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졸(拙)로 보는 '맹탕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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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6-09-09 05:58본문
국민을 졸(拙)로 보는 '맹탕청문회'
핵심증인들은 불출석, 자료제출은 엉망
정성립, “청와대 낙하산 인사 대우조선 건강경영 방해”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8일 “청와대 등이 대우조선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등 인사개입을 해왔고, 이런 인사가 경영에 방해가 된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 CEO는 대주주가 아닌 청와대가 임명했다’고 인터뷰했는데 대우조선에 청와대의 인사개입이 계속되면 회사 전체의 리스크가 너무 커진다”는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의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이 “MB(이명박) 정부 이래 사외이사 17명, 고문 60명 등 낙하산 인사를 (대우조선이) 다 받아줬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낙하산 인사가 대우조선의 건강한 경영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네, 인정한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가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시작됐으나 핵심 증인은 물론 사실관계를 입증할 자료 제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청문회는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최대 쟁점이었지만 핵심 증인인 홍기택 전 회장이 출석하지 않았고, 정부와 산업은행의 자료 제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청문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로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이 결정됐다는 홍 전 회장의 폭로에 대한 실체 파악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서별관회의의 핵심이었던 최경환 전 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증인에서 제외됐고, 홍 전 회장은 국회에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불출석했다. 의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서별관회의 핵심 멤버들이)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청문회는 조선·해운산업을 살릴 방도를 찾는 기회를 무산시키는 청문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5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르고도 4조2천억원의 혈세를 지원받고 직원들에게 1천만원씩 격려금을 나눠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난무했다. 청문회 사회를 맡은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은 "2015년 상반기 대우조선이 무려 3조1천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직원 격려금으로 1천200억원이 나간 건 도덕적 해이"라며 "부실화된 이런 기업에다 약 1천만원씩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는 회사는 망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한진 물류대란, 어쩌란 말인가?-정부,“한진 탓이야” 한진,“운송정보 요청 받은 적 없다”
한편, 또 정부는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에 한진 측의 책임이 크다고 다시 지적했다. 정부는 이런 기업의 부도덕은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진 측은 채권단 요청에 대부분 협조했고 정부가 요청했다고 주장한 운송정보는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밝혀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물론 주책임은 한진측에 있고 해운사업이 유통업 중에서도 글로벌 대형장치 산업이기에 공적자금이 들어간 만큼 경영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도 정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부와 채권단이 법원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무엇보다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소유주가 있는 기업의 부족자금은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원칙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물류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한다든가 부실이 드러났는데 국민 혈세로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면서 “그러다 보면 한진해운처럼 법정관리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이제 와서 신규자금을 지원한다면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청산될 기업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왕좌왕·뒷북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는데 여기엔 한진해운의 무책임·비협조도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과 관련해 "관계부처가 대책을 논의했지만 한진 측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물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느냐는 의원들의 심문에 "송구스럽고, 안타깝다"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우선 "물류대란에 따른 혼란과 피해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6월부터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대책을 논의했지만 (대책이) 충분치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책 마련에 가장 필요한 게 한진 측이 가진 화주 정보, 운송 정보 등이고 한진에 여러 차례 대비책을 세워달라고 얘기했다"면서 "심지어 현대상선 (관계자들을) 데려와서 협의해달라고 했다"며 한진 측의 협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지만 불은 이미 나 버렸다. 그는 "이런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고 채권단이 최종 의사를 결정해야 할 9월 4일(한진해운의 자율협약 만료일)이 하루하루 다가왔다"면서 "정부가 부족한 가운데 충분한 대비를 못 해 이런 상황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오후 청문회에서는 한진 측을 부도덕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여러 차례 회의에서 한진 측에 대비책을 요구했지만 전부 거부당했다"면서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을 실었다"고 비난했다. 법정관리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서도 고객의 피해 여부와는 관계없이 장사했다는 지적이다. 임 위원장은 "정부가 더 철저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었다"면서도 "이런 기업의 부도덕은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측은 "해양수산부와 채권단의 정보 요청에는 대부분 다 협조했다"며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운송정보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은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한진해운 재무본부장 김현석 전무는 "화물정보 등은 법정관리 이후에 요청받았고, 화주 정보는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검토하는 부분 때문에 산은과 미리 협의한 적이 있다"면서 "현대상선과의 합병 방안을 산은과 검토했으며, 자율협약 조건이 5천억 출자·경영권 포기·합병 동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정관리 직전에도 화물을 실은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하면서 "그런 사태를 미리 준비하면 당장 압류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국민과 화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불난 후 변명을 늘어 놓았다.
이런 상황에 현재 한진그룹의 지원안마저 실행이 지연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지원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진그룹은 9일 이사회를 속개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진해운 물류사태에 따른 수출차질액은 1억달러(약 1090억원)를 넘어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수출차질액은 약 1억달러, 피해 건수는 219개사 220건으로 집계됐다.
한진해운 선박 가운데 비정상적으로 운항되는 선박 비중은 70%에 다다랐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 당국자가 긴급 방한해 우리 정부와 물류차질 해소방안을 논의한다. 미 상무부관계자들은 9일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과 만나 자국내 소매업체 등 화주들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사태해결을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짜증만 나고 있다. 한 시민은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며 한심하고 부도덕한 재벌들이다. 글로벌한 조선,해운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경영을 잘해 잘나가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한진의 방만하며 무능한 경영, 그 부도덕함을 알아 이제는 치가 떨린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없다. 정부도 국민 구조조정 공적자금 가지고 시행하면서 물류대란에 대한 예측도 못하니 원칙은 지키면서도 다른 방법은 없었는가? 무능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대우조선해양 문제는 서별관회의 참석자들 다 불러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문제가 무슨 상관인가? 두 문제를 물타기하며 책임추궁이 회피되는가? 그러니 무능하다는 소리 듣는 것이다. 그런 논리 펴는자들 다 국회에서 걷어내야 한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포퓰리즘적 정치사회 문화가 관료들로 하여금 유능함을 감추어버리게 만든 게 문제"라고? 지금 이자들이 장난하나? 피같은 우리 혈세, 내 혈세다. 추석연휴를 맞아 살기도 힘들고 열불만 터진다. 이런 문제들을 고작 이틀 청문회로 어떻게 제대로 짚나? 두고두고 다음 정권에서라도 제대로 짚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추적사건25시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