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스폰서 검사사건, 갈수로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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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6-09-07 14:48본문
국민의 검찰신뢰를 깡그리 날려버린 ‘김형준’ 검사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동창 사업가와 부적절한 돈거래를 한 김형준 부장검사가 지난 6월말 친구 사업가의 수사 검사를 따로 만나 수사 정보를 얻고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고 진술한 정상적인 검찰로써는 있을 수도 없고 도무지 있어서도 안되는 녹취록이 나왔다. 검찰은 이제 썩은 정도가 아니라 국민들은 ‘구린내가 난다.“라고 말할 정도다. 6일 <한겨레>가 최근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김 부장검사는 지난 6월25일 서부지검의 담당 수사 검사인 박아무개 검사를 만났던 이야기를 한다. 녹취록은 6월말~7월초 김 부장검사와 동창 사업가 김아무개(구속)씨가 사건과 관련해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다.
김 부장검사는 사업가 친구 김씨가 ‘검찰 수사가 쎄게 진행된다’며 불만을 표출하자 ‘수사 검사를 따로 만나는 등 손을 쓰고 있다’며 그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김 부장검사는 “박 검사를 만나 (1500만원은) 다 거짓말로 만들어낸 얘기다, 선배(김 부장검사)가 얘기하면 불필요하게 오해할 거 같아 얘기 안 했는데 ‘분명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박 검사가) ‘자기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또 “박 검사는 ○○○ 얘기를 토대로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친구 관계 얘기할 수 있지만, 전혀 그런 거 아니다.
차명계좌 얘기하는데, 무슨 차명이냐. 계좌내역을 보면 다 알지 않느냐고 다 해명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가 “박 검사는 (네가=사업가 친구) 구속되기 싫어 이것저것 얘기했다더라”고 말하자, 김씨(사업가 친구)는 “절대 믿으면 안 된다”고 김 부장검사에게 말했다. 당시 서울서부지검은 김 부장검사가 사업가 김씨로부터 다른 사람 계좌로 1500만원을 받는 등 둘 사이 부적절한 금전관계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건에 연루된 김 부장검사가 수사 검사를 따로 만나 사건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자신의 결백까지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검사(김씨 수사검사)는 “김 부장검사를 따로 만나긴 했지만, 수사 내용 등을 누설한 적은 전혀 없다”고 윤희식 서부지검 차장검사를 통해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검찰 수사에서 거짓 진술을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박 검사가) 내 발을 꽁꽁 묶으려고 하면 술 먹은 거 갖고도 묶을 수 있다. 말려들지 말라. 장소가 어디냐는 둥 대답해버리면 발이 묶여버린다. 그럼 부장(검사)이든 누구든 요만큼도 통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사업가 김씨가 ‘김 부장검사와 친구고 식사한 건 맞지만, 룸살롱 간 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고 하자 “올해 초에 동기들 불러서 밥 사먹였잖아. 그런 것을 애기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앞으로 보호해주겠다며 김씨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는 “너 잘 들어. 29년, 30년 공동운명체.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나다. 세상에 어떤 사람도 아니라는 거 모르냐”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또 “만약 영장이 청구돼도, 기각이 되든 아니든, 최소 집행유예라도 나오려면 (내가) 손발이 풀려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녹취록에는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지난해 2월 검사장에서 퇴직한 강아무개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김 부장검사는 “나간 지 일년밖에 안 돼 몇천 몇억을 줘도 안 움직이는데 나하고 긴밀한 관계여서 부탁했다”며 “내가 움직일 수 없어서… 그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형평성 있게 진행되도록, 일방적이게만 (수사가 진행) 안 되게 해달라고 말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검사장님도 담주 초 거기 (서부지검) 지휘라인 만나 그런 점 이야기하신다고 했으니, 박 검사 맘대로는 안 될 거야”라는 SNS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김씨는 “박 검사가 내가 다 잘못했다는 전제로 나를 수사하고, 사건의 본질이 아닌 너를 지목해 압박한다”고 김 부장검사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강 전 검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 부장검사의 요청으로 김씨 사기·횡령 사건을 맡긴 했지만, 두 사람 간의 금전거래 등은 전혀 모른다”며 “서부지검장과 차장 등 지휘라인에도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한다. 만남을 요청한 것은 주로 김 부장검사였다. 그가 퇴근시간 무렵 김 씨에게 “오늘 저녁 피트인 갈 거야? 난 설 전이 좋아”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나 8시 30분까지 간다. 와라 친구야”라고 김 씨가 대답하는 식이었다. 김 부장검사가 “일찍 가서 파트너 골라 둘게”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김 씨는 “내가 다 예약해 놨어”라고 답하는 대목도 나온다.
