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까볼수록 문제덩어리 썩은 양파” ‘병원포비아’ 확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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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7-12-19 23:11본문
“이대목동병원, 까볼수록 문제덩어리 썩은 양파” ‘병원포비아’ 확산 중
사망 신생아 ‘내성균’ 유전자 동일…‘병원감염’ 가능성 커져
이대 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네명 중 세명에게서 항생제 내성이 있는 같은 종류의 세균이 검출됐다. 그런데 유전자 정밀 분석 결과 같은 종이면서도 완벽히 동일한 균으로 판명돼, 의료진이나 의료기기를 통한 병원 내 감염 의혹을 키우고 있다. 보건당국은 사망한 신생아 3명의 혈액검사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시트로박터균
'시트로박터균'은 성인의 장에 있는 세균이지만 면역이 떨어지는 신생아에게 각종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호흡기와 요로, 복강 내 감염 원인이 되고 항생제 내성이 생긴다는 특징이 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생아는 그중에서도 상당히 여러 가지 약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패혈증에서 상당히 취약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전자 분석 결과 신생아 3명에서 나온 균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의료진의 손이나 의료기구, 수액 등을 통한 병원 내 세균 감염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망한 신생아 4명이 모두 중환자실 같은 구역 안에 있었다는 점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람도 유전자가 조금씩 다르듯이 이것도 같은 균이지만 유전자가 다를 수가 있거든요. 같은 유전자라고 하면 어떤 동일한 감염경로나 감염원으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으니까..."라고 말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겼거나 퇴원한 신생아 4명에게서는 장염 등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돼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신생아 4명 사망사건, ‘병원 포비아’ 확산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연쇄 사망한 일이 발생하면서 병원과 의사들도 믿을 수 없다는 ‘병원 포비아’도 심각해지고 있다. ‘병원 포비아’ 불안감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데 특히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 취약하고 정기적인 병원 검진이 필수인 조산아를 둔 부모들은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부모들의 걱정은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사흘째인 19일 회원수 75만여명의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대 목동병원을 비롯해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대형병원을 향한 고발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대부분 의료진이 장갑도 끼지 않은 상태에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만지거나 신생아중환자실 안에서 간식을 먹었다는 등 위생과 관련 있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생후 10개월 된 자녀를 이대 목동병원 1인실에 입원시킨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아기가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했는데 천장엔 곰팡이 자국이 있고 화장실에서는 집게벌레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 네티즌은 선반 위에 쌓인 먼지와 곰팡이로 얼룩진 병실 벽면이 담긴 사진을 함께 올렸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 조산 자녀를 입원시킨 적 있다는 또 다른 네티즌은 “간호사가 아기의 입을 맨손으로 벌리고 수유를 해서 정말 놀랐지만 아무 말도 못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이대 목동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의 폐결핵 확진과 수액병 안에서 발견된 날벌레 사건은 물론 삼성서울병원의 유명 연예인 신생아중환자실 특혜 제공 의혹을 다시 언급하며 병원의 안일한 관리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대 목동병원 잠정 폐쇄 및 감사를 요구하는 글이 30여건이나 올라온 상태다. 이모(30·여)씨는 “이번에 목숨을 잃은 아기들의 일이 어린아이를 둔 내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병원보다 대형병원이 더 낫다고 여겼는데 이제는 그런 신뢰마저도 사라졌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는 부모들의 불안에는 근거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방안 및 기준 개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신생아중환자실에 최소 1대 이상 갖춰야 하는 온열 이동식 보육기 등 전문장비 및 시설 8가지 모두를 구비한 곳은 전국 61개 대형병원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에 불과했다. 전국 병원의 인큐베이터 3429대(지난 7월 기준) 가운데 제조 연한이 10년 미만인 것은 1609대(46.9%)에 불과했다.
10년 이상(1221대·35.6%)이거나 제조 연한을 알 수 없는 것(599대·17.5%)이 절반을 넘어 상당히 노후화됐다는 평가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22대 중 20년 이상인 2대를 포함해 10년 이상된 게 42.1%를 차지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 안전 관련 사건 중 대형병원의 낙후된 시설과 시스템, 의료진의 책임 회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 발생한 만큼 다른 병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생아가 입원 중인 한 젊은 부모는 “이대목동병원, 까볼수록 문제덩어리 썩은 양파다.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분노하며 우려했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