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총선, '부유세'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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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4-09 21:52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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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5월 7일)을 약 한 달 앞둔 영국에서 ‘외국 부호 세금 특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는 제1야당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당수가 8일 외국인 슈퍼리치에게 부여해오던 면세 특권을 박탈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노동당의 이 공약에 대해 기업·금융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영국판 부유세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영국은 12년 이상 자국에 체류한 외국 부호가 자국을 ‘원 거주지’로 지정해 매년 일정 액수의 부담금을 내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액수의 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송금주의 과세제(Non-domiciled)’를 시행하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1799년 해외 식민지에서 살고 있는 영국 출신 부호들의 막대한 자산을 끌어들이기 위해 ‘원 거주지’ 자격과 면세 특혜를 부여했던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송금주의 과세 폐지” 주장하는 밀리밴드 영국 노동당 당수
2013년 현재 영국 정부로부터 ‘송금주의 과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외국 부호는 약 11만6000명이다. 대표적인 부호로는 러시아 출신의 첼시 축구팀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인도 최고 부호인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 등이 꼽히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밀리밴드 당수는 8일 워윅대 연설에서 “최상위층 일부가 (일반 국민과) 다른 (세금)규정의 혜택을 받도록 허용해온 불가사의한 제도가 약 200년 동안 이어져 왔다”며 송금주의 과세제를 맹비판했다.
또 “영국에서 성장해, 영국에 정착했는데도 우리와 달리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며 “송금주의 과세제 때문에 영국이 역외 조세회피처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리밴드 당수는 총선에서 승리해 노동당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송금주의 과세제를 2~5년 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당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에드 발스는 이 제도가 폐지되면 약 10억 파운드(약 1조6291억 원)의 세수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주장했다.
노동당의 공약에 대해 집권 보수당과 기업·금융계는 일제히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당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송금주의 과세제 폐지를 비판했던 노동당이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공격했다. 친기업 신문인 텔레그래프는 8일자 기사에서 밀리밴드 당수와 발스 재무장관 내정자가 합법적 제도인 송금주의 과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신문은 2012~2013 과세연도에 송금주의 과세제 대상자 11만6000명이 영국 정부에 총 82억 파운드의 부담금을 냈으며, 최저임금 납세자 1000만 명이 낸 세금과 맞먹는 액수라고 지적했다. 노동당 정부가 이 제도를 폐지하면 많은 부호가 해외로 거주지를 옮길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막대한 세원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층 일각에서는 216년이나 유지해온 낡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는 지지도 적지 않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