신고했는지 등은 검찰의 관심 사안도 아니고 수사팀이 밝힐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11일 경선자금 1억2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했다.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95년11월부터 2005년12월 말까지 10여년간 변호사 활동을 했다"며 "그때 번 돈 중 일부를 집사람이 자신의 비자금으로 저 몰래 현금으로 10여년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은 견고하고 세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팀의 혹독한 검증을 거친 윤 전 부사장의 진술과 홍 지사의 변명 가운데 어떤 말을 더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검찰은 홍 지사가 언급한 대여금고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통상 대여금고에는 현금을 보관하지 않는 데다, 부인의 대여금고라고 특정한 것 역시 또 다른 정자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보는 것이다.
홍 지사가 국회 대책비 일부를 부인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줬다고 해명한 것 역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홍 지사의 주장은 그 동안의 수사 상황과 전달자의 진술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거액의 돈을 받았을 당시 출처를 몰랐던 점도 의문이지만 그 많은 돈을 현금으로 보관했다가 다시 현금으로 찾아온 것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1억2000만원을 부인 대여금고에서 가져왔다는 주장이 진실일지라도 윤 전 부사장과 홍 지사를 놓고 봤을 때 실제 경선에서 쓴 돈이 얼마인지를 홍 지사가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부인이 몇년 동안 모은 것이라고 할 게 아니라 현금이 얼마 있었는데 그게 가계부상으로는 얼마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를 검찰에 제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홍 지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95년 10여 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하며 벌었던 돈 일부를 아내가 비자금으로 모았다"며 "(아내가) 대여금고에 모은 3억원 중 1억2000만원을 5만원권으로 내어줘서 기탁금을 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또 "2008년 국회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매달 받은 4000만∼5000만원의 국회 대책비 중 일부를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며 "국회 대책비 중에는 국회 운영위원장로서의 직책 수당 성격의 돈이 있다. 직책 수당 성격의 돈 중 일부를 아내에게 가끔 생활비로 줬다는 것이지, 국회 대책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