시지에는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조사 중인 둘 사이에 오고 간 1500만 원이 김 부장검사와 내밀한 관계인 유흥업소 여성에게 흘러간 정황도 들어 있다. 김 씨는 5일 검찰에 체포되자 “김 부장검사에게 빌려준 돈은 내연녀에게 준 돈이라 변제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결과 내연녀라고 언급된 인물은 김 부장검사가 수시로 드나든 주점의 팀장급 여직원 A 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카카오톡에서 “A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아…내게 빌려주는 거로 하고 (A에게 돈을) 보내줘. 개업하면 이자 포함해 갚을게”라며 김 씨에게 돈을 빌렸다.
카카오톡 대화에는 또 김 부장검사가 강남 인근에 오피스텔을 구해 달라고 김 씨에게 수차례 부탁한 대목도 있다. 김 씨는 “내가 여기 가서 계약할까. 아니면 A에게 돈을 보내줄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현재 김 부장검사는 내연녀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들의 대화에는 김 부장검사가 김 씨에게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 등기 사진을 보내며 “친구. 이번 진경준 검사장 주식 파동 보면서 나도 백부한테 증여받은 농지 문제 정리해야 할 것 같아. 한 번 검토해서 매각 방안 좀 도와주라”라고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총선 출마에 필요한 작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 씨는 서울서부지검이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자신을 압박해오자 김 부장검사와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면서 확보한 약점을 활용해 김 부장검사가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김 부장검사에게 “내가 그동안 (너한테) 술과 밥을 사면서 스폰한 비용이 7억 원은 된다”고 말하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네가 그런 말까지 하면 내가 한강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후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김 부장검사에게 최소 1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 법조인은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협박에 못 이겨 김 씨에게 빌린 돈 1500만 원보다 훨씬 많은 4500만 원을 건넸고, 사기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던 그에게 “(검사들과) 식사 자리까지 갖는 등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답변도 했다. 한편 김 씨는 회사 자금 15억 원을 횡령하고 거래처를 속여 50억 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로 6일 구속됐다.
대검, '김형준' 부장검사 의혹 특별감찰팀 구성
한편, 검찰은 '스폰서·사건청탁' 의혹에 휩싸인 김형준(46) 부장검사의 비위를 철저히 조사해 규명하기 위해 특별감찰팀 구성이라는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는 "사건관계자와 부적절한 거래 의혹 등을 받는 김 부장검사 사건의 신속하고 철저한 감찰을 위해 특별감찰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특별감찰팀장은 안병익(50·사법연수원 22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며, 감찰본부 및 일선 검찰청 파견검사 4명과 수사관 10명으로 운영된다.
안 팀장은 법무부 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대검 감찰1과장 등을 거친 공안·감찰 분야 전문가다. 대검은 "특별감찰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제기되는 모든 비위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처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전자기기 등 유통업체를 운영한 동창 김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김씨가 70억대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서울서부지검의 수사 검사 등 다수의 동료·선후배 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창 김씨는 올해 8월 사기·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도주한 뒤 언론에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폭로했다. 법무부는 이날 김 부장검사의 직무를 2개월간 정지했다. 대검은 체포·구속된 동창 김씨를 상대로 주장의 진위를 강도 높게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전문가들과 국민들은 “검찰자체 자정작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의 시스템들을 바꾸어 권한을 분산시켜야 하고 철저한 외부 감시기능의 기관이 존재해 이제 검찰에 대해 시스템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적사건25시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