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근혜 구속 후 첫 조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7-04-05 04:14본문
검찰, 박근혜 구속 후 첫 조사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수사팀을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보내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40분까지 10시간 40분가량 박 전 대통령을 대면 조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나흘 만인 4일 수감 장소인 서울구치소에서 11시간 가까이 강도 높은 '옥중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전과 마찬가지로 제기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고 전해졌다. 이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형사8부장이 신문을 맡았고, 지원 검사와 여성 수사관이 1명씩 배석했다. 수사를 전담하는 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21일 검찰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조사하고 엿새 뒤인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주임검사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선 국정농단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을 맡은 유영하(55·24기) 변호사가 입회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용자(수인) 번호 '503번'이 찍힌 수의를 입고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한 부장검사와 수사 검사가, 맞은 편에는 박 전 대통령과 유 변호사가 나란히 앉았다. 구속 후 처음 이뤄진 이번 조사는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 등 주요 혐의의 사실관계와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핵심인 뇌물 혐의에 대해선 '40년 지기'인 최순실(61·구속기소)과의 공모나 경제적 이득을 공유하는 특수 관계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전과 비교해 진술 내용이나 태도가 크게 바뀌지 않은 셈이다. 이례적인 구치소 방문조사인 만큼 검찰은 수용자 일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사가 진행되도록 배려했다. 검찰은 1시간 50분간의 오전 조사를 마치고서 점심시간인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1시 10분까지 80분간 박 전 대통령이 식사 및 휴식 시간을 갖도록 했다. 오후 5시 30분에서 6시 사이 시작되는 저녁 식사 시간에도 조사를 잠정 중단했다. 또 모든 수용자가 일괄 취침에 들어가는 오후 9시 이전에 조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신문 시간을 안배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특이사항 없이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구치소 측은 검찰 요청에 따라 교도관 사무실을 임시 조사실로 꾸몄다. 지난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영상녹화 시설은 없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틀 뒤인 6일 두 번째 방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조사에 앞서 하루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수사팀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신문을 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구속 전 검찰 출석 때 한 부장검사와 교대로 대면조사를 진행한 이원석(48·27기) 특수1부장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이 부장검사는 SK·롯데그룹의 뇌물공여 의혹을 수사해왔다. 검찰은 앞으로 서너 차례 추가로 출장 조사에 나서 구체적 혐의와 범죄사실을 확정한 뒤 이달 17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1차 구속 기한은 9일까지다. 한차례 연장하면 최장 19일까지 구속 수사가 가능하다.
그동안 변호인단의 대응 노력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판명났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등 사생활에 관해선 “언론에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함구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교체하거나 거물급 변호사를 새로 영입할 것이란 관측과 달리 이날도 유 변호사를 비롯한 기존 변호인단이 여전히 변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믿는 사람만 계속 신임하고 낯선 인물과의 대면접촉을 꺼리는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직후 구치소 측에 자신을 접견할 인물로 유 변호사와 윤전추(38) 전 청와대 행정관 2명만 등록했다. 검찰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이 구치소 안에서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할 가능성을 우려해 조만간 최순실을 서울남부구치소로 이감하기로 했다.
우병우 수사는 ‘세월호 외압’ 초점
한편, 검찰은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 2014년 세월호 침몰사건 수사를 지휘한 변찬우(57) 전 광주지검장을 이날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 광주지검 수사팀이 해경을 압수수색하려 하자 담당 부장검사에게 전화해 “압수수색 범위를 축소하라”고 다그쳤다. 현행법상 검찰 수사 지휘는 법무부 장관만이 가능하며 그것도 반드시 검찰총장을 통해야 한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행동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에 개입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변 전 지검장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하지 마라’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청와대에서 직접 개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진술했다. 우 전 수석이 정부 부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최씨 국정농단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는 앞선 특검 조사에서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세월호 수사 외압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며 “우 전 수석이 구속영장 재청구를 피하기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