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남기업 워크아웃 신청, 4개월뒤 채권단 6300억 지원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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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4-26 08:10본문
2013년 경남기업 워크아웃 신청, 4개월뒤 채권단 6300억 지원 특혜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경남기업은 2013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주채권 은행이었던 신한은행 내부에서조차 워크아웃은 좀 곤란하다, 다시 말해 정부 지원이 좀 어렵다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 워크아웃은 회생가치가 있는 기업에 채권단(은행들)이 자금 지원 등으로, 즉 은행이 자금을 지원해서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제도다. 경남기업의 로비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한데, 성완종 전 회장이 워크아웃 직전에 서진원 당시 신한은행장과 만난 정황이 드러났다.
서진원 신한은행장
자금난에 시달리던 경남기업은 2013년 10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4개월 뒤 채권단은 6천 3백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보통 워크아웃 기업에게 대주주의 보유지분을 줄이는 감자를 요구하는데 그런 요청도 없었다. 기업 자체적인 구조개선 노력도 없는데 막대한 돈을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내부에서도 특혜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 전 회장은 당시 금융권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이었다. 그런데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직전인 2013년 10월 서진원 당시 신한은행장과 만난 것으로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 기록돼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만난 정황을 포착하고 이 과정에서 로비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성완종, 검찰 내사단계 2월중순부터 폭로 준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거의 2개월 전인 2월 중순부터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한 내용에 대한 폭로를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이 자원외교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남기업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한 시점이 3월 18일인 점으로 미뤄 볼 때 검찰 내사 단계에서 수사를 인지한 성 전 회장이 일찌감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였던 금모(34)씨는 23일 모 언론에 “(성 전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행 기사를 스크랩해 달라고 해 지면에 나온 관련 기사, 특히 사진이 있는 것을 중심으로 일자별로 뽑아 줬다”면서 “그게 2월 중순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10건 정도의 관련 기사를 찾아 프린트해 준 뒤 성 전 회장이 나중에 해당 기사를 다시 찾을 가능성도 있어 기사를 파일로 만들어 자신의 이메일로 보냈다는 것이다. 금씨는 “최근 메일함을 확인해 보니 메일 발송 및 수신 시점이 ‘2월 14일 오후 7시’였다”고 말했다. 최소한 이날보다는 이전이라는 것이다.
금씨의 언급을 종합하면 성 전 회장은 이미 2월 중순 이전부터 자신의 신상에 중대한 변화가 찾아올 것을 감지, 과거 자신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한 내용을 복기, 정리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는 이미 참여연대와 정의당 등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실패와 관련해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감사원도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자원외교 참여 기업에 대한 수사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성 전 회장과 긴밀한 사이였음이 드러나고 있는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무총리로 지명되고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검찰 관계자는 “경남기업 내사는 3월 이전부터 시작됐지만 보안 유지는 잘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자살 당일인 지난 9일 오전 6시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9월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박 대통령과 독일 방문을 앞두고 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씨는 “기사를 스크랩해 줄 당시에는 그게 김 전 실장과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는 성 전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전화 통화를 하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성 전 회장이 자살 전날 눈물의 기자회견을 가진 뒤에는 어느 곳에서 어떤 내용으로 기사가 나왔는지 인터넷 매체까지 일일이 챙겨 보며 보도 방향에 촉각을 세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금씨는 “어디에는 (기사가) 안 나왔다고 보고하자 ‘청와대에서 막았을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자살 직전 폭로 인터뷰를 한 동기가 거기에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성완종 수행비서 구속영장 청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5일 성 전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43) 홍보부장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박준호(49·구속) 전 경남기업 상무에 이어 성 전회장의 최측근 2명이 나란히 구속되는 것이다.
이 부장은 박 전상무와 함께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한 지난달 18일 전후 회사 내부 폐쇄회로(CC)TV를 끈 채 범죄 단서가 될 자료들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장과 박 전상무는 지난 22일과 23일 각각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던 중 증거인멸 혐의가 드러나 긴급체포됐다. 이 부장과 박 전상무가 회사 임직원과 차량을 동원해 은닉·폐기한 자료 중에는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주요 계열사와 경남기업의 내부 거래내역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빼돌려진 자료 가운데 성 전회장이 비자금을 전달한 정관계 인사와 시기, 장소 등을 자세히 기록한 핵심 자료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검찰에서 회사 일원으로서 성 전회장의 증거인멸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고, '비밀장부' 등의 존재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과 박 전상무는 10년 이상 성 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측근이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이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 8인과 성 전회장의 관계뿐 아니라 비자금 조성 경위와 용처를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이날 박 전상무와 이 부장을 상대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경위와 은닉·폐기한 증거의 종류, 자료를 숨긴 장소 등을 집중 추궁했다. 또 성 전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와 수행비서 금모씨도 이날 참고인으로 소환해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씨와 금씨는 2013년 4월4일 성 전회장이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현금 3000만원을 건넬 때 함께 간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수사팀은 다음주부터 성 전회장에게서 각각 3000만원과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이 총리와 홍 지사의 주변 인물들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