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고가 1주택자도 보유세 인상 검토"
페이지 정보
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8-01-23 09:29본문
김동연 부총리, “고가 1주택자도 보유세 인상 검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가구 고가주택 보유자도 보유세 인상 검토 대상이라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료가 다주택자가 아닌 고가의 1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때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도 밝혀, 세율 인상 쪽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부총리 집무실에서 가진 모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보유세 개편은 고가주택보유자, 다주택자 등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 등을 균형있게 고려해 추진할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총리는 “다주택자에 더 초점을 맞춰 검토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택 세 채를 보유한 사람의 재산가액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같이 균형잡히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여당은 다주택자에 초점을 맞춰 보유세 개편을 추진해왔다.
정부가 지난달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보유세 개편 방침을 발표할 때도 다주택자의 조세 형평성을 내세웠지만 최근 지방의 주택 가격은 하락하고 강남권 등 서울 지역 집값은 수억원씩 뛰어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지방의 다주택자와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강남의 1주택자 사이의 조세 형평성이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보유세의 과표를 정할때 반영되는 공시가격의 비율) 조정을 통한 보유세 조기 인상 가능성에 대해 김 부총리는 “결론 내려진 바 없다”면서도 “공정시장가액 조정만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며 선을 그었다. 또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인 주택의 공시가격 자체를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시가격을 올리면 전체 부동산 시장에, 재산세부터 종합부동산세까지 모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부정적 태도를 내비쳤다.
또 연초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김 부총리는 “현재 최저임금이 올해 16.4% 올라 월 157만원인데, 도시가구 4인가족 최저생계비 181만원에도 못미친다.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향후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관련해선 “결정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리겠지만,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의) 목표 연도에 대해서는 2020년이라는 특정 시기를 잡고 무조건 가기보다는 상황을 봐서 좀 더 신축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아파트에서 40년 살면 죄인되는 나라
한편, 정부의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모(71)씨는 1987년 서울 강남권에 25평 아파트를 사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거실 난방이 낡은 라디에이터 방식이어서 LPG 난로를 또 튼다. 수도에서는 녹물이 나온다. 재건축으로 새 아파트에 살 날만 기다리는 이씨는 "이제는 새집에 들어가면 수억원을 더 내야 하느냐"며 "한집에 오래 산 게 죄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당 부담금이 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한다는 정부 발표 다음 날인 22일, 곳곳에서 실수요자의 비명이 터졌다.
"정부가 막 나간다" "날벼락을 맞았다" "공산주의냐" 같은 표현도 쏟아졌다. 수십 년 노후 아파트에 살며 시세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닌데 왜 수억원을 내야 하느냐는 항변이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40년째 사는 정모(88)씨는 "투기꾼 잡겠다는 정부가 왜 집 한 채 가진 사람에게 피해를 주느냐"고 말했다. 정치권도 실수요자 피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장기 거주자 등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유예하는 법안을 재발의하겠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住區)' 재건축조합에는 22일 오전부터 조합원 전화가 빗발쳤다. 국토교통부가 계산한 부담금이 8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진 단지다. 조합 관계자는 "구청 검토를 받아 자체 계산했을 때는 부담금이 약 6500만원이었다"며 "정부 발표가 터무니없이 많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비(非)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정부가 재건축 가능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고 안전 진단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 주민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황희(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위 위원장) 의원에게 항의 서한을 준비 중이다.
'목동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주민모임'은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이 정책을 바꾼다"고 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A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이 늘어나고 부담금까지 내야 하면, 상계동 일대 재건축은 사실상 무산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未)실현 이익에 대한 일률적 과세이다. 집을 판 적이 없어 시세 차익이 없더라도 재건축 후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면 모두 부담금을 내야 한다.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은 "집 산 시기나 매수 가격이 제각각인데 무조건 똑같이 부담금을 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일부 조합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잠실 주공5단지 조합도 작년 말부터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1994년 헌법재판소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나 부담금이 헌법 정신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인본의 김종규 대표 변호사는 "기존 헌재 결정은 24년 전에 나온 것으로 다시 판단을 받아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재건축은 개인이 스스로 비용을 들여 더 좋은 주거 환경을 추구하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제한하는 것은 의사 결정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적사건25시 경제,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