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용 쌀 수입, 농민들 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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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5-17 21:04본문
지난해 일단락된 듯 보였던 쌀 관세화를 둘러싼 정부와 농민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 밥쌀용 쌀을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8일 TRQ 쌀 구매입찰 공고를 내고 밥쌀용 쌀을 오는 9월 5000톤, 10월 5000톤 총 1만톤 수입키로 했다. 이를위한 전자입찰은 오는 21일 실시된다.
정부는 지난해 쌀 관세화 수정 양허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하면서 5%의 저율 관세가 부과되는 쌀의 용도 규정을 삭제했다. 기존에는 가공용과 밥쌀용으로 구분하고 수입쌀중 밥쌀용으로 30%를 의무 배정했었는데 이 규정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밥쌀용 쌀 수입 전면 중단이 어려운만큼 1만5000톤 규모의 수입 방침을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밥쌀용 수입쌀이 꾸준히 국내 시장에 판매되며 어느 정도 고정적인 수요층의 요구도 있다”며 “갑자기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하면 외국산 제품 차별 등에 대한 국제 규정을 위반했다는 수출국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는 밥쌀용 의무 배정을 없앤 것은 쌀 관세화 전환에 따른 것인데 정부가 발쌀용 쌀을 수입키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밥쌀용 쌀은 일반적으로 가공용 쌀보다 등급이 높고 가격도 10% 가량 비싸 해당 수입국의 쌀과 실질적 경쟁을 한다. 게다가 지난해 수입된 밥쌀용 쌀 재고 물량만 현재 11만톤에 달한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밥쌀용 쌀 수입 중단은 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쌀 관세화 전환으로 생긴 정당한 우리의 권리”라며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을 고집하는 이유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위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쌀값 폭락으로 쌀 7만7000톤을 추가 격리키로 한 상황에서 쌀값 하락을 유발할 수 있는 밥쌀용 쌀을 수입하는 것은 모순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쌀 생산량 424만톤 가운데 신곡 수요량 400만톤을 넘는 양을 격리해 시장안정을 추진해왔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