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개파라치’제도 정책 마련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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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사회팀 작성일 18-03-01 01:07본문
황당한 ‘개파라치’제도 정책 마련 과정
다섯차례나 연 민관 합동회의, 공식 회의록도 없어
설익은 정부정책으로 '반려견 안전대책'에 대한 애견인과 비애견인 사이에 갈등만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정책 마련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다. 그런데 다섯 차례나 민관 합동회의를 열었다는 당국은 공식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반려견 안전대책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 실시하려는 일명 '개파라치' 제도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3년 뒤 입마개 의무 착용 대상을 몸높이 40cm 이상 반려견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적절한 정책인지를 놓고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려견을 키우는 일부 시민은 직접 정책을 마련한 농식품부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박수정씨는 "어떻게 입마개 의무화 얘기가 나왔는지, 40cm의 기준은 뭔지 정보 공개 신청을 했는데요. 회의록 자체가 없다는 답변을 했다" 고 말했다. 대책 발표 전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민관 합동회의를 가졌다는 당국이 기록도 남기지 않은 것이다.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고 어떻게 해당 정책들이 결정됐는지 외부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는 황당하고 무책임한 일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거기에서 회의를 할 때 공식적으로 자료를, 회의록을 만들지는 않겠다고 얘기를 하고 회의가 진행됐던 사안이라…구두로 보고를…"이라며 얼버무렸다. 반려견 안전대책 발표 한 달, 사태 수습을 위해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2기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려졌지만 기록 하나 남기지 않은 당국이 투명성과 전문성이 담보된 후속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살충제 계란 전문가가 반려견 전문가?
더 황당한 일은 이 안전대책을 마련한 회의에 살충제 계란 문제를 논하던 시민단체 일부가 그대로 참석해 전문성과 대표성에 논란이 가중됐다. 지난해 12월 반려견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제4차 민관 합동 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바로 한 시간 전 열린 살충제 계란 회의에 참석했던 시민단체 일부가 연이어 자리를 지켰고, 이들은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전체 개를 대상으로 입마개를 해야한다"는 반려견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지한 일반적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가 몸높이 40cm 이상인 반려견을 '관리대상견'으로 분류하고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처음 내놓은 자리였다.
박소연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는 "난각 코드 관련해서 참여했던 분들이 연이어 이뤄진 반려동물 안전 관리 대책 회의까지 참여하면서 전체 개들한테 입마개를 해야한다고 어떠한 여론조사나 관련조사 없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회의에 참석한 애견인 단체와 전문가 등은 즉각 반대하고 대표성과 전문성을 지적 참석자 명단 공개를 요구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일반 소비자를 대표해 참석한 사람들이라는 황당한 답을 내놨다.
정부는 일주일 뒤 5차 회의에서도 더이상의 찬반 논의를 하지 않고 해를 넘긴 1월, '관리대상견 제도'를 발표했다. 이 제도의 시행을 3년 앞두고 정부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책 내놓기에 급급해 구색 맞추기식 회의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를 알게 된 반려견주들과 시민들은 “정책도 그렇고 어떻게 정부정책 만드는 과정이 그토록 비전문적 졸속일 수 있느냐?”며 분노했다. 이것이 체고40cm이상 무조건 입마개라는 황당한 개파라치 제도가 탄생하던 과정이었다.
국회에서 열린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올바른 방향’ 토론회
한편, 이런 가운데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은 정부의 대책이 이웃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며 대책 철회를 요구했다. 100여명 이상이 모인 꽉 차 토론장에서 동물보호단체와 서울ㆍ경기수의사회, 반려동물 카페를 대표해 나온 운영자들은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이웃들 가운데 입마개와 개파라치 대책을 명분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등 과도하게 간섭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이웃간 분쟁이 유발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토론회는 내사랑리트리버ㆍ다음강사모ㆍ케어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일보ㆍ국회의원 김한정 의원실ㆍ서울시 수의사회가 후원했다.
모든 개 입마개 착용 아냐 vs 평가 기준부터 제대로
정부 측 대책 설명에 나선 최정미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 팀장은 “반려견으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체고 40㎝이상 개에 대해서는 기초 평가를 하되 상해ㆍ사망사고를 일으킨 반려견에 대해서는 정밀하게 평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개들의 공격성이든 사회성이든 이를 평가할 전문기관이 많지 않다”며 “설사 전문기간이 많다고 해도 1회에 그치는 간단한 평가제도는 개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역부족이며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으로 나선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 회장도 “반려견을 평가하려면 응용동물행동학자나 동물행동학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이를 전공한 수의사가 없다”며 “여기에 현장경험까지 더해진 전문가가 필요한데 제대로 평가기준이 마련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생활 침해ㆍ이웃 분쟁만 일으키는 개파라치 제도
목줄이나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개파라치’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리트리버 종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인 ‘내사랑 리트리버’에서 활동하는 손수민 씨는 “펫파라치가 무슨 수로 고발을 하겠냐”며 “공원, 산책로에서 싸움만 일어날 것이며, 평소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과의 분쟁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모든 규정을 잘 지켜도 대형견을 키운다는 이유로 이웃들의 눈총을 받고 심지어 지팡이로까지 맞기도 했다”며 “여성들의 경우 고발을 빌미로 사진촬영 등을 당하면 사생활이 침해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일ㆍ스페인에는 체고 40㎝이상 모든 개 입마개 규정 없다
박소연 케어 대표와 손수민 씨는 정부가 사례로 제시한 독일과 스페인에는 체고 40㎝ 이상 반려견에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독일의 경우 체고 40㎝ 또는 체중 20㎏의 큰 개는 소유자 평가 후 사육하도록 되어 있고, 스페인의 경우는 체고 50㎝이상, 체중 20㎏ 이상 개 중 공격적 성향의 특징을 가진 개에게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되어 있다”며
“독일에서 입마개는 맹견과 위험하다고 분류된 개들에 대해 적용하고 스페인에서 규정한 특징을 보면 결국 핏불테리어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손수민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독일 시민이 독일 공무원에게 확인한 내용이라며 “입마개는 아메리칸불도그, 로트와일러, 도사견 등 특정 견종과 위험한 개(맹견)에 해당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반려견 모임인 다음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의 최경선 대표는 회원 512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반려견대책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결과 “40㎝ 이상 입마개 기준에 대해 95%가, 개파라치에 대해선 86%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며 “전문가를 누가 산정하는 지 판단 기관이나 사람에 대한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학대를 막는 게 개에게 물리는 사고를 예방하는 근본 대책”이라며 “소유자의 안전 의식과 책임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산책 도중이 아니라 대부분 실내에서 발생하고 있고, 목줄에 묶여 있는 등 사회화 되지 않은 개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며 “미국, 독일 등 사례에 비춰봐도 안전관리를 위해선 개의 사회화와 반려인의 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